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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 ⑥ 성대한 잔칫상도 끝날 날이 있다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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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7-10 01:35 조회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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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 ⑥-上

 

성대한 잔칫상끝날 날이 있다네

 

 

이야기가 중반에 접어들었다. 열 살 남짓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삼 사년가량 지나서 소녀들과 보옥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지금과 비교하면야 그 정도 나이는 아직도 어린애들 축에 속하겠지만 홍루몽의 아이들은 조금 점잖아진 것 같다. 보옥의 땡깡도 줄었고, 금릉십이차는 각자가 점차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운명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가부의 운명은? 여전히 흥성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감지하듯이 소설은 이제 그 다음을 향한다.

 

 

잘 살아도 돈!!!

 

홍루몽에서 가부의 재력을 가히 가늠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럿 나왔었다. 궁중으로 시집간 원춘귀비의 친정나들이도 그렇고, 녕국부 며느리의 성대한 장례식에서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성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의례였기 때문에 실제 가부의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녕국부와 영국부가 명절을 성대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청나라 절대 갑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할 명절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섣달부터 시작되어 정월 대보름까지 장장 한 달도 넘게 이어지는 명절 잔치는 그야말로 돈과 재물이 수레로 들어왔다가 수레로 나가는 풍요로움의 극치다. 이때는 가부에 속한 장원(莊園)에서 1년 동안 농사짓고 키운 것을 가지고 오는 때다. 흑산촌에서 가져온 물품 목록을 보면 큰사슴 30마리, 노루 50마리, 고라니 50마리, 태국돼지 20마리, 삶은 돼지 20마리, 긴털 돼지 20마리 멧돼지 20마리... 곰발바닥 20, 사슴 힘줄 20, 해삼 50....푸른 찹쌀 50, 흰 찹쌀 50, 멥쌀 50... 도련님과 아가씨들의 장난감으로 삼으라고 살아있는 각종 동물들 14쌍 등. 그리고 양곡과 가축판매 대금으로 은 2,500이다. 이것은 책에 나온 목록의 4분의 1정도다. 게다가 이것은 올해 홍수 때문에 작황이 안 좋아서 적게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가부는 이런 장원을 8~9곳을 소유하고 있다. 녕국부를 맡아보는 가진은 자기네 가문의 경제사정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는다. “요 몇 년 사이에 돈 쓸 일이 숱하게 늘었단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돈은 써야 하는 판인데 들어오는 곳은 늘어나지 않아서 지난 한두 해 사이에 적자를 많이 보았지. 그러니 자네들한테 달라고 할 수밖에 더 있어? 아니면 어디 누굴 찾아가겠나.” 이런 푸념에도 사람들은 귀비마마의 덕택으로 조정에서 금적적 혜택을 받고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으니 가진은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귀비덕에 돈이 들어오는 것 보다 성친의 일로 대관원을 짓는 바람에 집안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 집안 경제를 아는 사람은 귀비가 몇 년 후 다시 방문을 한다면 집안이 그 때 망해버릴 지도 모른다고 염려를 할 지경이다.

 

영국부의 희봉은 희봉대로 설 명절을 준비하며 돈이 궁했는지, 가모의 시녀인 원앙과 몰래 상의하여 가모의 물건을 꺼내 전당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가진이 파악한대로라면 희봉의 이런 행위의 목적은 따로 있다. 돈은 없고 어느 항목을 줄여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을 때, 은근히 이렇게라도 해서 남들에게 이 정도로 궁해졌다고 알리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참내, 금릉의 손꼽히는 대갓집이라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줄 알았는데 궁해서 앓는 소리들 뿐이다.

 

어쨌든, 재물이 들어오는 명절은 넉넉해지는 때다. 쥐꼬리만한 월급도 그것을 쥐는 순간의 기쁨이 있지 않은가. 가진은 집안의 관례에 따라 제사에 올릴 것을 가장 먼저 덜어두고 여러 가지를 나누어 영국부로 보낸 후에 나머지는 문중의 자제들에게 모두 나누어준다.

 

가진은 제기를 다 마련해 놓고는 신발을 신고 스라소니털로 만든 외투를 걸치고 사람을 시켜 대청 기둥 아래 양지바른 돌계단 위에 커다란 늑대가죽으로 만든 자리를 펴도록 하였다그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한가롭게 문중의 자제들이 와서 물건을 받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홍루몽 3,317)

, 이 맛에 부자하나보다. 이럴 땐 귀족놀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재물을 나누어 줄 때 특이한 점이 있다. 최근 일을 하나 맡은 가근이 물건을 수령하러 왔을 때 가진은 그를 쫓아내며 이렇게 말한다. “이런 물건은 본래 너희 중에 아무 일도 맡지 못해 빈둥대며 수입이 없는 젊은 애들에게 나눠주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일이 없이 놀고 있어서 네게도 준 적이 있잖으냐. 지금은 저쪽 부중에서 일을 맡고 있고 가묘에서 중과 도사를 관리하고 있는 마당에 여기 와서 이런 걸 받아가려느냐? 너무 욕심이 과하구나.”(p.317) 가진은 색이나 밝히고 빈둥거리는 한량으로 대부분 묘사되지만 집안의 내려오는 전통과 관례는 잘 따르고 있다. 세밑에 장원에서 들어오는 재물은 문중 백수들에게 나눠주는 명절 보너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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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는 조상에게 지내는 큰 제사가 있기 때문에 교외에 나가 신선술의 도를 닦던 가경도 집으로 돌아온다. 성대한 제사가 끝나고 나면 항렬에 따라 세배를 올린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연일 잔치다.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모두 화려하게 단장을 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밤새도록 떠들썩하게 즐기며 한밤 내내 즐겼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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