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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동의보감과 요가> 기억의 두 얼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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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그런은희 작성일18-11-20 22:39 조회1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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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memory)’의 두 얼굴(1)
                                                                                                                                                                   

               정은희

   

 

‘기억’을 잃어버린 사나이 
 2008년에 사망한 헨리는 20대 후반까지 간질병을 앓던 환자였다. 헨리는 어린 시절에 시작된 간질 발작이 점점 심해지자 27살이던 1953년 ‘실험적인 뇌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1950년대에는 간질발작에 대한 마지막 치료법으로 뇌의 옆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곤했다. 그 환자들 중 하나였던 헨리는 그의 뇌에서 해마 등을 포함한 양쪽 내측두엽 절제술을 받았다.
 헨리의 간질 발작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수술 후 헨리는 오늘이 며칠인지,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바로 몇 분 전에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뇌에서 해마가 없어지면서 그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수 없게 되었다.  30초 넘게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일종의 기억상실증환자가 된 셈이다. 지능지수도 평균보다 높았고 십자말풀이도 즐기며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여든 두 살 노인으로 숨질 때까지 그의 ‘기억’은 수술 전인 1953년에서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후 뇌과학계에서는 종종 그를 실험에 요청했고, 그는 많은 뇌과학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기억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27살 이후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도 감정도 생겨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현재뿐이었고, 그 현재는 곧 잊혀졌다. 

 

‘기억(memory)’ 덕분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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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해마는 바다 물고기 해마와 모습이 비슷하다

헨리의 내측두엽을 절제한 후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는 그를 관찰하며, 뇌과학자들은 기억에 대한 여러 실험들을 이어갔다. 인간이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를 경험하게 되면, 뇌속에서 그 경험은 뇌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신호의 활동으로 변환된다. 신체가 느끼는 감각과 경험이 뇌에서는 전기신호가 신경세포를 통해 서로 연락하는 과정이 된다. 우리들의 경험은 전기신호의 활동으로 뇌의 해마에 저장되는 순간 기억이 만들어진다. 우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들의 횟수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각 폴더별로 분류하여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어져 기억하게 된다. 단기기억은 잠시 기억하고 곧 잊어버리는 기억을 말한다. 생활하는데 잠시 필요한 정보들을 기억했다가 곧 잊어버리는 경험들을 생각하면 된다. 장기기억은 자신 안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기억들을 말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도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은 다 장기기억이다. 기억의 형성은 해마에서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해야하는 경험이나 습관들은 전두엽에 저장한다. 이후 새로운 상황 혹은 낯선 일들을 만나게 될 때 전두엽이 이 장기기억들을 고려해서 상황을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위한다.
 

 이와 같은 기억의 형성과 저장은 뇌에서 신경세포의 연결패턴을 만드는 과정으로 일어난다. 뇌에는 1000억개(우리 지구의 인구수는 60억이다. 비교해보시길~)의 신경세포들이 있다. 하나의 연결패턴을 만들어서 뇌 속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우리들이 어떤 생각을 하거나 특정한 기억을 떠올릴 때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뇌 속에서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연결패턴이 있다. 기억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연결패턴이 생겼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 혹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만났을 때, 뇌의 신경세포들의 여러 가지 연결패턴을 빠르게 스캔하여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가려낸다. 그리고 현재적 경험이 추가되어 다시 기억으로 저장된다. 기억을 저장할 때 분류를 해야 하는 이유도 빠르게 기억을 불러 올려서(불과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판단하고 행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이나 행위를 즉각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고, 이때는 빠르게 기억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패턴화를 시키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뇌의 방식 중 하나이다. 또한 필수적인 기억이 아니라면 패턴화된 기억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기억을 재생할 때 너무 많은 폴더들을 기웃기웃하다보면 여기에 에너지가 많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의 신체와 뇌는 에너지를 많이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려 한다. 나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억은 우리 생명활동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인간의 신체가 외부세계와 만나는 순간마다의 경험, 감각, 이때 일어났던 여러 생각들은 다 기존의 기억에 비추어본 후 새롭게 정리되어 다시 저장되는 일련의 과정이 우리에게는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이어진다.

