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된다는 것 > 불교가좋다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양력 2018/4/23 월요일
음력 2018/3/8

절기

불교가좋다

숫타니파타 씨앗문장 |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된다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물길 작성일17-12-13 09:37 조회416회 댓글0건

본문

 

만일 어질고 단호한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쁘게 새김을 확립하여 그와 함께 가라.

 

어질고 단호한 동료 수행자,

현명하고 성숙한 벗을 얻지 못한다면,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 경은 짧은 41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언제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싯구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단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시이다.어질고 단호한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그와 함께 가라!

 

이 시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혼자서 가라라는 말의 의미를 어떠한 집착도 의존도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가라니 의존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일까? 하지만 대체 어떤 사람을?

 

이 시에 언급되어 있는 형용사들- 어질고 단호하고 성숙한-은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여 나는 주변의 마음 착하고 성실한 친구, 혹은 의지가 굳고 심지가 깊은 친구들을 떠올렸었다. 친구들과의 동행을 허락받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동시에,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인간적인 갈등이 떠올랐다.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이 순연한 우정만이라 여기는 사람은 없을 테니 사족은 달지 않겠다.

 

과연 그 사람’, 어질고 단호하며 성숙한 벗이란 내가 생각한 범주의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나뿐이 아니라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관계에 대해서는 누구도 경험한 바가 없으리라. 그러니 그 사람은 우리 경험 안에서 찾을 수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이 시에 딸린 인연담을 봐야한다.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 시대에 두 명의 연각보살이 있었다. 이들은 이만 년 동안 수행을 하여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가 죽었다. 그리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 한 사람은 베나레스의 왕자로, 다른 사람은 사제의 아들로. 한 날 한시에 태어난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둘은 장차 왕국을 통치하기 위한 수련의 일환으로 걸식을 하며 변경에 다다랐다. 거기서 어떤 연각불을 만나 가르침을 청하자 그는 기예의 완성은 홀로 지내는 것을 기뻐하는 데 있다며 각자 따로 초암에서 수행을 닦도록 하였다. 사제의 아들은 금새 삼매를 얻었으나 왕자는 거듭 실패했다. 왕자는 그때마다 친구를 찾아갔고 친구는 거듭 가르침을 상기시켰다. 왕자가 다시 친구를 찾아갔을 때 그는 초암마저 버리고 홀로 숲속으로 들어가 연각불이 된 후였다. 이에 왕자는 충격을 받고, 드디어 자신도 홀로 길을 가기로 결심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이 인연담에 따르면, 함께 할 수 있는 벗이란 오로지 깨달음의 길에 나선 이뿐이다. 뭔가 친근감이 가는 게으르고 심약한 이 왕자조차 실은 깨달음을 얻으리라 마음을 낸 사람이다. 몇 번이고 싫증을 내었던 그이지만, 그는 친구를 의지했기에 끝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친구가 우리가 아는 그 친구일까?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그 우정일까? 그 친구도 그 우정도 아니라면,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의 우정에 관한 어떤 힌트도 얻을 수 없는 걸까? 이 시는 아마도 우정의 토대는 진리에 대한 열망뿐임을 말하는 것 같다. 강아지들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어내는 것 같은 우리의 우정, 이 또한 고맙고 소중하다. 그러나 분명 이런 우정에 만족하고 의존하는 한 우리는 길을 나설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길을 나서려는 다른 강아지를 주저앉히고 싶어할 것이다. 나의 온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오로지 하나, 함께 길에 나서는 것뿐이다. 오로지 이 길 위에서만 우리는 함께이면서도 홀로일 수 있고, 홀로이면서도 함께일 수 있다.

 

 

 

4832dc6092ab59581e3c931fee43cd2d_151753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