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의 몸과 삶> 힘겨운 보살핌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 글쓰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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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폐경기 여성의 몸과 삶> 힘겨운 보살핌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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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앗 작성일18-10-23 09:33 조회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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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겨운 보살핌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                                                                                                                                                                 최소임

 폐경기에 접어든 중년 여성들을 흔히 ‘샌드위치’ 세대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많이 컸지만 아직은 엄마 손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부모님이 연로해서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에는 여성들이 자신을 돌보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거나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다. 


 A는 쉰한 살의 여성으로 간호사이며 주부이자 십대인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일흔둘의 아버지를 돌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고, 어머니가 평생 해왔던 식사와 빨래, 청소를 대신 할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직장에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집에서 차로 30분 걸리는 곳에 살고 있는 아버지를 챙기는 것이 그녀에게는 힘겨운 일이다. 늘 피로에 시달렸고 비만과 고혈압이 그녀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홍조와 불면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다섯 형제 중 맏이이며 외동딸이다. 두 동생은 멀리 떨어져 살지만 나머지 둘은 아버지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B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를 보살피면서 당뇨병이 더욱 악화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집안에 낯선 사람이 드나드는 걸 싫어하셔서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간병인이나 간호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오직 내가 보살펴주시기만 바라시는 아버지를 보면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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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헌신과 힘겨운 보살핌은 다르다는 걸 깨닫자. 아무 조건 없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헌신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 그러나 힘겨운 보살핌이나 과도한 피로는 우리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배터리를 소모시킨다. 과도한 보살핌은 죄책감이나 마음의 부담감을 보상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이 둘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방법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과도한 보살핌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싶은지 자신에게 100% 솔직해보라.
                                                                        -  크리스티안 노스럽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127쪽

 누구나 식물이나 동물 또는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보람과 기쁨을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타자를 돌보려고 하는 마음은 인간의 선천적 본능이 잘 발휘된 긍정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돌보려고 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칭찬에 마음이 가 있으면 과도한 보살핌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며, 시선이 다른 사람에게 꽂혀 있으면 자신을 소외시키게 된다. 위 사례의 여성들이 건강이 악화됨에도 혼자서 아버지를 돌보려고 한 것은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B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당뇨병을 치료받던 중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자신을 다른 남자 형제들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 즉 아버지를 보살피는 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돌봐드리길 고집했던 그녀의 태도는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과 칭찬을 구하는 방법이었다. 


 또 우리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보살핌을 베풀기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착해서 그런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A는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그들은 집안일에 대해서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천사’라고 표현했던 어머니와 A, 두 여자가 모든 것을 도맡아 했다. 안타깝게도 A의 어머니는 희생양이 되어 쉰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A는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당하거나 원망을 들을까봐 두려웠다. 모든 짐을 누나가 혼자 져서 그동안 얼마나 편했는데 그 이익을 쉽게 포기하겠는가. 좋은 누나가 되고 싶어 희생을 마다 않는 그녀에게 동생들은 계산적인 감사와 갈채를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이 자신을 소진하는 힘겨운 일이 되지 않으려면 대가나 보상의 유혹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럴 때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법, 한계를 분명히 하는 법, 다른 가족에게 짐을 나눠주는 법, 그들에게 당신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같은 책, 130쪽)  

 A는 아버지를 돌보는 문제에 대해 동생들과 상의했다. 물론 동생들이 바로 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다. 한 동생은 매우 화를 내며 한 달 동안 누나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이 짐을 나눠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보살피는 일의 40% 정도를 동생들이 맡아 주었고, 아버지도 혼자 지내는 법을 많이 배웠다. A는 체중이 많이 줄고 혈압도 내려갔다.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불편한 마음은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위안이 되었다. A의 가족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리지 못하는 상황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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