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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⑪ 미련 없이 '안녕'-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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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9-25 09:46 조회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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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⑪-上


미련 없이 ‘안녕’ 

김희진

 

귀신소동

 

무서운 이야기, 신들의 이야기, 마법의 세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훅~ 빠져드는 소재다. 홍루몽도 선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시작되었고, 종종 신기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읽을 때 무척 감칠맛이 있다. 때문에 혹자는 홍루몽이 신비주의의 환상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홍루몽에서 선계와 현실세계는 확실히 구분이 되어있고, 이야기가 뒤섞이지 않는다. 무대는 철저히 현실에 국한되어 있고, 초점은 대관원에서 맺어진 인간들에게 맞춰져 있다. 인간의 이야기이다. 

 

그러데, 대관원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희봉은 예전에 죽은 진가경 귀신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귀신은 자기 얘기를 안 들어서 집안의 망조를 돌이킬 수 없다며 희봉을 원망한다. 또 녕국부의 우씨도 시집가는 탐춘을 전송하러 대관원에 왔다가, 돌아간 직후부터 앓기 시작해서는 헛소리까지 해대는 지경이 되었다. 일순간에 대관원은 귀신나오는 집이 되었다. 우씨가 본 것은 대관원의 처량한 풍경이었다. ‘누각이나 정자들은 여전하건만 낮은 담장 아래까지 작물을 심어서 밭이나 다름없이 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듯한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6권,p.49)

 

우씨의 병은 약으로 고쳐지지가 않아 결국 점을 치게 된다. 처음에는 주역으로 점을 치고 그 다음으로는 별자리와 방위로 점을 친다. 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주역과 별자리들이건만, 점쟁이는 전혀 상상도 못한 썰을 풀어낸다. “세효에 자손효가 움직이면 귀신을 이겨낼 수”있다던가, “그 놈은 굶주린 호랑이가 되어 반드시 사람을 상하게”한다니, 정말 점쟁이와 약장수는 말로 벌어먹고 사는 직업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점쟁이의 말이 맞아떨어지면서 부터다. 녕국부의 사람들은 점쟁이가 말한대로 차례로 앓게 되고, 사람들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자라난다. 

 

그로부터 바람소리나 학의 울음소리도 귀신소리로만 들렸고, 풀이나 나무도 모두 귀신으로만 보였다. 그러다 보니 대관원에서 나오던 돈이 전부 끊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각 방의 월비를 다시 보태서 내줘야 했으므로 영국부의 경제적 형편은 한결 더 어려워졌다.(...) 각 방 사람들이 모두 귀신소동에 안절부절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야경 도는 사람을 더 불러다 쓰고 보니,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들게 되었다. (p.57) 

소문이 만들어낸 귀신은 돈만 더 쓰게 만들었지 뭔가. 결국 법사들을 불러서 귀신쫓는 의식까지 거행한다. 퇴마의식은 요란한 깃발을 세어놓고서 주문을 외우고 빈 단지에 뭘 잡아넣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싱겁게 끝났다. 귀신을 믿지 않는 젊은이들은 실망하고 콧웃음을 쳤지만, 그러한 의례의 힘은 그런대로 또 쎄서 두려움과 소문들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하인들은 정말로 요괴가 잡힌 줄만 알았으므로 지금까지 품었던 의심을 풀었다. 하찮은 일에도 놀라며 수선을 피우는 일도 없어지고 그 후로는 과연 아무도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p.60) 두려움 때문에 흉흉한 말들을 만들어내고 소동을 만들어내던 것이, 퇴마의식으로 사람들을 안심시켜 쓸데없는 소동이 사그라들었으니, 그 의식의 효력은 확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확실한 효력을 보여주는 것들 역시 이렇게 한 번의 강력한 쑈로 우리의 마음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 힘을 실감하고 그것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리라. 돈이 행복을 준다든가, 아파트 가격이 능력이라든가 하는 환상들이 그렇지 않은가... 

 

귀신소동은 가라앉았지만, 집안의 흉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스러져가는 가부를 진흙탕으로 팩! 패대기치는 사건이 일어나니 바로 녕국부와 영국부의 가산몰수 사건이다. 너른 세상 곳곳에 퍼져있는 수많은 ‘가씨’들의 전횡이 속속 황제에게 보고되면서, 가씨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던 것. 이제 여태껏 했던 모든 악행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가 도래했으니, 모든 가씨들이여, 벌벌 떨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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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대기 ㅠㅠ 

 

 

 

가모의 클라스

 

가부의 일원에 의해서 목숨을 잃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자가 얼마나 많은가? 일일이 조사하여 황제에게까지 보고된 일들에는 우이저, 우삼저의 일도 있고, 부채(빚? NO! 바람 부치는 바로 그 부채)를 빼앗아 그 주인을 억울하게 죽게 한 일도 있고, 고리대를 놓은 일까지 빽빽하게 적혀있다. 탄핵을 받게 된 녕국부의 가진과 영국부의 가사는 횡령하고 도박을 한 죄까지 드러나서 꼼짝없이 그 세습직을 박탈당했다. 우르르 몰려온 자들은 사랑채고 안채고 할 것 없이 쳐들어가 자기 호주머니부터 채우면서 가부의 재산 목록을 정리했다. 

