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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달인

루쉰-되기 | 꿈푸로드(Kkungfu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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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4-14 07:00 조회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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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푸로드(Kkungfu Road)

 

 

 

 

원자연(4조)

 

 

낙엽이 지던 어느 가을 아침, 손톱만한 달이 밝은 햇빛에도 사라지지도 않고 하늘 한 편에 아직 자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매일 거니는 이 산책로를 소개해주고 싶었다. 낙엽 지는 가을도, 봄의 풀내음도, 여름의 물소리도, 겨울의 스산함까지 하루하루의 풍성함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회사 그만둔 지 얼마나 됐지? 요즘 뭐하면서 지내?”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 인문학공동체에서 공부도 하고, 소소하게 먹고살 정도로 알바하며 지내.”

“세월 좋다. 그거 해서 뭐 하려고?”

“음… 꼭 뭐 하려고 해야 하나?”

 

나는 계속 걸었다. 똑같은 질문을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다 똑같이 말할까? 하지만 정작 나에게도 자신 있는 답은 없다. 

 

“근데 불안하지 않아?”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매일매일 같이 얘기하고 맛있는 거 먹고 산책도 하고 고민하느라 가끔 머리아프기도 하지만, 좋아.”

“넌 하고 싶었던 꿈을 이뤄서 일도 했었잖아?! 아직도 기억나. 네 반짝이던 눈이”

“꿈? 꿈은, 환상이었어.”

“환상이었다고? 다들 꿈을 꾸라고 하잖아.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하고!”

 

 아침 햇빛에 사라져가는 달을 보면서, 마치 오래전 옛이야기를 떠올리듯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 일하면 설레서 평생 남자친구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잖아! 기억나?”

“진짜, 어이가 없었다.”

“진지했다고!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 공원에서 뛰놀고, 정원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들을 상상했지. 밤낮없이 일을 하면서도 배울 것이 가득했고, 마치 대단한 커리어우먼이 된 것 같았어. 그런데 이 생활이 지속될수록 잠을 자지 못하고, 몸이 축나니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 (순간 번뜩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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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신체의 추억하나가 떠올랐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두 달 만에 간신히 쉴 수 있는 주말이 생기면, 못 보았던 친구를 보기위해 어김없이 약속을 잡았다.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치던 3년차 때는 집을 나설 생각도 못했다.

 

“자연아. 점심은 먹어야지. 뭐 먹을래?”

“그냥 잘래.”

 

얼굴은 벽과 마주하고 내 등이 차가운 대답을 날렸다.

몇 시간 뒤 깨어나 쇼파와 하나가 되어 TV리모컨만 돌리고 있는데, 두 달 만에 이야기 할 기회가 생겨서 그런지 엄마는 재잘재잘 말을 하시기 시작하신다.

 

“글쎄, 이모네 민규 있잖아–”

“말 걸지마. 쉴래.”

“… 너 나 갱년기 때보다 더 심한 거 알아?! 이러면서 일을 왜하니?”

“…”

 

정신팔고 있던 나에게 친구는 다시금 말을 꺼낸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 게 아깝지 않아? 경력 좀 쌓이면, 연봉도 오르고 덜 힘들지 않겠어?”

“아니야. 그래도 난 지금이 좋아.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야근에 철야에, 책임을 가장한 과도한 노동에, 회사-집/회사-집 무한굴레에, 퇴사도 못하면서 불평만 하는 사람들이 천지고, 돈보다 중요한 것들도 많은데 모든 게 돈돈… 그런 좀비 같은 일상뿐이야.”

“그런데 안 그런 일이 있나?”

‘다들 이렇게 잘 사는데, 나 혼자만 나약하게 주저앉고만 걸까…’

“그럼 이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글쎄 하고 싶은 일이 꼭 있어야 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목표를 잡고 실천해나갈 수 있잖아.”

“맞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환상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그래도 더 이상 생각 없이 나를 내맡기고 싶지 않아. 천천히 걸어 가볼래.”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하고도 차가운 공기가 스쳐지나갔다.

 

“그래, 걷다보니 길이 나는 일을 하고 싶어!”

“…”

“그래도 난, 너처럼은 못 살 것 같아.”

“…”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아침의 손톱달이 어둑해진 길을 밝힌다. 비록 어두운 밤길도 간신히 비추는 손톱달이지만, 내일은 분명 조금 더 차올라 얼굴을 보일 것이다. 

 

어느 겨울 저녁, 세미나를 끝내고 친구와 함께 걸어 올라가는 길이다.

 

“우리 여름에 같이 읽기 시작한 푸코 드디어 마지막이다!”

“오늘 형식과 규칙이 다르다고 했던 부분 재밌지 않았어?! 우리 억압과 절제에 대해 지난번에 고민했었잖아! 그거랑 연결되는 것도 같고!”

“맞아. 삶에 아름다운 형식을 부여하기 위해서 자기 자유를 활용해야 하고, 자기의 사유를 수반해야 한다고!”

“억압과 절제도 결국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기 사유가 관건인 것 같아. 그치?”

 

지금 나는 그 길 위에 있다. 환상을 또다시 부여잡고 가고 싶지 않기에, 매순간 질문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렵게 내딛는 그 한걸음. 난 그 한발을 내딛고 싶은 것이다.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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