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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 ④ 금릉십이차 우부책, 시녀열전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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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6-12 01:02 조회3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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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 ④ -下 

 

 

 

 

 

보옥이 금천아라는 어머니 방 시녀에게 껄떡댔다가 어머니가 그녀를 쫓아낸 사건이 있다. 얼마 후, 금천아는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하고 만다. 또 보옥과 손수건까지 교환하며 은근하게 마음을 나눈 장옥함이라는 창극배우가 있는데 그의 옛 주인이 그를 찾으러 오는 바람에 아버지인 가정은 이 두 가지 사건을 한꺼번에 알게 되었다. 보옥은 가정에게 피떡이 엉겨붙도록 한바탕 매질을 당한다. 거의 실신하다시피 누워서 여러 사람들의 문병을 받는 보옥! 보차가 와서 전에 없이 슬픈 얼굴을 하자 우리 보옥이는 엉뚱하게도 희열을 느낀다.

 

 

나는 단지 몇 차례 매를 맞았을 뿐인데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이처럼 가련히 여기고 슬퍼하는 자태를 드러내는구나그야말로 참으로 재미있고 볼만하며 가상하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리하여 내가 설사 어느 순간에 죽는다고 해도 저들의 한 가닥 동정을 얻게 된다면 내 일생의 사업이 모두 다 물거품이 되어 흘러간다고 해도 하나도 아까워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2권 p.315) 

 

살이 터져서 아파죽겠는데도 이런 생각이 들다니! 요즘 유행하는 속어로 관종인 것인가? 보옥이는 이번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을 받았다. 보옥은 알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마음들이 드러나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때, 환희를 느낀다. 죽어도 좋을 정도이다.

 

이 때, 보옥이가 먹고 싶다고 한 연잎탕을 배달하러 온 옥천아라는 시녀가 있다. 그녀는 며칠 전 죽은 금천아의 동생이다. 가지고 오긴 왔으나 보옥을 쳐다보지도 않고, 국은 딴 사람에게나 떠먹여 달라고 하라며 꽁 해 있는 그녀를 보고 보옥은 아픈 몸으로 계속 말을 걸고 농담을 건네 결국 그녀에게서 한 자락 웃음을 얻어낸다. 그러던 중 보옥이 실수로 국을 엎어서 뜨거운 탕이 보옥의 손으로 쏟아졌다. 놀란 시녀들이 달려드는데 보옥은 자기 손 데인건 안중에도 없이 옥천아에게 어디 데었어? 아파 안 아파?”라고 묻는다. 언니 금천아가 죽은 것 때문에 원한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보옥의 엉뚱할 정도로 진실한 마음은 억울함에 꽁꽁 얼어붙은 마음조차 슬며시 녹여버린다. 아니, 좀 덜 떨어져서 원한을 품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나 할까?

 

 

 

위계가 무너진 자리, 즐거움이 활짝

 

어느 날, 셋째 동생 탐춘이 자매들에게 초대장을 띄워 시사모임을 발기했다. 일명 해당화 시사모임이다. 한가하기 그지없는 유한계급의 자제분들은 한 집에 살면서도 이렇다할 껀수가 없으면 얼굴보기 힘들기 때문에 함께 놀고 공부하기 위해 한 가족 자매끼리 동호회를 만든 것이다. 보옥은 청일점! 모든 회원이 돌아가며 모임을 주도하기로 하면서 서로 필명도 지어주고 벌칙도 정해서 제법 그럴 듯하게 모임을 꾸려나간다. 시 짓는 솜씨는 단연 대옥과 보차가 뛰어나다. 보옥은 맨날 벌칙을 받는데도 제일 흥겹다.

 

얼마 후, 사상운이 또 놀러와서 보차가 마련한 꽃게파티와 함께 시사모임을 열었다. 시 짓기 전에 집안 어른들을 모두 모시고 꽃게를 먹는데, 희봉은 가모 옆에 서서 시중드느라 바쁘다. 상운은 상을 더 펴서는 원앙, 호박, 채하, 채운, 평아 등을 앉게 했다. 모두 시녀다. 그 중 원앙은 가모의 그림자와 같은 시녀아이다. 시녀 원앙이 주인 희봉에게 말하길, 아씨가 여기서 시중을 들더라도 우리는 그냥 먹기만 할 거예요.” 희봉이 대답한다. 걱정 말고 먹기나 하라니까, 모두 나한테 맡기고.”

 

두 손에 게장이 묻어 손을 못 쓰는 희봉, 앉아서 먹기 바쁜 시녀들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술을 한잔 씩 입에 대준다. 희봉은 쭉쭉 빨아마시면서 바삐 돌아다닌다. 이 와중에 희봉의 몸종인 평아가 사고를 친다. 호박이 자기를 놀린다며 호박의 얼굴에 꽃게의 노란 장을 문지르려고 달려들었는데 호박이 피했다. ! 그 뒤엔? 희봉의 얼굴이 게장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오 마이 갓! 독한 희봉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사단은 일어나지 않는다. “요년! .깔이 삐었냐!” 소리 한 번 지르고, 모두 왁자지껄 더 신나게 웃으며 즐거운 자리를 이어간다. 친구들과 정말 재밌게 놀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 꽃게 파티는 대관원에서의 주종 관계가 어떠한지를 잘 나타내준다. 이들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종은 종이고 주인은 주인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와 말은 왜 이토록 종종 어떤 권위나 위계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걸까? 우리가 잘 상상하지 못하는 이런 분위기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리얼스토리다. 주종관계에 있어도 마음을 나누지 않고, 함께 어울리지 않고는 같은 공간에 있을 수가 없다. 잔치하는 날, 시녀를 죽도록 일만 시키고, 무시하고, 벌하는 주인이 있다면 그들 또한 즐겁지 않을 것이다. 죽을상을 하고, 신경질을 내며 먹는 밥은 얹힌다. 마음이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음을 나눌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같은 부류의 친구들과는 마음을 나눌까? 가족들과는 마음을 나눌까?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꼭 동등한 위치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마음 자체가 위계가 없기 때문이다. 홍루몽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보물이 바로 이 위계를 초월하는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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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은 아마도 수평적이지도 수직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일정한 모양 따위는 없이 그저 흐르고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렇게 가부장과 주종관계의 질서 안에서도 끊임없이 그 견고함이 해체되어야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유지된다. 종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도 인간으로 살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 예전에 피지배계급이 인간의 수평적 관계에 환상을 품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 가운데엔 인간의 수직적 관계를 꿈꾸는 자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옥이는 그 시대에도 반시대적이었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반시대적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옥이가 보여주는 마음의 행로엔 위계도 없고 평등도 없기에. 오직 모든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공명하는 울림만이 있을 뿐이기에.  _④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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