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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꿈, 석두지몽 | 리뷰쓰기⑫ 깨닫고 돌아감-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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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10-16 00:26 조회1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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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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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알 뿐


보옥이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일러 사후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신비체험을 한 이는 극소수인데, 우리는 그들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듣게 되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 우리는 예외 없이 죽기 때문이다. ‘과연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한 번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이토록 나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애증으로 얽혀있는 이 세상과의 기억, 나의 사랑하는.... 과연 이것들은 어찌되는 것일까?

 

보옥이는 깨어나자마자 크게 웃었다.하하하. 그래, 그랬었지!” 이제 보옥은 이 세상과 저 세계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듯하다. 소설 속의 다른 인물들은 물론, 소설 바깥의 우리도 알 수 없는 경계. 이제 보옥이의 달라진 행동을 관찰해야 할 때다.

 

보옥은 예전엔 시녀나 누이들이 죽거나 시집을 가는 등, 자신 곁을 떠날 때면 뒤집어 질 듯 울었었다. 헌데 석춘 누이가 출가를 하겠다고 고집부리고, 시녀 자견이 출가하는 석춘을 따르겠다고 하자 훌륭하다고 격려하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 보옥은 앓고 난 이후 비록 기력은 날로 회복되었지만 생각만큼은 점점 더 괴팍해져서 영 딴사람같이 되어 버렸다. 입신출세 따위를 헌신짝같이 여길 뿐만 아니라 여자들과의 정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냉담해졌다.’ (6p.373) 보옥이가 정신을 차리기는 했으나,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이다.

 

보옥이 예전에 대옥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했던 말이 있다. ‘내 마음 속에 할머니와 부모님을 빼고 누이가 세 번째야’. ~, 요즘 시대에 이런 고백을 했다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며 바로 차일 말이지만 이 시대에 부모님 다음이라는 것은 무지무지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부모님에 대한 효란, 사회규범이니 뭐니와 상관없이, 보옥이마저도 거부하지 못했던 가장 지극한 의 관계였다. 여인들에게 냉담해진 보옥은 돌연 과거 공부를 시작한다. 세속적인 정을 끊고 자신이 혐오하던 입신출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 노노,, 우리 보옥이, 과거를 보러 가는 날 아침 어머니께 큰 절 세 번을 올리고, 비오듯 눈물을 철철 흘린다.

 

, 이제 가자꾸나! 더 이상 그런 얘기들은 할 필요가 없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도다!”

 

이것은 과거보러 가는 사람의 언행이 아니다. 모두가 불길하게 여긴다. 역시, 보옥이는 시험을 치르고서 과거장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연기처럼 완전히 증발했다.

 

보옥은 자기가 그토록 예찬하던 여인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 아니라 세속의 모든 정을 끊어낸 것이다. 보옥이 부처가 되었을 거라는 어떤 사람의 말에 어미인 왕부인은 오열한다.그 애가 만일 부모를 버렸다면 그야말로 불효가 막심한 건데, 어찌 부처나 조사가 될 수 있단 말이냐?” 맞다. 부모에게 크나큰 불효를 저지르고서 어찌 자비를 말 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나무꾼이던 육조 혜능 스님은 금강경 한 구절에 그 자리에서 불성을 깨달아 스승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그에게는 늙은 홀어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이를 두고 혜능스님의 출가에 대해 후인들이 말이 많았다고 한다. 혜능이 없으면 그 어미는 굶어 죽을텐데 어찌 이리 무정할 수 있단 말인가? 보옥도 마찬가지다. 그의 부모야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그 상심은 죽음만큼 큰 것일텐데 보옥은 어찌 이리 무정해 졌단 말인가? 부모나 자식에 대한 정은 도리를 넘어서 이미 감정적으로 삶 밑바탕에 깔려있는 사랑과 감사, 또는 원망과 미움이다.

 

보옥은 과연 저승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렇게 모든 정을 끊을 수 있었을까? 사후체험을 한 사람들이 쓴 책들이 보통 가족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매일의 일상이 너무 감사하다류로 끝나며 우리의 소소한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감동을 주는 것과 비교해보면 보옥이의 행동은 참 놀라운 일이다. 보옥이 경험한 태허환경의 꿈의 내용은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들이 자기를 모른다는 것과, 예언이 적힌 장부를 훔쳐본 것이다. 그리고 깨어나서 웃었다. 그 이후 보옥은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하는데 안다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전 사실대로 얘기하려는데 어머니께선 왜 저더러 미쳤다고 하십니까?”(p.383)라고 답답해 하기도 한다. 보옥이가 아는 것은 우리의 삶에 드리워진 운명의 내용이며, 그 내용은 꿈을 꾸듯 딱 이 생에서만 유효한 하나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세계에서의 아무리 가슴 아픈 사랑이어도 저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두 뿔뿔이 끊어져버린다는 것.

 

강주초는 눈물로 신영시자의 정성에 보답을 하겠다고 하였고, 대옥이는 보옥에 대한 절절한 마음으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고 죽었다.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인과와 업보는 있으나, 거기서 발생하는 감정이란 그저 역할극과 같은 것이다. 남녀간의 정도, 효도도, 의리도, 충성도 모두 그러하다. 보옥은 그것들이 모두 헛된 것임을 보았고, 알았다.

이 소설의 맨 앞에 절름발이 도사가 부른 노래, ‘호료가가 바로 이것이었던가?

 

 

세상 사람 모두 신선 좋은 줄은 알면서도, 오로지 부귀공명을 잊지 못한다네!

고금의 장수 재상 지금은 어디에 있나? 황량한 무덤 위엔 들풀만 덮여 있다네.


세상 사람 모두 신선 좋은 줄은 알면서도, 오로지 금과 은을 잊지 못한다네!

하루 종일 모자라다 원망만 하다가는, 돈 많이 모여지면 두 눈 감고 만다!


세상 사람 모두 신선 좋은 줄은 알면서도, 오로지 예쁜 아내만은 잊지 못한다네!

님 살아 있을 땐 날마다 은정 말해도, 님 죽어 떠나면 남을 따라 멀리 간다네.


세상 사람 모두 신선 좋은 줄은 알면서도, 오로지 아들 손자는 잊지 못한다네!

어리석은 부모는 예로부터 많았지만, 효도하는 자손을 그 누가 보았는가?

 

6권의 전반부까지도 보옥이가 타고난 성정을 예찬 했었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그의 깊고 세심한 정에 가치부여를 하면서 읽어 갔건만, 보옥은 마지막에 그것을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 무엇이지? 이 황망함이란....보옥이가 세상에서 보여준 그의 살뜰한 마음은 다 뭐였던가?

 

무언가에 한 방 맞은 듯한 이 당혹감이 우리를 다시 호료가, 다시 1권으로 돌아가게 하나보다. 보옥의 통령보옥은 제자리인 청경봉 아래로 돌아갔다. 공공도인이 거기를 또 다시 지나간다. 예전보다 글씨가 흐려졌고, 보태진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 그럼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__(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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