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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되기 | 바보야, 보상은 답이 아니라니까 (바.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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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5-12 07:00 조회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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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보상은 답이 아니라니까 (바.보.답)

 

 

 

 

김동연(6조)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물건이나 회사를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다. 대중에게 상품과 회사의 이미지를 적극 노출 시켜 강렬하게 각인을 시켜야 한다. 관건은 조회수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클라이언트에게 기본적 작업료와 인센티브를 받는 보상체계다. 그렇게 회사의 매출이 오르면 포상휴가 여행을 분기마다 받기도 하는데 휴가를 가서도 일에 연장선상에 놓인다. 

 

호텔에서 쉴 때도 TV에 나오는 외국의 광고를 모방하고, 유명한 음식점을 가서도 마케팅적 분석을 하고, 훌륭한 건축물 앞에서도 세세히 분석을 한다. 그렇게 지친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어서 SNS에 올리면 수많은 댓글 부대가 '부러움'과 '좋아요'와 '하트'를 보내준다. 나는 그제서야 조금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친구 녀석이 내 여행 사진에 3일이 지났는데도 아무 댓글도 달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라면에 살치살을 넣어 먹는 사진에도 친히 '좋아요'와 '하트'를 보냈는데 말이다. 내가 부러워서 그런 것일까?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부럽지 않은 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러워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일까? 그러한 승리는 무엇을 안겨줄까? 어느 날 나는 이런 지리멸렬한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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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뭔가 새로운 여행을 찾고 있던 중에 어느 한 공동체의 여름 캠프를 알게 되었다. 일과표를 보니 대부분 낭송이란 것을 하고, 책을 읽고, 산책과 필사를 하며 강의를 듣는 내용이었다. 여름 휴가는 항상 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는데 이번 휴가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느긋하게 보내기로 생각하고 신청을 했다. 하지만 첫날 부터 나의 그러한 생각에 찬 물을 끼얹은 과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마지막 날에 책을 암기하여 낭송발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여름 휴가에 무슨 암기 시험을 친단 말인가? 일과표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 나는 또 광고에 속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외우고 발표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면 결단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필사적으로 외우고 있었다. 산책을 할 때도, 쉬는 시간에도, 새벽에 일어나 잠을 줄여서까지도. 혹시 못 외우면 집에 안 보내주나? 못 외웠다고 감금하고 막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럼 왜 외우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못 외우면 내 스스로가 쪽이 팔릴 것 같다는 것이다. 3박 4일에 40만 원을 내고 들어 왔는데 쪽을 사지 못 할망정 쪽을 팔 순 없었다. 그리고 잘 외운 사람들에게는 상으로 책을 주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었다. 나는 '바.보.돈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이라는 책을 선택하여 외우고 낭송했다.

 

"죽도록 일을 해서 더 많은 화폐로 보상을 받는 것은 무의미. 그렇게 얻은 것은 과로사, 인격파탄, 공황장애. 어찌 이것이 해방이고 혁명이요. 이제 노동은 생명의 차원에서 다시 규정되어야 한다. 마르크스의 비전과 에도시대의 프리타를 넘어 장자의 신생을 구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최후의 혁명. 이것의 주체는 백수고 고로 백수는 우리 미래다."

 

나는 랩을 하듯 속사포처럼 외웠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리고 내가 첫 번째로 그 책을 받았다. 어린아이처럼 기뻤다. 두 번째로 다른 분도 그 책을 받았다. 함께 기뻤다. 세 번째로 다른 분도 그 책을 받았다. 조금 기뻤다. 네 번째 부터는 별로 감응이 없다가 참가자 전원이 그 책을 다 받았을 때는 기분이 안 좋았다. 심지어 낭송을 하다가 거의 다 까먹은 초등학생도 그 상을 받았다. 그 아이는 주최 측의 최측근 친척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상을 모두에게 다 줄 거라면 왜 3박 4일 동안 나는 그렇게 외웠단 말인가. 순간 허무했다. 40만원을 내고 내가 가져간 보상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책이 1만 4000원이니까 정확히는 38만 6천원 어치였다. 

 

그렇다면 더 많은 책으로 보상을 받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얼마나 더 보상을 받아야 만족을 하는 것일까? 왜 꼭 보상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이런 근본적 물음이 스쳐 지나갔다. 캠프가 끝나고 참가자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에 가는 2호선 안에서 나는 그 낭송을 바보처럼 흥얼거리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알았다. 내 몸에 글과 리듬이 새겨져 있음을. 보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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