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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② 망나니 파락호, 그녀의 이름은 독종 왕희봉-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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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5-08 00:56 조회3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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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리뷰쓰기-上

 

망나니 파락호, 그녀의 이름은 독종 왕희봉

 

 

 김희진

 

금릉의 뛰어난 열 두 여인, 금릉십이차! 그 중 8명은 어린 소녀들이고 4명은 결혼한 여인들이다. 당시엔 십대 중후반이 되면 시집을 갔기 때문에 결혼한 여인이래봐야 고작 20살 전후다. 어떤 여인들일꼬? 살펴보면, 첫째, 몽환적 선녀의 느낌을 주는 진가경은 녕국부의 며느리인데, 사실 신선계에선 경환선녀의 동생이라고 한다. (~ 역시!) 신비한 느낌만 팍팍 풍기고는 금방 요절해서 그녀는 끝까지 베일에 쌓인 여인으로 남았다. 영국부에서 보옥의 형 가주에게 시집 온 이환은 그닥 튀는 인물은 아니다. 가주가 어린 아들 하나를 남기고 요절하였기에 일찍 과부가 되었는데, 이 집의 법도상 과부는 큰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숙하고 정숙한 캐릭터이고 끝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승자(!). 보옥이의 친누나인 원춘은 궁중나인으로 뽑혀 들어갔다가 귀비에 이르게 되는 아주 고귀한 인물로 나온다. 가부의 흥망성쇠의 키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바로 아리땁고 요염하고, 인정욕망의 화신이며, 재력과 권력의 능력자이며, 호탕하기가 사내대장부를 능가하는 왕희봉이다.

 

희봉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가모가 대옥에게 소개하기를 이 사람은 여기서도 유명한 망나니 파락호인데 남쪽에선 속된말로 독종이라고 불렀지. 넌 그냥 독한 희봉이라고 부르면 될거야(1p.78)라고 한다. 시할머니가 자기의 손주며느리에 대해 어린 외손녀에게 이렇게 소개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녀가 정말로 그런 여자일까라는 의문보다는 시할머니와 스스럼없이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 그녀의 호탕함과 가모와의 관계에 더 눈길이 간다. 방마다 딸린 시녀가 너 다섯씩 되는데도, 그녀는 가모와 함께 식사 할 때는 옆에 서서 직접 식사시중을 든다. 대옥을 처음 보고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슬픈 시늉을 하다가 가모가 방금 진정했으니 또 눈물샘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니, 얼른 슬픈 표정을 바꾸어 밝은 얼굴을 하면서 농담을 지껄인다.

 

영국부와 녕국부라는 가씨 가문의 중심엔 가모라고 불리는 보옥의 할머니가 있다. 가부장 사회이니 바깥 일 하는 남정네들은 부인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지만 사실 집안이 돌아가는 사정에는 전혀 개입할 수가 없다. 아니, 관심이 없다. 희봉은 권력의 정점인 가모와 작은 어머니(왕부인)를 도와 집안일을 이끌어가는 실세이다. 한 가난한 노파가 왕부인의 옛 친척임을 내세워 뭔가 콩고물을 얻어가려고 영국부를 찾아왔을 때, 한 시녀가 모두 다 희봉 아씨가 주선하고 접대하지요. 오늘 마님을 못 만나더라도 희봉 아씨를 만나보면 이번에 오신게 헛걸음이 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한다.

 

