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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⑤ 마음씀의 기예-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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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7-03 02:06 조회3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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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향하는 곳

 

희봉의 생일날이 다가오자 가모는 좀 더 재밌게 보내고 싶은 생각에 가족들이 모두 돈을 조금씩 모아서 희봉의 생일잔치를 챙겨주자고 제안한다. 안식구들이 제각각 돈을 조금씩 내서 잔치를 한 번 크게 여는 것인데, 가모는 언제나 무슨 껀수만 있으면 이렇게 가장 신이 나서 자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생일이면 생일, 답례면 답례, 명절이면 명절....그칠 틈이 없다. 우리 생각엔 언제나 똑같을 것 같지만 가모는 모든 행사가 다가올 때마다 어떻게 상대방을 청할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를 며느리들 또는 시녀들과 상의한다. 지난 번엔 상운이가 시모임에 가모를 초청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답례자리를 마련할 계획을 세우더니 이번엔 희봉의 생일이다.

 

가모는 가부의 중심이다. 그녀는 언제나 안살림의 모든 구성원들을 살뜰히 챙기는데, 가장 마음을 쓰는 부분이 바로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이 인자한 할머니는 기력도 좋고, 취미도 다양해서 연극이나 수수께끼, 골패놀이, 술자리의 주령놀이 등 끊임없이 가족들을 모아서 논다.

 

그녀가 가진 권력은 청나라 시대에 집안의 여자 어른을 극진히 모시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정네들이 가모에게 꼼짝을 못하고, 그들의 힘은 자연히 가모에게 모였다가 집안을 다스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가모의 존재 자체가 바로 중심이고 질서이다. 이 때, 이런 어른이 중심을 잘 잡고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면 그 집안은 잘 유지가 되는 것이다. 가모가 유독 아이들을 아끼고, 그들과 소통하고 함께 재밌게 지내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대관원의 금릉십이차가 존재할 수 있다.

 

물론 가모의 권력은 가부 안에 한정된다. 그녀의 마음 또한 가부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바깥일을 하는 남정네들에게는 전혀 간여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습직을 받고도 직무태만인 가사, 가진, 가련 등이 바깥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가부의 운명이 내리막을 걷게 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들이 집 안에서 못된 짓을 하면 당장에 가모의 철퇴를 맞는다. 희봉이의 생일잔치 때, 희봉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슬그머니 빠져나와 평아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갔다가 남편인 가련이 외간여자를 불러들여 질탕하게 노는 현장을 잡게 된다. 희봉의 성깔대로라면 그년을 때려죽이고, 남편도 패대기쳐야 직성이 풀릴테지만 남편을 때릴 수 없어서 옆에 있는 평아를 때리고 만다. 그 둘이 속닥거리며 야차같은 희봉이 죽은 다음에는 평아가 정실부인이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평아가 희봉의 명령으로 그 외간여자를 때리자 이번엔 가련이 달려들어 평아를 때려버리니, 불쌍한 평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모는 희봉을 하루 데리고 잔 다음에 가련을 불러들여 사과를 시킨다. 그리고 그 둘을 다시 평아에게 보내 사과를 하도록 한다. 그 다음 이 일을 다시 입에 올리는 자에겐 몽둥이 찜질을 예약하며 사건 해결 끝~! 역시 명쾌하고 경우에 밝다.

 

가모의 마음이 가부라는 영역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 보옥이의 마음은 끊임없이 가부라는 견고한 성을 뛰쳐나온다. 시녀 습인이 며칠간 자기 집으로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시동을 한 명 데리고 몰래 습인의 집을 찾아가 만나고 온 적이 있다. 며칠 있다가 돌아올 시녀를! , 둘은 운우지정을 치룬 사이이니 그렇다고 이해해주자. 그런데 이번에는 희봉의 생일 날 또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소복을 갖춰 입고 시동 하나만 데리고서 정처 없이 말을 달린다. 계속 이쪽으로 가면 아무것도 없다는 시동의 말에 보옥은 그렇게 썰렁한 곳이 딱 좋다고 한다. 정말로 썰렁한 곳에 도착해 보옥이가 하려는 행동은 바로 죽은 금천아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외딴 절에 들어가 필요한 용구들을 빌려 간단히 예를 올리고 지전을 태우는 것으로 제사는 끝이지만, 옷을 갖춰 입고 여기까지 말 달려온 보옥의 마음은 지극하기 짝이 없다. 금천아는 어머니방의 시녀로 보옥과 딱히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자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렇게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미천한 시녀의 제사를 기억해뒀다가 자기가 직접 챙긴 것이다.

