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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되기 | H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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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3-10 07:00 조회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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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방 





한미영 (3조)

 

 

H의 방은 물건으로 쌓여 있다. 책장 안에는 영어 관련 책과 테이프집, 아버지가 일본어를 가르쳐 주실 때 쓰던 일본어 문학책 몇 권이 꽂혀 있다. 또 아버지 자신이 중국어를 배우며 가르쳐 주시던 중국어 회화 책도 있다. 당시의 H는 억지로 아버지의 발음을 따라 할 뿐이었다. 크게 얘기하라는 말과 잘했다는 말을 번갈아 들으며 공부했고, 재미가 별로 없었다. 그 외에 꼬마 니콜라 같은 캐릭터 그림이 있는 책과 향수, 초가 있고, 대화, 컴퓨터 입문, 경제 관련 책들이 있다. 책꽂이 위에는 만화책 몇 권, 그 위에 스케치북과 오래전에 산 머리 롤 마는 기계박스가 있다. 한쪽으로 시간·공간관리 책, 구형 카메라 박스들이 얹어져 있다. 책상 위에는 새 걸레 두 개와 엄마를 호흡 운동시키려고 샀지만 퇴짜 맞은 호흡 운동 기계가 2개 있다. 호기심에 구입한 거품치약 세트도 있다. 예전 애니메이션을 할 때 쓰다 남은 그림 용지 묶음과 만화로 된 영어회화 스크랩 파일이 책상 아래에 있다. 컴퓨터 책상 앞에는 물려받은 수제 스피커가 눈물약 등이 담긴 약상자와 박스 쌓인 것으로 가려져 있다. H의 방 창문과 나중에 지어진 이웃집 창문이 너무 가깝게 맞닿아 있어서 창문은 거의 열지 않고 산다. H는 스피커를 크게 틀고 듣기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헤드폰을 샀다. 그런데 여름이면 더워서 쓰고 있기가 거북했다. 음질을 좀 포기하더라도 이어폰으로 대체해서 듣다 보니 헤드폰이 잊혀진 채 있다. 초가 담긴 박스, 처음 구입했던 피부 관리기, 쓰다만 공책들이 피아노 의자 밑에 쌓여있다. 피아노 건반 뚜껑 위에는 화장품 샘플과 팩들, 그리고 몇 개의 박스가 쌓여있다. 피아노 맨 위에는 가로 책장과 파라핀으로 본뜬 손 모양 작품, 타지마할 조각 모양이 들어있는 스노우 돔, 향초 덮개 두 개, 이중섭 화가의 작품 캐릭터가 제주돌 위에서 낚시하는 모습의 작품 등이 있다. 모니터가 커서 거리를 두기 위하여 방 가운데 정도에 키보드용 책상이 따로 놓였다. 프린터 앞쪽으로 잡다한 박스와 작성하다 만 다이어리 등이 쌓여 있다. 피아노 앞쪽에는 새로 산 휴지통이 있다. 그러나 뚜껑을 제쳐서 휴지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방 앞 부엌에 있는 개방된 휴지통을 이용하고 있다.

 

H는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한다. 주로 식품구입과 생활 비품 등을 구입한다. 물건을 고심하여 고르고, 택배비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양보다 초과하여 구매한다. 배달되면 물건정리는 다른 이의 몫이다. 그런 후 H는 주문한 물건의 행방을 잊어버렸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가 대량구매의 특별할인 찬스로 물건을 구입한다. H는 방의 물건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쓰던 물건만 보이고, 물건을 찾다가 없으면 인터넷으로 다시 주문하곤 하였다. H는 누가 방에 들어와서 물건을 만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게 늘어 놓여 있으니 다들 H의 방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바라던 바는 이루어졌다. ^.^

 

어느 날 H는 가방 속 물건을 한참 찾다가 이내 못 찾고는 일상이 어질러진 방처럼 정리가 안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방에서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신발장에 두었던 운동화를 신고 외출했다가 신발 밑창이 갈라지고 부스러졌다. 그 신발은 사놓고 두 번 밖에 안 신은 것이다. 안 써도 물건이 삭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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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직장에 출근할 때 지각을 했다. 바쁜 날엔 직장 오너인 오빠에게 지적을 받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지각은 계속되었다. H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직장에 오래 다녔다. 상대방이 무뚝뚝하면 데면데면하고 상대방이 살갑게 굴면 맘이 편했다. 경우에 따라 직장상사인 오빠가 화를 내면 도리어 H가 화를 내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빠가 화내는 이유는 H가 스스로 하는 게 없다고 핀잔하는 것이었고, H가 화가 나서 그만두겠다는 것은 자기가 혼자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도망가려는 거였다. H는 결정을 할 일이 있으면 윗사람들 의견에 묻어갔었다. 이것이 습관이 들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이 없었던 거였다.  

 

H는 『들풀』 중 「동냥치」를 외우면서 몸이 불편해졌다. 외우지 않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최근 전철 좌석에 앉아 외울 때였다. 빈 좌석이 많았었는데 마침 동냥치가 들어와 좌석 가운데에 앉으며 동냥을 했다. 동냥치를 외우니 동냥치가 나타났구나 생각했다. 동냥하는 사람이 저래도 되는가 싶었다. 그 모습이 마치 H와 같았다. 오너인 오빠라는 점에 묻어서 직장생활에 지각하고 고객에게 불친절했다. 

 

직장으로 가는 버스 편이 없어 H는 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택시를 타는 경쟁자들이 늘어났다. 원래 기다리던 사람보다 나중에 오더라도 위쪽으로 올라가서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H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택시를 제자리에서 기다렸다. 어느 날 어린 두 여자가 H보다 늦게 와서는 “택시 뺏기겠다. 위로 가자.” 하는 소리를 듣고는 화가 났다. 그들이 보기 싫어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나왔다. 택시를 일찍 타게 되어 직장에 10분 이상 일찍 도착해서 기다렸지만 맘은 편했다. 이제 지각은 안 하게 되었다.

 

H의 방은 물건으로 쌓여있다. H는 ‘루쉰 되기’의 감이당 조원들에게 방 정리를 약속했었다. 그런데 정리를 조금 시작한 첫째 날 새벽부터 갑자기 체기가 계속되어 아팠다. 정리를 거부하는 것이 몸으로 나타나는 것인가 싶었다. 물건을 사들이긴 했으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숨겨 두었다. 그래서 자신조차 잊어버려 물건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까워서, 쓸 줄 몰라서 묵혔다가 물건의 기한이 지나버렸다. 방에는 누구라도 들어와서 물건을 두고 가거나 가져갔다. 물건이 많이 쌓여 H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 H는 몸이 좀 나아진 이후 우선 기한이 지나거나 버릴 것을 먼저 제거했다. 그것만 해도 방바닥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H는 자신과 물건을 관리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아직도 물건이 많이 쌓여 있다. H의 마음은 극히 일부 정리된 것에 안주하려는 마음과 정리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줄다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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