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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이야기 동의보감] 웃지 못할 웃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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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9-02-13 16:51 조회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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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웃음병

 


 


  박 정 복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듯이 ‘웃음이 보약’이란 말도 있다. 아무리 우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다가도 웃음 한 방이면 거뜬히 시원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기뻐서 웃기도 하지만 웃으면 기뻐진다며 일부러 웃게 하는 치료법도 있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 했으니 웃음은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게 다 그렇듯 웃음도 지나친 경우엔 병증이다. 요즘은 우울증이 만연한 시대라 웃음병이 있을까 싶지만 『동의보감』엔 아예 웃음이 그치지 않는 병증이 나온다. 

 

 

어떤 부인이 웃음이 그치지 않는 병이 생긴지가 이미 반년이 지났는데 여러 가지로 치료해보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대인(戴人)이 말하기를 “이것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소금 덩어리 2냥 남짓한 것을 불에 벌겋게 구웠다가 식혀서 곱게 가루낸 다음 강물을 큰 사발로 하나를 붓고 달여 따뜻하게 해서 세 번 먹이고, 그 다음 비녀 끝으로 목구멍을 건드려 열담(熱痰)을 4~5되 정도 토하게 하였다. 그 다음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먹였는데 며칠이 되지 않아 웃는 것이 멎었다. 『내경(內經)』에서는 “신(神)이 실하면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신(神)이란 심화(心火)이다. 불이 바람을 만나면 불꽃이 일어나는 것이 곧 웃음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오행가운데서 오직 화(火)만이 웃음의 뜻을 지닌다. 일찍이 한 노인이 웃음이 그치지 않고 침을 흘리는 것을 치료하였는데,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에 반하, 죽엽, 죽력, 생강즙을 가하여 먹였더니 웃음이 멎었다. 

- 「내경편」 ‘언어(言語)’346쪽

 

『동의보감』에 따르면 목소리는 오장육부라는 오케스트라가 내는 화음이나 다름없다. 목소리는 신(腎)에서 나온다. 심은 목소리가 주(主)가 되고 폐는 목소리의 문(門)이 되며 신(腎)은 목소리의 근(根)이 된다.(「내경편」 ‘성음’ 336쪽)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식이 있다는 증거이다. 의식은 신(神)의 작용이다. 신(神)은 심장이 주관하므로 심장을 목소리의 주인이라 했다. 또한 목소리는 들숨과 날숨의 리듬을 타고 나온다. 숨을 주관하는 것은 폐이고 폐에서 나오는 공기로 성대를 진동시키므로 폐는 목소리의 문이 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신장이다. 목소리는 에너지를 발하는 화기이며 양기이다. 양은 음에서 발원한다. 오장 중 수기이며 음기인 동시에 에너지인 정(精)을 저장하는 곳은 신장이다. 이 신장이 정(精)의 힘으로 수기를 목까지 끌어올려 양기로 바꾸어준다. 이 외에도 간은 소리의 청탁을 주관하고 비(脾)는 소리의 강약을 조절한다. 이처럼 목소리는 오행의 기운을 담고 있다. 이 오행의 기운이 한 쪽으로 뭉치지 않고 순환할 때 목소리의 고저와 강약, 음색은 순조로워진다.

  

또한 오행에 따른 장부마다 담당하는 소리가 있다. 이른바 오성(五聲)이다. 간은 고함소리(呼, 木기운), 심장은 웃음소리(笑, 화기운), 비장은 노래소리(歌, 土기운), 폐는 울음소리(哭, 金기운), 신장은 신음소리(呻, 水기운)를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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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볼 때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오장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환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치우치게 마련이다. 이 부인의 경우는 웃음을 담당하는 심장의 화기운(心火)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이처럼 사기(邪氣)가 많은 것을 한의학에선 실(實)하다고 한다. 실증은 열을 발생시킨다. 열이 많다보니 몸의 수액 또한 순환되지 못하고 열에 졸여져서 정체되어 있다. 이처럼 수기운이 뭉친 것을 담(淡)이라 한다. 비녀로 목구멍을 건드려 열담을 토해내게 한 걸로 보아 열담이 인후를 가로막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려 4-5되 가량이나 된 걸 보면 여간 많이 뭉쳐 있는게 아니다.

 

소금물을 먹인 것은 소금도 물도 수기운이어서 물로 화기운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오행의 상극원리로 볼 때 수극화에 해당한다. 그래서 뭉친 열담을 많이 토해낼 수 있었다. 물도 고여 있는 물이 아닌 흐르는 강물을 쓴 걸 보면 뭉쳐있는 덩어리를 풀기 위해 얼마나 의사가 정성을 다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다음에야 약도 썼으니 약보다 중요한건 강물처럼 기가 흘러야 하는 것임을 알겠다. 우습지도 않은데 계속 웃어야만 하는 고통. 보는 사람은 웃지 못할 웃음병이다. 그러나 흐르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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