가부(賈府)는 한 집안이라고 하지만 그 규모는 웬만한 기업 하나 이끄는 수준이다. 녕국부· 영국부의 사람들만 모아도 시녀와 하인까지 오육백 명이다. 손님이 오면 맞이하고, 사찰의 승려나 도사들에게 철철이 집안의 수복을 빌게끔 시키고, 각종 명절 때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그 명절에 알맞은 놀이를 하고, 요리를 먹으면서 노는 것이다. 먼데서 온 친척들이 머물게 되면 방을 배분하고, 알맞은 시녀를 보내주고, 아이들을 교육 시키고, 때마다 적당히 옷감을 배분하여 시녀들을 시켜 옷을 지어 입게 한다. 문지기들이 법도대로 잘 지키는지도 관리하고, 누군가 아프면 서로 음식을 보내기도 하고, 의원을 불러주고 문병을 한다. 각 방마다 월급이 원활히 지급되도록 하여 주인들이나 시녀들의 생활용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도를 지키지 않는 시녀는 벌하고, 나이가 찬 시녀들을 내보내 시집가게하고, 어린 시녀들을 사오고, 집안에 일거리가 생기면 적당한 사람에게 일감을 배분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모든 일이 다 들어있다. 도대체 바깥에 나가서 일하는 남자들은 뭔 일을 하는 걸까?

 

아무튼, 희봉은 이 주식회사 가부의 상무이사쯤 되는 위치에서 집안을 관장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엉뚱하게도 불법인 고리대금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놓아가며 쌈짓돈을 모은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모에게 잘 보이랴, 자기 능력 과시하랴, 남편 감시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알차게 돈을 모아간다. 300, 400.... 쌓여가는 그녀의 비자금은 어디까지 가야 멈출 것인가!

 

그녀는 게으른 욕심쟁이가 아니다. 시녀들만 일시키고 자기 도리를 안 지킨다거나, 인정이란 없고 안하무인인 그런 조○○ 자매들과 같은 천박한 금수저도 아니다. 그녀의 사촌동서 진가경이 요절했을 때, 그 장례를 관장해주기를 부탁받자 슬픔과는 별도의 마음자리에서 내심 기쁨이 폭발한다. 자기의 능력을 과시할 기회를 잡았다고 완전 각 잡고 일을 하는 것이다.

 

희봉은 다음날 아침 묘정이각에 벌써 녕국부로 건너왔다희봉이 내승댁에게 하는 말이 창밖으로 들려왔다. “기왕에 나한테 중책을 맡긴 마당이니 자네들 원망을 듣게 되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겠네나는 이 댁의 아씨마님처럼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어서 자네들이 멋대로 하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는 않을 테니까.”(1,294) 

묘정이각... 새벽 630분이다. 그녀는 이렇게 49일 동안 장례를 주관했다. 죽 한 술 뜰 새도 없이, 편히 눈 붙일 새도 없이 이 큰 일을 해냈다. 추상같은 명령에 하인들은 어기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게 되었고, 장례는 일사천리로 질서 있게 진행되었다. 그녀는 글을 몰라 다른 자매들 같은 풍류는 모르지만, 물표(物票)를 보는 눈만은 정확해서 계산이 안 맞거나 하면 귀신같이 잡아낸다.

 

그녀의 마음씀은 치밀한 것인지 세심한 것인지, 다른 사람이 생각 못하는 것까지 챙겨주는 다정한 구석도 있다. 가족들 모임에서는 돈 내야할 때 돈 내고, 농담해야 할 때 농담하고, 술 마실 때 술 취한다. 24효도노래자노인처럼 우스꽝스러운 짓과 우스개로 가모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가끔 인정머리 없는 짓을 하거나, 이잣돈 불리기에 매진하는 것은 그녀의 이미지에 안어울리는 것 같았다. 희봉이 너무 멋져 닮고 싶다가도 그녀의 내면의 욕망을 보면 왠지 좀 후져보인다. 내가 다 부끄럽기도 하다. 아니, 내가 왜? , 들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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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추동하는 힘은 인정이다. 잘했다는 칭찬과 감사 인사, 남들의 추앙이 그녀를 그토록 워크홀릭 되게 한다. 어떤 스님이 개인적 부탁을 할 때 희봉이 거절하자, 장씨 댁에서는 아씨네 집안이 이처럼 작은 일조차 해결할 만한 수단이 없는 줄로 알게 될까 걱정이군요라고 말한다. 희봉은 바로 마음이 변해서 그 일을 응낙한다. 독종 희봉이 이처럼 쉬운 녀자라니

 

 

(다음 주에 이어서...과연 희봉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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