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위력 > 글쓰기의 달인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양력 2018/12/17 월요일
음력 2018/11/11

절기

글쓰기의 달인

루쉰-되기 | 복음의 위력

페이지 정보

작성자 MVQ 작성일18-01-27 07:00 조회564회 댓글0건

본문



복음의 위력 





이병호 (1조)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성경을 든 웃음 띤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학생 나는 교회의 전도사님이야. 복된 소식을 전해주고 싶은데, 마침 옆에 버스가 있으니 안에 들어가서 얘기를 나눌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 말을 건 이는 낯설었고, 폐차된 버스는 낡았으나 소년은 순순히 차에 올랐다. 

      

복음이 시작되었고, 그는 능숙하게 성경을 열어 소년에게 소리 내어 읽게 했다. 

 

 

신의 피조물인 아담과 하와는 금단의 열매를 먹었다. 신은 그의 뜻을 거스른 두 사람을 쫓아내고 노동과 해산의 고통을 형벌로 내렸다. 그의 자손은 모두 원죄를 지니게 되었으니 소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의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소년은, 그간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들을 헤아리며 스스로 죄인임을 쉽게 인정하였다. 소년은 죄의 근원을 알게 되어 기뻤으나, 지옥의 유황불에서 영원히 고통으로 신음할 위기에 처했다. 소년은 그가 가야 할 지옥불이 크게 두려웠다. 

      

전도사가 소년에게 돈이나 권세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고 하자, 소년은 과연 그럴듯하다며 수긍하였다. 그러나 선행과 도덕, 양심으로도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는 말에 절망을 느끼며, 지옥에 가지 않을 방법이 없냐고 간절히 물었다. 이제 소년의 운명은 거룩한 전도사의 손에 달렸다. 그가 복음을 전한다. 하나님은 인류를 사랑하셔서 그의 하나뿐인 아들인 예수를 이 땅에 보내어 십자가에 못 박히는 희생을 통해 인간을 죄에서 구하였다. 소년을 지옥에서 구할 뿐 아니라, 온갖 기쁨이 넘치는 천국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복된 소식이 아니고 무엇이랴! 소년은 과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가지 않을 지옥불이 크게 기뻤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요한복음 1장 8절’

 

이제 소년은 그의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영접하여 자신의 주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소년은 전도사를 따라 세 번 복창한다. 

 

      “학생, 이제 예수님이 어디에 있어?” 소년이 대답한다. “내 마음속에요.” 전도사가 묻는다.  “예수님이 어디에 있어?” 소년이 대답한다. “내 마음속에요.” 전도사가 묻는다. “예수님이 어디에 있어?” 소년이 대답한다. “내 마음속에요.” 

      

이제 예수님을 영접한 소년은 영원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천국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전도사는 성경책 위에 소년의 손을,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였고, 이제 막 그의 형제가 된 소년을 진심으로 축복하였다. 

 

 

소년은 하나님의 빛나는 약속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바로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소년의 삶은 당분간 충만한 기쁨과 놀라운 확신으로 가득할 것이다. 소년은 전도사와 똑같은 방법으로 성경책을 들고 나가 복음을 전할 것이다.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금요일에는 철야기도를 하고, 주일날엔 모든 용돈을 교회에 헌납할 것이다. 그는 성경을 일백 번 읽고, 오백 구절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송할 것이며, 기도와 묵상을 게을리하지 않는 독실한 크리스천이 될 것이다.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맞서서, 모진 매를 맞아도 그것은 신앙인이 겪을 당연한 박해이므로 이겨낼 것이며, 만일 순교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영광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신앙을 지킬 수 없게 되면 기꺼이 집을 나와 기도원에서 지내며, 온갖 부흥회에서 간증하고 길거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칠 운명이었다. 

      

모든 예정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소년은 복음 덕분에 광신도가 되었고, 그의 삶은 하나님께  바쳐졌다. 오직 순수한 믿음만이 자리했기에 그는 온전한 하나님의 자녀일 수 있었다. 

 

 

1년이 지났다. 분별이 생긴 소년은 궁금했다. 전지전능한 신이 왜 에덴을 만들어 인간을 시험하고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께서 가혹한 저주를 내렸는지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에 살았던 선한 사람들은 왜 모두 지옥에 가야만 했는지를. 평생 악한 일을 하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만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음이 과연 온당한지를. 

      

의심은 신앙의 길이 아니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을 어찌 벌레와 같은 죄 많은 자신이 헤아릴 수 있는가 하여 그만두려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의 의문은 커졌다. 

      

년은 더 이상의 전도를 멈추었다. 기도와 묵상 속에서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신앙에 빠져들수록 자유로울 수 없었던 소년은 자신이 믿었던 교회의 복음과 가르침이 진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는 교회를 박차고 나왔다. 원죄를 저질렀던 최초의 인간처럼 선악을 분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거부하였다. 복음을 믿었음을, 교회에 헌신했음을 크게 후회하였다. 후회한들 누구에게 하소연한단 말인가. 소년은 그저 죄를 지었고 복음을 들었으며, 구원받고 싶었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었다. 의심도 저항도 없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버스 안에서, 불과 한 시간 안에 결정되었다. 아니, 전도사의 제안을 수락한 순간 정해졌다. 어쩌면, 그 버스가 거기에 있던 날 예정되었는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소년은 되뇌었다.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리고 그건 괜찮은 거야. 

 

 

 

0f69f86168fc8e8d1e1f2b8f9d475c09_1515394

 

 

소년은 산에 올랐다. 그는 사후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했던 천국이 어떤 곳일지 그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자신이 ‘살고 싶은’ 천국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는 죄책감과 두려움이 사라진 지상의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다. 사랑의 하나님이 설계하신 지옥에의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가 죄책감을 스스로 내려놓자 환상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가 믿었던 천국과 지옥을 없애놓았다, 그는 구원이란 누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구원을 구걸하는 행위’를 그만두기로 했다. 신앙을 버리고 진리를 구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그가 ‘신의 아들’을 믿는 것을 그만두자, ‘인간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소년 자신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는 대지에 두 발을 딛고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갔다. 소년은 예수님과 이 땅에 진리를 베푼 성자들의 말씀을 스스로 헤아려 몸에 새겼다. 그의 일상은 소박하면서도 조용한 평화가 깃들었다. 뭘 더 보태지 않아도 소년은 충분해졌다.

      

이제 목사가 된 전도사와 그의 일행은 소년을 가여워했다. 그들이 보기에 소년에게 자유의지란 없다. 한번 예수님을 영접한 소년은 영원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천국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을 의롭다고 여기는 목사는 길을 잃은 어린 양을 위해 기도할 것이며, 여전히 오늘도 복음의 위력은 계속될 것이다. 

      

나, 복음의 위력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더 이상 소년에게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