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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이야기 동의보감> 꾀쟁이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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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9-18 08:47 조회284회 댓글0건

본문

 

 

 

 

 

꾀쟁이 의사

 

 

 

 

박정복 

 

몸의 아픔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대개가 통증을 수반할 때이다. 그런데 통증이 없어도 못 견디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잠을 자지 못하는게 아닐까 한다. 어쩌다 하룻 밤만 새도 다음날 무기력과 짜증으로 일상은 엉클어지기 일쑤인데 여러 날, 아니 습관이 된다면 그 고통이 오죽하랴? 게다가 헛소리를 하고 뛰어다니며 성내기도 하면서 잠까지 자지 못한다면 심각한 일이다. 이런 증상을 『동의보감』에선 ‘전질(癲疾)’ 또는 ‘전광(癲狂)’이라 한다. 

  

그 원인은 대체로 담(痰), 화(火), 경(驚) 세가지에 의해서다. 이로 인해 양기(陽氣)가 지나치게 성하고 위로 치밀어 오른 채로 막혀서 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여러 약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온갖 약을 써도 듣지 않은 환자가 있다. 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중이 갑자기 전질(癲疾)을 앓아 잠을 자지 못했는데 온갖 약을 써도 듣질 않았다. 손조(孫兆)가 말하기를 “오늘 밤 잠을 자면 내일이나 모레는 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짠 것이 있으면 대사에게 주어 마음대로 먹게 하고, 목이 말라 하거든 곧 와서 말해주시오”라고 하였다.

- 『동의보감』 292쪽, 법인문화사

 

의사 손조가 내리는 처방은 특별해보이지 않는다. 잠을 자지 못하니 잠을 자면 나을 거라는 것. 그런데 왜 짠 음식을 먹게 하여 목이 마르게 하는 걸까? 그가 쓰려는 약이 ‘진사산(辰砂散)’이란 걸 알게 되면 이런 의문이 풀린다.

 

 

진사산(辰砂散) : 여러 가지 전광증(癲狂證)으로 미친소리를 하고 마구 뛰어다니며 정신이 없고 잠을 자지 못하는 증상을 치료한다. 진사(반드시 밝고 투명한 결정면을 띤 것.)1냥, 산조인 (약간 볶은 것).유향(광채가 나는 것)각각 5돈. 위의 약들을 가루를 내고 먼저 환자가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가를 알아본 다음 환자를 조용한 방에 앉히고 앞의 약을 한꺼번에 먹게 하는데 데운 술 한 잔에 타서 단번에 마시게 하여 크게 취하게 하고 이 때 반드시 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 먹었으면 편안히 잠자리에 누워 자도록 한다. 만일 놀라서 깨어나게 한다면 다시는 치료하지 못한다.

- 위의 책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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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솟구친 기를 아래로 내리는 '진사산'

 

 

 

 

 

 

진사산은 위로 솟구친 기를 아래로 내리고 잠을 자게 하는 처방이다. 이것은 술에 타 먹어야 하는데 문제는 환자가 미친 소리를 하며 날뛰고 있으니 토하지 않고 온전히 먹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푹 자지 못하고 중간에 깨어버리면 다시는 치료도 못하니 시행하기 어려운 처방이다. 이 환자도 진사산은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손조가 생각해낸게 짠 음식을 먹여 목이 마르게 한 것. 목이 마르면 당연히 물을 찾게 될 텐데 이 때 물 대신 약을 탄 술을 먹이는 것이다.

 

 

밤이 되어 중이 과연 목이 마르다고 했는데 손조가 데운 술 한 잔에 약을 타서 한꺼번에 먹게 하고 얼마 있다가 다시 술을 찾자 또 반 잔을 주었다. 그 중은 이틀만에 깨어났는데 하는 일이 전과 같았다.  사람들이 그 사유를 물으니, 손조가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정신을 안정시킬 줄만 알았지 정신을 잃게 하여 잠들게 할 줄은 모릅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靈苑方』에 있는 진사산인데 사람들이 쓸 줄을 모를 따름이다. 

- 『강목』 (위의 책 292쪽)

 

환자는 목이 마르니 물, 술 가리지 않고 쭉 들이킬 것이다. 토하지 않고 정해진 양을 먹었으니 정신을 잃을 정도로 깨어나지 않고 푹 자서 기를 아래로 내릴 수 있다. 이처럼 의사는 약을 먹이기 위해 꾀를 내고 있다. 그 뿐인가? 이렇게 하려면 의사는 환자의 집에 밤에라도 가야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병원 문을 나서면 의사와 환자가 단절되어버리는 우리 시대의 치료와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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