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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과 의역학 | 공동체의 토대, 효율적인 공산주의 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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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아 작성일17-12-22 07:19 조회6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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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능력에 따라 일하는 우리의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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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면서, 혹은 담배를 빌리거나 길을 알려주는 따위의 호의라는 외피를 두르고 능력에 따라 일하는 행태가 나타나지만, 원시공동체에서는 대놓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이것은 공동체가 하나의 신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류학이나 역사학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원시공동체들에서 경제활동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다. 생존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집합적인 노력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는 공동체 전체가 궁핍에 빠지지 않는 한 개인은 결코 굶주릴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화폐, 마법의 사중주』, 고병권, 30쪽)

  공동체의 집합적 노력처럼 우리 몸도 기관들의 유기적 결합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숨을 쉬면 우선 폐가 공기, 즉 하늘의 기운(天氣)을 받아들인다. 이 천기는 폐의 하강력(숙강肅降 작용)에 의해 단전까지 내려가고 이어달리기 하듯이 신(腎)이 받아서 안으로 수납(납기納氣 작용) 하여야 한다. 이러한 숙강과 납기 기능이 약해서 천기가 폐 근처에서만 들락날락하면 호흡이 가쁘고 답답한 천식이 발생한다. 보통 나이가 들면 점점 호흡이 짧아지는 이유는 신에서 선천의 정(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태생적인 정기)이 줄어들면서 기운이 약해져 납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이다.

  이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쉽게 생각했던 호흡도 폐와 신이 함께 협업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신체에서도 유독 일을 많이 하는 기관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음인의 경우 신대비소(腎大脾小)하기 때문에 타고난 기운이 강한 신장이 다른 기관에 비해 일을 많이 할 것이다. 그렇다면 폐가 살짝 힘이 약해 호흡할 때 몸 안에 들어온 천기를 제대로 내리지 못할 경우, 신장이 좀더 위로 올라가서 천기를 끌고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신(腎)은 숙강이 아닌 납기를 담당하지만 천기가 자기한테 제대로 내려오지 않으면 기다리다 조금 마중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게다가 타고난 기운이 강하면 자기 일만 하면 좀 심심할 수도 있다. 즉 폐가 제대로 일할 때까지 기다리기 지루할 지도 모른다. ^^  그럼 어떤 의미에서 타고난 기운이 강한 기관은 자기 힘과 능력을 과하게 발휘해서 다른 기관들이 역량을 펼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 남 일을 떠맡는 경우로 ‘측부 혈액 공급’이 있다. 간단하게 말해 어떤 동맥이 막혀서 피가 통하지 않을 경우, 다른 동맥이 대신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심장병에서 가장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시나리오가 있다.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때로 동맥 혈관이 90% 막힌 사람이 50%만 막힌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다. 동맥 하나가 20년 동안 죽상판(콜레스테롤 같은 것이 굳어 국소적으로 딱딱해진 덩어리)을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신체는 그 20년 가운데 최소 몇 년을 그 동맥의 일을 아주 일부라도 다른 동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데 쓴다. 그게 바로 측부 혈액 공급이다. 마치 매일 출근길로 이용하는 다리의 한 차선이 장기 보수 공사와 같은 사정 때문에 갑자기 막힐 경우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직장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새로 찾느라고 애를 쓸 것이다.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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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부 혈액 공급도 이런 우회도로의 모습?

   이렇게 신체에서 특정 기관이 어쩔 수 없이 다른 기관의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있다면, 사주명리에서는 타고난 기운이 강한 오행이 다른 역할까지 떠맡는 경우가 많다.

 사주팔자를 뽑아 보면 오행상 어느 쪽으로든 다 기울어져 있다. 심한 경우 한 오행이 고립이거나 아니면 아예 없기도 하다. 한두 개의 오행만으로 된 경우도 있다(윽!) 고스톱으로 치면 한두 종류의 패만 들어온 셈이다. 그럼 판을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좀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또 패가 골고루 들어온 경우에는 누릴 수 없는 스릴이 있다. 그 스릴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고미숙, 99쪽)

  이처럼 사주가 한두 종류 오행으로 이루어진 경우, 육친에서도 비겁과다, 식상과다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여덟 글자 중 여섯 글자는 인성, 두 글자는 비겁이라고 해보자. 그럼 식상, 재성, 관성은 전혀 없는 것이기에, 먹고 사는 영역, 일을 마무리하고 돈을 버는 영역, 현장의 흐름을 읽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영역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비겁과 인성에 해당하는 일만 하고 살 것인가? 물론 인성과다 사주라서 부모나 타인에게 의존하여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고,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그렇게 살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운 좋게(!) 돈 없는 집에 태어나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러면 인성이나 비겁을 어떤 식으로든 식상, 재성, 관성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니 활용할 것이다. 이때 인성이나 비겁이 다른 육친이 없어서 혹은 있어도 없느니만 못해서 나만 힘들다고 징징댄다면 그건 정당할까? 자기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육친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던 것인데 이제 와서 하소연하다니 오히려 다른 육친들이 억울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정말 다른 도움 없이 인성이나 비겁의 기운만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면 여덟 글자에는 전혀 없는 오행이 지장간(地藏干, 지지에 저장된 천간)에 숨어 있거나 10년에 한 번씩 바뀌는 대운에 들어와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주원국에 금(金)이 없어서 평소에 맺고 끊는 것이 힘들다거나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는 게 힘든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갑자기 꼼꼼하게, 놓치는 일이 없이 하는 경우 알고보면 지장간에 숨어 있던 금기(金氣)가 특정한 조건하에서 별안간 발휘되었거나, 그날 그 시간이 금기(金氣)가 충만한 시공간이었을 수 있다.

  이처럼 의역학적으로 보면 겉으로 뚜렷하게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미 필요한 힘을 보태고 있는 존재들 덕분에 우리가 별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장에는 수천 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이 없으면 우리는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없다. 심지어 이 장 박테리아의 구성이 변화되면 우리 자신도 비만, 우울증, 신경질환 같이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평소에 장 박테리아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의역학에 견주어 보면 앞에서 효율적이라고 소개한 공산주의 원칙. 즉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에서 과연 ‘자기만의 능력’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한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타고난 기운이 강해서 어떤 일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이 억울해 해도 좋다는 정당성의 판을 깔아줄 수 있는지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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