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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되기 | 제대로 미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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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2-10 07:00 조회5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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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미워하라!





오근아 (2조)

 

 

아버지는 내가 중학생 때부터 일을 하지 않으셨다. 내가 지금 27살이니 어언 13년이 넘었다. 그때서부터 네 식구의 살림은 어머니가 마트에서 벌어 오시는 돈으로 이루어졌다. 아버지의 하루일과는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밥 먹을 때에도 항상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다. 주식에서부터 TV조선까지 늘 일관적이셨다. 점심을 먹고서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신다. 마트 종이봉투를 줍기 위함인데, 이것을 마트에 다시 돌려주면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종이봉투를 차곡차곡 접어 자전거 뒷자리에 끼워 오시는 것이 아버지의 일과 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빨리 돈을 벌어 와야 할 텐데…”라고 나에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여차저차하여 대학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정말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를 갔다. ABCD 발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과외를 하다 보니 문법이 늘었다. 학생은 안 들어도, 나는 책을 읽어야 하니 점차 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과외를 하고, 통학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주말에 마트 행사 알바를 하고, 동아리를 하고 나니, 그다음 학기는 쉬어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때에는 기대가 있었다. 처음에는 사정상 갈 수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교환학생도 결국 다녀왔다. 한 학기, 한 학기 스스로가 나아지고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살고 있던 고시원을 접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침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일했다. 설날에 부모님께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께서는 이모 집에 가서 자고 오고 싶으셨는데 아버지께서 화를 내신 것이다. 왜 때리냐는 소리에 놀라서 나갔다가 아버지께서 나에게 손을 올리셨다. 그때 나는 아, 이 집은 10년 동안 똑같았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정말 ‘몸소’ 얻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찾아온 경찰에게 아버지께서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그러냐”고 말씀하셨다.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 카페에서 문득 ‘아, 온몸이 어디서 얻어맞은 것같이 쑤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다 보니 문득 ‘아, 맞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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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휘몰아치는 한겨울이었다. 나는 2주 만에 집을 구해 나왔다. 더 이상 받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선 딱 잘라 긋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냉정함에는 아직도 ‘원망’이 잔뜩 스며들어있다. ‘가족에 대한 원망’은 나에게 아주 역사가 깊다. 어렸을 때 ‘엄마는 왜 오빠만 좋아해?’에서부터, 커서는 ‘아빠는 왜 일을 안 하고 저렇게 거실을 차지하고 있을까?’까지 내 안에 ‘원망’ 어린 질문들은 다양했다. 이 원망 어린 질문들을 피해 도망가기란 험난했다. ‘그래,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면 되겠지’라는 다짐도 설날의 그 사건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망가는 것도 아니라니! 젠장. 그렇다면 등을 돌려 다시 마주해야겠다. 그러려면 이 어린애 같은 원망으로는 아직 어설프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이 ‘적당한’ 원망은 ‘적당한’ 타이밍에 다시 가족이란 습속의 굴레로 나를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서로 동정과 연민을 주고 베풀며, 서로가 서로의 물귀신이 되어주는 그 상황을 나는 견딜 수 없다. 하여 원망에 원망을 더한 원망으로 제대로 된 타이밍에 던질 수 있도록 투창부터 벼려야겠다. 어떻게? 잘 먹고, 잘 자면서! 오늘 읽을 책을 읽고, 써야 할 에세이를 쓰면서! 존재 그대로를 ‘제대로’ 미워할 수 있도록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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