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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⑩넘치는 눈물, 무너지는 마음-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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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9-18 14:27 조회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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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⑩-下 

 

 

대옥의 죽음

 

홍루몽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미스테리의 미학(?)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소설을 너무 띄엄띄엄 읽었나?’ 라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많은 구멍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이 내 탓이 아니오, 구멍의 필연임을 깨닫게 된 것은 이 책을 세 번 쯤 읽었을 때다. 홍루몽의 미스테리는 선계와 현세를 넘나드는 소설의 구성에 있지도 않고, 마도파의 흑주술과 같은 마법에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참으로 이해가 잘 된다. 나는 이 책의 최대 미스테리를 보옥이 옥 목걸이를 잃어버린 사건이라고 꼽는다.

 

보옥이가 탁자 위에 잘 놔둔 통령보옥 목걸이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시녀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찾아대고, 형수인 이환은 몸수색을 제안하고, 보옥은 어른들께 뭐라고 말할지 꾸며대며, 결국 알게 된 가모는 거리에 방을 붙이기까지. 한바탕 쌩 난리를 치지만, 옥은 찾지 못한다.

 

보옥은 언제나 차고 다니던 옥이 없어지자 왠일인지 화가 난 듯, 바보가 된 듯, 인사불성이 되어버렸다. 곧 이어서, 가부가 배출한 최대의 자랑인 원비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탐춘은 이 모든 사건이 하나로 꿰어지는 듯 했다. 해당화가 기이하게도 때 아니게 피어났고 통령보옥을 잃어버린 것은 더욱 이상할 뿐만 아니라, 이어서 원비 언니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이는 모두 가운이 기울어질 징조라고(p.355) 여기는 것이다.

 

가모는 보옥이가 점점 멍청해지고 완전히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자, 보옥의 혼사를 서두른다. 원비가 붕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잔치를 할 수 없음에도 이런 모든 일들이 해결되기를 기다리거나 아범이 지방으로 떠난 뒤에 보옥의 병이 하루하루 더 나빠진다면 그때 가선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다소 법도를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혼사를 치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p.373)라며 쥐도 새도 모르게 혼사를 치르게 된다.

 

사실, 가부가 상중에 혼사를 치르는 것이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면 그저 소박하고 조용히 치르면 될 일이다. 헌데 이 결혼식은 완전히 도둑 결혼식’, ‘사기 결혼식이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보옥과 대옥을 속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보옥과 보차의 결혼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보옥의 시녀 습인이 왕부인에게 보옥과 대옥의 깊은 관계를 털어놓는다. 요는 보옥이가 정신도 온전치 못한데, 대옥이가 아닌 보차랑 결혼하는 걸 알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참으로 도련님 생각하는 지극정성인데, 오늘은 왠지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보차가 자매들 사이에서 인덕이 있고 처세에 맞는 정확한 사리판단을 하는 아이라면 시녀 중에서는 습인이가 으뜸이다. 그러나 그런 도리라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차가 보옥의 신붓감으로 정해지자 습인은 과연 윗분들의 눈이 정확하기는 해. 그래, 어울리는 배필이고말고. 내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어. 보차 아가씨가 이 집에 들어올 것 같으면 내 짐도 훨씬 줄어들게 될 거야.’ 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몸시중 드는 입장에서 까칠 대옥이보다는 맏며느리감 보차가 100배는 좋을 것이다. 그들의 도리는 평안에 있다. 그러나 자신의 편안을 위한 평안이기도 하다. 습인이야말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대옥이마저도 언제나 의심하는 보옥이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것은 습인이다. ‘도련님 마음속엔 오직 대옥 아가씨 한 사람밖에 없는데, 이 얘기를 못 들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알게 되는 날에는 또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습인의 오지랖 덕분에 희봉의 미봉책이 나오게 된다.

