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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⑤ 마음씀의 기예-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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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6-26 09:26 조회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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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리뷰쓰기-​ 

 

 

 

 

마음씀의 기예 

 

 

김희진

 

 

 

유노파의 대관원 유람

 

 

대관원은 섬과 같은 곳이다. 자기와 다른 계층이 득시글거리는 외부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다. 어느 날 이 섬과 같은 고대광실에 한 가난한 노파가 불쑥 찾아온다.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 예전에 왕씨(왕희봉, 왕부인)의 먼 일가친척이라는 것을 빌미로 한 번 찾아와서 희봉에게 돈을 몇 푼 얻어간 적이 있는 유노파가 그 때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두 자루 가지고 온 것이다. 우연한 만남은 때로 의외의 커다란 파장을 낳기도 한다. 가난한 노파가 그 집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유별난 일이 될 터인데, 가부의 중심 권력인 가모가 가족들과 한담을 나누다가 그런 노파가 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그 자리에 청해 함께 어울리게 된 것이다.

 

  가모는 고관대작의 딸로 태어나 귀하게만 자라다가 어린 나이에 가부로 시집을 온 전형적인 귀족부인이지만, 의외로 쉽게 이런 이질적인 사람과 잘 어울린다. 그녀는 유노파의 입담에 홀딱 반해서 며칠 묵어가라고 청하고 식사자리를 함께 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고 정해두지 않은 사람만이 이런 유연함을 보일 수 있다. 그것은 가모만이 아니라 유노파도 마찬가지다. 위축되거나 쪼는 법 없이, 실컷 그 상황을 즐기는 유노파야말로 임기응변과 유연함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사돈댁은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시우?”, “그래 눈이나 치아는 모두 괜찮은 거요?”... 가모의 격 없는 질문에 유노파는 없는 이야기도 지어내며 가모를 즐겁게 한다. 농사지으며 사는 바깥 이야기며, 풍문으로 들은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한편 만찬자리에서 희봉과 시녀들은 유노파를 놀려먹느라 바쁘다. 엄청 무거운 젓가락을 줘서 유노파가 쩔쩔매는 꼴을 보고 웃어 재끼고, 10개가 한 벌인 술잔을 구경시켜준다면서 그 잔에 술을 한꺼번에 마셔야 한다고 강요하기까지! 참 짓궂기 짝이 없는데, 유노파는 맛있는 음식과 휘황찬란한 고대광실을 체험하면서, 기꺼이 대갓집 아가씨들에게 배꼽잡고 넘어갈 정도의 우스갯거리가 되어줌으로써 분위기를 띄운다. 가모는 희봉 등의 장난을 만류하면서 유노파를 데리고 직접 대관원 구경을 시켜준다. 아마 새로운 기운을 만났기 때문일까? 가모는 평소와 다르게 너무 많이 걸은 탓에 유노파가 돌아가는 날엔 앓아눕기까지 했으나, 가모가 유노파에게 챙겨주겠다고 했던 음식이니, 옷감은 시녀들이 알아서 빠짐없이 챙겨 주었다. , 가모가 유쾌한 시간을 보낸 것에 덩달아 기분이 업된 희봉과 시녀들도 자진해서 옷가지에 돈도 얹어 선물한다. 유노파는 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선물을 가지고서 가부의 하인까지 두 명을 빌려 집으로 돌아간다. 푸성귀 두 자루가 방을 꽉 채운 산해진미와 금은보화로 되돌아온 꼴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희봉의 딸이 감기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고 유노파는 어린 아이의 액을 물리치는 이름을 하나 지어주고 돌아간다. 이렇게 맺은 인연은 훗날 예기치 않은 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삶을 채운 수많은 사건들은 각각의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홍루몽을 읽다보면 삶이란 인과로 맺어진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줄곧 하게 된다.

 

 

 

마음 그릇의 크기

 

유노파가 집으로 돌아갈 때, 보옥의 시녀가 와서는 보옥이가 주는 거라고 하며 귀한 찻잔 하나를 전해준다. 이 찻잔은 가모가 유노파를 데리고 대관원 바깥의 작은 절인 농취암에 들러 차 한잔을 얻어마셨을 때 유노파가 썼던 잔이다. 이 암자의 스님인 묘옥은 아리따운 수행승인데 성미가 까칠하기로 유명하다. 그녀가 가모에게 대접한 차 한 잔을 가모가 유노파에게도 마셔보라고 건네주었다. 나중에 시녀가 찻잔을 치워가지고 들어오자 묘옥이 쌀쌀맞게 말한다.

그 성화요 찻잔은 그냥 넣어두지 말고 따로 밖에다 둬요.”

..? ?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묘옥은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스님노릇 하는 처지에 자기 영역을 금 그어놓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면서 독야청청 놀이를 한다. 실제로 때가 묻은 것이 아니라, 혼자 관념적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을 더럽게 보고서는 찻잔에 그놈의 관념적 때가 묻었다는 것 아닌가! 참 마음 그릇 좁다. 보옥은 묘옥의 뜻을 알아채고, 은근히 제안한다.

 

저 찻잔이 비록 더렵혀지긴 했지만 그냥 밖에 내버려둘 거라면 너무 아깝지 않아요? 내 생각엔 차라리 그 가난뱅이 할망구한테 줘버리는 게 좋겠는데. 그럼 그 할머니가 팔아서 돈으로 쓸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생각해요?” (홍루몽 3, p.35)

 

이렇게까지 간곡히 말하니 묘옥도 말리진 않겠다고 한다. 보옥은 이토록 까칠한 여인을 상대할 때는 또 거기에 맞게 곡진하다. 자기가 나가고 나서 시동들한테 물을 길어다가 여기를 씻으라고 하겠다고. 그랬더니 묘옥은 들어오지는 말고 밖에 담장 아래에 물동이를 두고 가랜다. 보옥 왈, “물론이지요.”

 

 

 

_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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