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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이야기 동의보감> 연출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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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10-16 09:29 조회132회 댓글0건

본문

 

 

 

 

연출가 의사 

 

 

 

 

 

박정복 

 

한의학적 치료는 대개 약과 침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로써 효과가 없을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동의보감』에는 약과 침이 아닌 방법으로도 병을 고친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 중 하나. 어떤 욕쟁이 부인을 치료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부인이 배는 고픈데 식욕이 없고 늘 성내고 욕을 해대며 곁에 있는 사람을 죽일 것처럼 하면서 악담을 멈추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로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대인이 보고 말하기를 “이것은 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하면서 두 창기에게 화장을 시켜 광대짓을 하게 하니 부인이 그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다음날 또 씨름을 하게 하였더니 또한 크게 웃었다. 곁에서는 늘 음식을 잘 먹는 두 부인이 음식이 맛있다고 자랑하게 하여 병든 부인이 그것을 보고 음식을 찾아 한 번 맛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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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며칠 하지 않아 성내는 것이 점차 줄어들고 음식을 점차 더 먹게 됨으로써 약을 쓰지 않고도 병이 나아 그 후에 아들까지 하나 낳았다. 그러므로 의사란 재치가 있어야 하지 재치가 없다면 어떻게 무궁한 병변(病變)에 응하겠는가? 

- 「내경편」, ‘신’, 294쪽

 

참 난감했을 것 같다. 배는 고프다면서 먹지는 않고 끝없이 욕을 해대면서 사람을 죽일 것처럼 달려드니 보는 사람도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온갖 치료를 해도 듣지 않았으니 그 막막함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병이 있으면 치료도 있는 법. 

  

배우들을 불러모아 분장을 시키고 연기를 시키는 의사가 있지 않은가? 약과 침통을 든 의사가 아니라 연극 연출가인 의사. 환자를 웃기기 위해서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바로 치료제다. 워낙 증상이 심하다보니 소소한 웃음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틀이나 배우들을 광대짓하게 하고 씨름하게 한걸 보면.

  

마치 한 편의 마당극을 보는 것 같다. 마당에 울긋불긋 치장한 광대들이 걸찍한 대사를 주고 받으며 개그를 하고 그 옆에선 두 여자가 한 사람 죽어도 모를만큼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이 정도라면 동네사람들도 모여들었으리라! 드디어 환자가 웃고 또 먹기까지 했을 때 환호가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마치 축제판과도 같은 치료의 장! 치료가 이처럼 유쾌할 수 있다니! 요즘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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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치료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쁨의 기운이 분노의 기운을 제압한다는.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화가 났다가도 한 번 웃음에 사그라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분노가 워낙 크니 기쁨도 커야 한다. 그러니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만들었다는걸 환자가 모르게 속여야 환자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의사는 연출을 서슴지 않았으니 그 재치가 놀랍다. 의사가 아닌 우리도 이러한 재치를 알아두면 언젠가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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