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정원이 > 글쓰기의 달인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양력 2018/8/15 수요일
음력 2018/7/5

절기

글쓰기의 달인

루쉰-되기 | 친한 친구 정원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MVQ 작성일18-04-28 07:00 조회258회 댓글0건

본문

 



친한 친구 정원이

 

 

 

 

조관희 (5조)

 

 

미국에서 회계사 일을 하고 있는 정원이가 서울대학교 대학원 면접을 위해 한국에 들른다고 카톡이 왔다. 정원이가 한국에 짧게 체류하는 관계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새벽 1시쯤에 만나 24시 엔젤리너스에 자리 잡았다.

 

“정원아 좋은 직장이 있는데 포기하고 교수가 되려고 지원한 거야?”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게 의아해서 물었다.

“응. 나는 원래부터 회계사를 한 것도 교수가 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봤지 이걸 직업으로써 가지려고 하지 않았어.”

“아..그렇구나. 그럼 평소에 관심 있던 건축학과를 지원한 거야? 아니면 회계?” 

“아니, 마케팅으로 지원했어. 떨어지더라도 미국 대학 중에 회계나 다른 쪽으로도 지원을 해보려고. 사실 의사가 되는 것도 고려 중이야..”

 

이 대목에서 열이 확 올라왔다. 왜냐하면 정원이는 건축학과, 마케팅, 회계 등 전공 상관없이 교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원이는 나와 같은 지방 대학을 나왔지만 그는 이곳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덕에 아이비리그로 편입해 들어가 졸업했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이 있던 것도 도움이 되어 회계사 직업을 구했다. 하지만 최근에 편입하기 전 한국 대학에서 연락이 와서 150만원을 주는 대가로 이 대학을 나오면 해외에서 취직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홍보한다고 했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 사건에 대해 내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줬다. 덕분에 요즘 시내버스 광고판에 붙어있는 내 친구와 가끔씩 인사한다. 어쨌든 정원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도 잘 받고 면접도 잘 봤겠지만 나는 그 홍보내용이 해당 대학을 나왔기에 그 회계사에 들어갔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생각에 꺼림칙했었다. 이 내용을 정원이에게 말했고, 이 친구는 그렇게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듯 정원이는 언제나 명예 및 인정을, 나는 순수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맥락으로 내가 열 받은 이유는 교수라는 직업이 한 분야에 그 누구보다 깊게 공부해야 하는 영역인데 정원이가 이런 신성한 곳을 침범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교수가 자리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기에 대학이 학문의 장이 아닌 학위를 받는 곳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였기도 했고. 정원이의 생활신조가 ‘남들보다 꿀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기회에 저 못돼 먹은 명예 중심 사고을 바꿔줘야겠다고 결심했다. 

  

“너의 부모님이 교수니 더 잘 알겠지만, 요즘 교수 되기 힘들잖아? 위험부담이 큰 거 알면서도 하는 거지?”

  

말은 걱정이지만 의도는 너 같은 사람이 교수가 되면 그만큼 훌륭한 사람이 교수가 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드는 관계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니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의사, 교수, 고위 공무원 등의 권위 있는 직업은 꿀리지 않기 위해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은 최소한 학생 때부터 사명의식을 가지고 많은 것을 포기해도 될 만큼 그 길에 헌신하는 순수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의가 바로 선 사회란 공인이 이런 사람들만으로 채워져 있는 곳 아니겠는가?!  

  

내 꿈의 시작은 비록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지만 공부를 통해 환골탈태했기 때문에 정원이와 격이 다르다. 지금은 작은 쇼핑몰을 하나 하고 있을 뿐이지만 앞으로는 유한킴벌리의 유일한 선생님처럼 정당하게 사업할 것이며, 포항제철의 박태준처럼 현시대에 필요한 사업을 할 것이며, 간송 전형필처럼 재산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나만의 순수하다는 기준에 들어가지 않은 99%의 사람들(정원이와 같은)을 혼자 무시하면서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을 당시에는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 친구가 교수가 되려는 것을 가만히 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내 공격적으로 비꼬며 말했고, 정원이도 기분 나빠져 나를 똑같이 대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서로 감정이 상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새벽 4시쯤 돼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7d3c7608e39accdda202ec392afce206_1523930

 

 

몇 년 동안 어떤 주제로 말해도 나는 무엇이든 위계와 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는 모든 것은 평등하고 답이 없다는 것에 무게를 두면서 서로 비아냥거리다가 결국엔 화를 냈다. 이번 언쟁도 오랫동안 했던 방식으로 화를 냈다가 우리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훈훈한 마무리로 끝내며 함께 대인배가 되었다. 하지만 안다. 다음에도 서로의 생각을 또 고치려고 애쓸 것을.

  

정원이와 헤어진 후 나는 왜 이 친구와 계속 만나는지 생각을 했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주변 친구들도 왜 우리가 친한지 의아해했었고. 그만큼 성향이 반대였다. 서로 알게 된 대학생 때를 생각하니 왜 친해졌는지는 얼추 알 거 같다. 정원이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나는 극단적이긴 해도 나만의 생각을 찾으려고 했던 모습 아니었을까? 정원이 또한 내가 갖고 싶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깔끔한 외모에 그 누구와 만나도 장난을 치며 친해지는 힘이었고 나는 그 능력을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정말 갖고 싶었다. 내 생각을 잘 들어주기도 하고.

  

2주 후 단톡방에 정원이로부터 카톡이 왔다.

 

“스누(SNU(서울대)) 최종합격했다.” 

“한국에서 사는 거야?” 내가 답했다. 

“고민해봐야 할 듯.”

“결정 나면 연락 줘! 합격돼서 고민이 더 많아지겠당.”

 

이 말 빼고는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정원이는 나의 몇 안 되는 친한 친구다.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