 

모두 넋이 나갔다. 원춘귀비가 죽고 재산까지 몰수당하니 끝장도 이런 끝장이 없다. 가사와 가진은 변방으로 귀양을 간다. 돈 나갈 일이 산더미같은데 나라에서 받는 봉록이 없어지니 아무도 돈을 꾸어주지 않아 가부는 거대한 껍데기만 남은 채 모든 것이 일시정지 되고 말았다. 특히 고리대를 놓았던 당사자인 희봉은 칠팔 만 냥 가량 되는 돈을 모두 빼앗겨 거의 거품을 물고 실신을 한다. “희봉은 본래 욕심이 한정 없는 여자였기에 이번에 재산을 깡그리 몰수당하고 보니 마음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원망까지 듣게 되었으므로 살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p.157) 희봉은 인정욕망의 화신이다. 잘한다는 말만 들을 줄 알았지, 못한다는 말은 인생사전에 없는 여자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들으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라 그만 병이 되고 만다. 

 

이 때, 연로한 가모는 어떨까? 가모 역시 이런 사건들에 당면하여 몸져눕는다. 그러나 가모는 곧 몸을 추스르고 나서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 가정으로부터 집안 사정을 사실대로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창고를 열어 이 모든 뒷수습을 처리한다. 귀양 가는 아들에게 얼마, 살림 꾸려야 하는 며느리에게 얼마, 대옥이의 영구를 강남으로 수습하라고 얼마, 그리고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하여 장례비로 얼마간 남겨두고, 남겨질 시녀들에게 돌아갈 푼돈까지도 챙겨준다. 특히 희봉이에게는 마음이 짠하다. “불쌍한 건 희봉이로구나. 한평생 잘살아 보겠다고 노심초사 하더니만 이제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으니, 그 애한테도 3천 냥을 줄 테니 잘 간수하라고 해라.” 라며 자식들이 싸 놓은 똥 치우듯, 가모는 마지막 역할을 다 해낸다.

 

 “너희는 내가 호강만 할 줄 알지 가난은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마라. (...)그러니 이번 기회에 잘 수습해서 가문을 지켜나가야겠다. 너희는 날 아직 잘 모를 것이다. 가난뱅이가 된 걸 알면 내가 견디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p.155)

“무릇 사람이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부귀를 누릴 줄도 알고 가난을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한다.”(p.169) 

가모는 이 거대 집안의 중심이며 권력의 정점이다. 모든 질서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권력지향의 희봉은 가모의 인정에 으쓱으쓱 했으며, 며느리들의 권력구도 역시 이 가모라는 중심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가모는 너무나 견고하며, 수직적이고, 권력을 유지하는 질서의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들뢰즈는 이런 권력과 힘의 중심성을 ‘수목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거대한 가문이 일패도지 되었을 때,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유연하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 넝쿨, 즉 ‘리좀형’ 인간이 된다. 이것은 가모와 희봉이를 대비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모는 누워서 끙끙대기만 하는 희봉을 가리켜 “희봉이도 세상물정을 좀 아는 사람이건만 이만한 풍파에 몰골까지 변하다니, 그래서야 쓰겠니? 만일 그 애한테 그만한 소견이 없다면 그릇이 작아서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 라고 한다. 희봉을 지탱하는 힘이 외부의 권력과 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힘을 끌어다 쓰고, 외부의 힘으로 받쳐지니, 자신을 지탱하던 돈이 없어지자 마자 힘없이 몰락하고 만다. 가모는 수목이었으나, 도끼질을 당해도 다시 기어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녀의 힘은 돈과 권력이 아니다. 가모의 생명력은 그녀 내부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돈이나 권력은 그저 주어졌을 뿐이다. 게다가 가모는 그것으로 이토록 주변을 살리고 받쳐주지 않는가!

 

수목과 리좀은 하나이다. 사방 어디로든 뻗어나가는 리좀은 분명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자신의 작은 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그 영토가 비옥하여 수목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조건이 변하면 다시 길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리좀으로 ‘작동하기’일 것이다. 가모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유연함이다. 생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힘을 지닐 수 있을까?

 

(_다음 주에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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