 

‘기억(memory)’은 우리에게 믿음이 된다
 기억의 중요한 역할을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어제의 내가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됨을 인식한다. 집도 나의 집이고, 해야 할 일도 어제 했던 일들의 반복이다. 물론 그날의 일정마다 조금씩 다른 행동도 해야 한다. 이처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동일한 나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태어난 날의 상황까지야 기억나지 않지만 6~7살 무렵의 어린 시절 나의 기억 그리고 청소년기, 청년기, 요 며칠간의 기억으로 인해 나는 일관된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게 된다. 앞에서 등장한 헨리의 경우 그는 27살까지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기에 그는 자신을 영원히 27살의 청년이라고 밖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헨리에게 27살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경험들, 새롭게 습득한 것들은 다 저장되지 않고 사라졌다. 기억을 형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헨리에게 헨리라는 일관된 사람은 27살까지의 기억으로 구성된 헨리이다. 그의 기억이 그를 헨리라고 일관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기억이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핵심내용이 된다는 뜻이다.

 

내가 지금 여기 있고, 나는 전부터 일관되게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연속해서 성장해 온 존재이다, 라는 것은 모종의 ‘맹신’이랄까 신앙이랄까. 즉 그렇게 굳게 믿고 있을 뿐이지, 거기에는 아무런 보증도 없습니다. 그것을 보증해줄 유일한 근거는 실은 ‘기억’입니다.
                               『단순한 뇌, 복잡한 나』, 109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은행나무 출판사
 

SF영화를 보면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장소가 나오고, 그 자극이 주인공 뇌의 신경세포들을 새롭게 연결하거나(칩을 심거나^^) 혹은 만들어진 연결패턴을 지워서 다른 기억을 심어주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우리들의 기억이 조작될 리야 없지만은, 나를 나라는 연속된 존재로 믿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기억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은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어져온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겪는 현재적인 사건들은 우선적으로 자신이 간직한 기억에 기준해서 판단된다. 나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처럼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 그 판단은 자신의 경험이 만든 기억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자신이 현재 믿고 있는 것들은 곧 자신의 기억에 비추어서 만들어진 것이며, 그 기억의 실체는 자신의 경험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맨 왼쪽의 글자는 마치 P와 약간 떨어져서 점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모양을 어떻게 감추느냐에 따라서 ‘R’(중앙)로도 보이고 ‘B’(오른쪽)로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보이는 일부 정보만을 가지고 나머지를 보완한다. 그 보완은 사실 자신이 가진 기억에 기초해서 상상을 가미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아래 가려진  글자들을 인식한다. 자동보완 장치가 돌아가고 있다.^^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때 우리가 의지했던 기억은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은 제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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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기억에 의지하여 추측을 해야 하므로 그런 사고 패턴의 ‘속박’이 생겨나고 마는 거죠. 하지만 이 사실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의 사고나 신념은 ‘기억’에 의지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뇌, 복잡한 나』, 115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은행나무 출판사

 위의 가린 글자들이 R이나 B로 보이는 것은 우리 눈의 착시현상이다. 착시는 우리 눈이 자신의 정보(기억)를 바탕으로 보정작업을 한 후 우리 뇌가 판단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우리 뇌가 현재 주어진 정보들로 상황을 판단할 때 패턴화되어 저장되었던 기억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이미 경험한 것 속에 묶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된다. 기억은 우리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억 덕분에 나라는 사람이 일관되게 인식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의 작용은 자신의 뇌 안에 있는 패턴들 속에서만 선택이 가능하게 한다.

 "뭔가 다른 해석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단순한 뇌, 복잡한 나』, 115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은행나무 출판사) 패턴이 바로 기억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 경험으로 만들어진 기억이 패턴이 되어 자신이 만나는 다양한 상황과 예상치 못했던 일들 속에서 판단과 행위를 할 때, 기준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우리는 '가치관' 또는 '신념' 그리고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만나고 감각하고 경험하는 외부세계는 일정한 사고 패턴의 속박 속에서 만나질 수밖에 없다. 

 

 뇌의 신경세포의 연결패턴은 자주 전기신호가 흐를수록 강하게 연결되고 고정되어 간다. 연결패턴에 자주 전기신호가 흐른다는 것은 일상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든지, 비슷한 생각을 매번 한다든지, 각기 다른 다양한 상황과 사건 속에서 일정한 패턴의 행동양식을 보인다든지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라고 부른다. 연결패턴이 강해지면 자동반사적으로 감각하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적게 들이는데 유리하다. 때문에 우리들은 습관화를 시키려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  결국 기억과 습관은 인간 생명활동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오래 유지하려고 만든 우리의 기억과 습관 형성이 시스템으로 고정되어 속박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중대한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실재 세계를 만난다고 자신은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나름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을 단서로 해서 이 세계를 체험할 수밖에 없""(『단순한 뇌, 복잡한 나』, 115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은행나무 출판사)다는 것을 우리 뇌의 연결패턴형성과 작동의 방식이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패턴들을 어떻게 다르게 연결해볼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그것이 바로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 될 것이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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