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의 몸과 삶> 심장의 문을 열어라 > 글쓰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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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폐경기 여성의 몸과 삶> 심장의 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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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앗 작성일18-11-27 09:43 조회8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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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의 문을 열어라

​                                                                                                             최소임

 이번 글에서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의 저자인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노스럽은 쉰 살의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턱까지 연결되는 목의 통증을 느꼈다. 마치 주먹으로 식도를 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었다. 그녀는 여성의 심장발작은 목과 턱, 윗가슴에 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통증이 심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왜 이렇게 심장이 아팠을까?

심장의 구멍과 털

먼저 동의보감에서는 심장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주 지혜로운 사람은 심장에 구멍 7개와 털 3가닥이 있다. 보통 지혜로운 사람은 심장에 구멍 5개와 털 2가닥이 있다. 조금 지혜로운 사람은 심장에 구멍 3개와 털 1가닥이 있다. 정상인은 심장에 구멍 2개가 있고 털은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1개의 구멍이 있다. 아주 어리석은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1개 있는데 그나마도 몹시 작다. 구멍이 없는 것은 정신이 드나드는 문이 없다는 것이다.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과 털 세 개가 있다. 일곱 개의 구멍은 북두칠성과 상응하고, 세 개의 털은 삼태성과 상응한다. 따라서 마음의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응하지 않을 수 없다. 
                                                                                             -허준, 『동의보감』, 「내경편」, ‘심장’, 400쪽
                                                

 심장의 구멍과 털의 개수가 많을수록 지혜롭고 적을수록 어리석다. 심장에 구멍과 털이 있다는 것도 그것으로 지혜로움을 판단한다는 것도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동의보감에서 바라보는 지혜로움의 척도가 천지와 감응하는 정도라는 점이다. 정신이 드나드는 문과 반응하는 털이 외부와 감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다. 이 채널이 얼마나 많은가가 감응의 정도를 결정한다. 심장에 7개의 구멍과 털 3가닥이 있어 아주 지혜로운 사람은 저 멀리 떨어진 북두칠성, 삼태성과도 감응할 수 있는 소통의 크기를 가졌으니 어떤 존재와도 교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구멍과 털이 다른 장부가 아닌 심장에 있다. 심장이 신지(神志) 즉 정신활동 전반을 주관한다. 그래서 심장은 몸에서 군주의 역할을 한다. 심장과 신지, 몸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소통능력은 심장의 건강과 그대로 연결된다. “심장이 작으면 근심으로 병들기 쉽고, 심장이 크면 근심이 있어도 쉽게 병들지 않는다.”(『동의보감』, 401쪽) 여기에서 심장의 크기는 해부학적 크기가 아니라 소통의 크기를 말한다. 활발한 소통능력은 건강한 심장에서 나온다. 그리고 활발한 소통이 다시 심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웬만한 근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외부와의 소통이 막히면, 마음의 문이 닫히면 심장이 상하고, 군주가 병들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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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에 대한 잘못된 믿음
 노스럽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녀의 가슴 통증은 그녀의 닫힌 마음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가슴 통증이 생겨난 즈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노스럽은 한 달 동안의 캠프를 마친 막내딸을 데리러 갔다. 딸을 데리러 가기 며칠 전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다시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정다울까?’ 하지만 그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다. 딸을 위해 다트머스로 가는 여행까지 준비했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오는 세 시간 동안 잠든 딸을 바라보며 딸이 집을 비웠던 시간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꼈다. 또 감탄사를 연발하며 기뻐할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3주일 전부터 열심히 단장한 거실에 대해 딸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4시간의 행적을 더듬어 본 결과 내 가슴통증은 딸과 예전 같은 유대관계를 회복하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슬픔을 반영한 것이었다. 딸과의 재회는 내가 원했던 친밀한 관계나 살가운 느낌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녀는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스스로를 가슴 통증으로 몰아넣은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있던 그녀는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방식대로 딸을 대하려고 했다. 사실은 딸을 위해 준비한 여행과 집 단장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딸들에게 부담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반대로 행동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노스럽의 잠재의식 깊숙이 숨어 있는,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의 노스럽은 항상 집을 비우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 엄마의 사랑과 칭찬을 받기 위해 좋은 아이가 되려고 애쓰는 아이였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일은 무엇이든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은 결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못한다. 애쓰면 쓸수록 결핍감만 커질 뿐이다.  노스럽의 이런 태도는 결혼생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엄마와의 관계에게 만족되지 않았던 것을 남편에게서 채우려 했고, 남편에게서 얻지 못하는 감정적 만족을 집 밖에서 얻으려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직장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죄의식을 만회하려고 희생적 엄마를 자처했다. 남편과 헤어진 후에도 아이들에게는 이혼의 상처를 안겨주기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자신도 상처를 표현하고 싶고 결혼생활의 실패를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소홀했다. 

 노스럽은 자신의 심장이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고 마침내 자신의 가치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가슴과 목의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혼을 겪으면서 늘 곁에 있어준 친구들의 존재를 깨닫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며 도움이 오면 그걸 받아들였다. 

 노스럽은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가로막고 있던 커다란 걸림돌을 발견했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녀들도 자신과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힘주어 당부한다. 

 

자신의 에너지 흐름을 막는 원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는 대체로 자신을 책망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마음이 더 굳게 닫히도록 만들 뿐이다. 우리가 내딛어야 할 첫걸음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 가슴 통증을 안겨주는 원인이 된 행동은 힘든 어린 시절을 잘 견뎌내기 위한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런 행동이 필요했으며,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자. 우리가 이런 행동패턴을 깨달았을 때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다.
                                                                      - 크리스티안 노스럽,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590쪽

 

댓글목록

김삼봉님의 댓글

김삼봉 작성일

자궁에 이어서 심장까지... 어쩐지 매번 공감하게 되는 연재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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