 

왕부인, 가모, 희봉은 신부 바꿔치기 계책을 써서 보옥에게 대옥과 결혼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결혼식을 치르게 한다. 악랄하게도 빨간 보자기를 뒤집어 쓴 보차 옆에 대옥의 시녀 설안이를 세워두고 신부입장을 시킨다. 대옥이와 결혼한다니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한 보옥은 좋아서 헤벌죽~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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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식장에 불려온 시녀 설안이는 내심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도대체 나를 데려다 뭘 하자는 걸까? 두고 볼 일이다. 보옥 도련님은 이전에는 우리 아가씨와 꿀에다 기름을 섞어 놓은 것처럼 사이좋게 지냈었는데 요즘에는 통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라는 생각이 들자 아무리 도련님이라지만 괘씸하기 이를데없다. 설안의 마음이 이럴진대 대옥과 더욱 가까운 자견은 어떠랴?

 

지금 대옥의 거처 소상관은 관을 준비해놓고 대옥의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보차와 보옥의 결혼을 비밀리에 진행시키려고 했으나, 가모 방의 바보대저라는 시녀아이가 입단속을 못해서 혼이 난 상태에서 또다시 바보같이 대옥에게 말해버린 것이다. 대옥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제정신을 못차리고 횡설수설하며 방황하다가 보옥에게로 간다. 얼이 빠진 두 사람은 그저 마주보고 히죽히죽 웃다가 헤어지고 만다. 이것이 보옥과 대옥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다. 그 길로 집에 돌아온 대옥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때 우리 울보 대옥은 울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에 와서는 슬프다는 생각보다도 오로지 한시바삐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 그렇게 해서 이 모든 인연을 깨끗하게 매듭짓고 싶었다.’ 두 시녀만이 대옥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곁을 지키고 있었다. 자견은 대옥이 곧 죽을 것 같아서 가모의 처소를 찾아갔으나 아무도 없고, 보옥의 처소를 찾아가도 아무도 없다. 휑하니 비어있는 걸 보고 슬픔에 북받친다. 자견이는 과부라서 결혼식에 참석을 안 한 이환을 불러다가 대옥의 임종을 맞이하게 한다. 그 와중에 집사어멈인 임지효가 대옥의 시녀를 결혼식에 쓰려고 데리러 온 것이다. 대옥이가 죽어가는 꼴을 보면서도 일말의 애도와 슬픔도 보이지 않는 어멈들을 보며 나도 마치 보옥이가 된 듯, 이 냄새나는 할망구들이 싫어졌다.

 

결혼식 전에 대옥이가 아프기 시작할 때 즈음, 가모가 와서 한 번 보고서 했던 말은 가슴 서늘하도록 매정하다. 우리네 같은 집안에서 다른 일도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되지. 대옥의 병이 만일 그런 일 때문에 생긴 병이 아니라면 천만금이 들더라도 고쳐줄 용의가 있다만, 그 때문에 난 병이라면 치료해도 나아질 리도 없을뿐더러 나부터도 그런 병은 고쳐줄 생각이 없다.”(p.392)

가모는 외할머니로서 손녀의 죽음이 가슴 찢어지도록 슬플 것이다. 그렇지만 가모의 마음은 더 가까운 관계인 보옥이에게 쏠려 있으며, 보옥에게 좋다고 판단되는 것이자 가문에 좋다고 판단되는 일을 위해 모두를 속여 가며 결혼을 강행한다. 거대 가문을 관리하는 역할의 필연적 결단이다.

 

대옥이 보옥과 결혼을 했다면 좀 더 나은 결말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가부 사람들이 짐작하듯이 대옥의 병은 생각이 많아서 생긴 병이다. 그것은 보옥과 결혼한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뿌리 깊은 병이다. 대옥은 이러나 저러나 요절을 할 수밖에 없는 강주초의 환생이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결혼의 과정에 개입된 많은 사건들과 속임수들이다. 보차마저도 보자기를 쓰고 대옥흉내를 내며 이런 결혼을 허락한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가. 대옥흉내를 낸 것도 모자라, 오랜만에 새신랑으로 만난 보옥이 완전 인사불성이 되어 있으니, 보차 또한 비극적 삶이 예견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삶은 이런 사건과 속임수와 우연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비극일 수도 있다. 

 

철모르고 핀 해당화는 원비와 대옥의 죽음, 보옥이 옥을 잃고 바보가 되는 등 이 가문의 명운이 뿌리째 뽑히고 있음을 예고했다. 슬픈 일은 혼자 오지 않는 법이다. 또 어떤 악운이 올 것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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