 

그 사이 집에선, 보옥이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아침부터 빠져나간 사태에 온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른다. 보옥은 돌아와서 친하게 교류하는 북정왕의 애첩이 죽어서 소복을 입고 다녀왔다며 거짓말을 둘러댄다. 보옥의 마음은 여전히 이곳 대관원에 있지 않다. 그는 바깥의 남자들의 세상을 혐오하지만, 그 질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가부 또한 견뎌내지 못한다. 가부에서도 외딴 섬과 같은 대관원이 그에게 위안을 주는 공간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거기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 그는 흩어지는 것들을 꽉 잡아두고 싶어 한다. 마음, 시간, 사랑... 그러나 그 희망이 부질 없다는 것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옥은 속이 상하고, 마음은 끊임없이 흩어지는 것들을 따라 외부로 탈주한다. 그것이 죽어버린 여자의 혼이든, 시집가는 자매이든, 그리움을 품은 마음은 언제나 사방팔방으로 분열되며 그것들을 따라 허공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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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으로 모이는 지극한 마음

 

지극한 마음이 언제나 보옥이의 경우와 같이 흘러가고 흩어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보옥이는 아주 이상한 놈이다. 마음이 지극해지면 보통은 한 곳으로 모인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밥 때도 잊고 오매불망 님 생각뿐이지 않은가.

 

여기 지극한 마음으로 식음을 전폐한 향릉이 있다. 그녀는 어린시절 납치당해 키워지다가 또 다시 납치와 다를 바 없이 개차반 설반에게 시집을 왔는데, 그 놈이 멀리 장사를 떠나게 되어 설반의 여동생 보차가 향릉을 대관원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짐보따리 들고 대관원에 들어가면서 향릉은 대뜸 보차에게 아가씨,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 제발 저한테 시 짓는 법이나 꼭 가르쳐 주세요.” 라고 청한다. 또 대옥에게 인사를 갔을 때는 대옥이한테 저한테 이 기회에 시 짓는 법이나 가르쳐 주신다면 정말 행운일 거예요.”라고 하며 또 청한다. 대옥은 흔쾌히 자기가 시 선생 노릇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시짓기에 대해 설명해주고 책도 빌려준다.

 

향릉은 풍류를 아는 대갓집 아가씨가 아니다. 그래서 시 짓기도 서투르고, 감상하는 것도 초보자 수준이다. 아마 향릉이는 대관원 아가씨들에 대한 동경으로 시를 배우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시를 읽고 익히게 되자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옛 사람들의 시를 읽으며 한 수 한 수에 경탄하고, 밥도 잊어버리고, 잠 잘 때도 잠꼬대로 시를 짓는다. 사랑하는 대상이 연인 뿐이랴. 이렇게 배움에 대한 열병도 사람을 달뜨게 한다.  그런 향릉이를 보고서 보옥이 문득 한마디 한다.그만한 경지에 이르렀다면 따로 시를 볼 필요도 없는 거야. 이른바 마음이 닿는 곳은 많지 않은 법인데 지금 말을 듣고 보니 향릉은 벌써 삼매경에 푹 빠졌다고 할 수 있는걸.” 역시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는 보옥!

 

향릉이가 시 짓는데에 온 마음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가모의 마음씀과 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모는 인자하고 자애롭지만 그 자애로움이 자신의 중심성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향릉이는 오로지 시 생각에만 골몰하여 밥도 잊고 자기도 잊었다. 그런데 배움이라는 것이 이렇게 열병처럼 와서 무아지경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해도, 존재를 변신시킨다는 점에서는 향릉의 마음씀도 주체를 떠나지 않는다. 잘못 지었다는 말을 들으면 실망하고, 그 다음 번엔 꼭 통과하기를 기대하고, 너무 부끄러우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는 것은 견고한 자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보옥이는? 잘 모르겠다. 뭘 열심히 하는 법이 없어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지극히 마음을 써도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고, 길게 생각하지도 않으며, 자기는 없고 오직 대상만 있다. 마음을 쓰면 쓸수록 자기는 없어져 버린달까? 이런 마음씀은 대체 어떤 것일까? , 더 탐구가 필요하다. 아직 보옥이에게 배워야 할 마음 씀의 기예가 많이 남았다.

 

다음 회를 기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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