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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칼럼쓰기 | 안정, 가장 스투피드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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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6-17 07:00 조회2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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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가장 스투피드한 생각

 

 

​신 상 미

  회사를 그만둔 지 5년째, 내 몸은 여기저기 아프다.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몸이 힘들어서였는데 퇴사 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눈, 다음에는 허리가 문제였다. 재작년 아팠었던 허리 디스크 파열은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조금씩 회복중이다. 오랫동안 아프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이 내 생활의 화두가 되었다. 점점 나이를 의식하게 되고, 늙어갈수록 아플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가끔 그런 상황은 상상만 해도 걱정이 앞선다. 내가 건강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가족들한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몇 년전 어떤 보험회사 광고처럼 엄마가 골목길에서 갑작스러운 자전거 사고에 가족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과 같은 맥락은 아니다. 아내나 엄마로서 자연스럽지만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일단 아프면 일상생활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건 나 자신이다. 그런데 왜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일단 계기는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던 재작년 겨울이었다. 몸이 아픈 동안 나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는 것이 괴롭고 미안했다. 남편은 직장생활 중에 집안 일을 혼자 다해야 했다. 재수 준비를 하던 딸아이는 공부를 하면서도 식사를 준비하러 집에 와야 했다. 남편과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너무나 속상했다. 회사를 그만둘 때 계획은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 시간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아프기 때문에 가족들한테 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픈 것이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깨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꿈꾸어 왔고 지키고 싶었던 평온한 일상은 ‘안정된 가정’이었다. 직장생활 20년은 안정된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열심히 직장을 다녔다. 지금은 안정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생활하고 있다. 결국 나에게 가정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울타리였고, 그걸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건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정’에 대한 욕망으로 건강을 열심히 호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안정’을 위하여 학벌이나 직업, 결혼 등 다양한 목표 위에서 열심히 달려간다. 단순하게 ‘안정’은 열심히 노력하면 가질 수 있다고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보다시피 안정을 향한 이 질주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일단 이 레이스에는 종점이 없다. 정상이 저기인가 보다 하고 정신없이 달려가 보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고미숙, 『몸과 인문학』, 북드라망, 190쪽) 누구나가 꿈꾸는 ‘안정’은 시작은 있어도 어디까지 가야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들 만족할 줄 모르고 자기 욕망에 정신없이 계속 앞으로만 갈 뿐이다. 안정을 찾았다고 만족할 수 있는 그 지점은 아무데도 없다. ‘안정’은 정신없이 매일매일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까이 갔다고 생각하면 더 멀어지는 신기루이다. 안정은 무한 반복적으로 외칠 때 구호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안정이 지킨다고 영원히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불안정속에서 움직이는데 어딘가에 ‘안정’이 있다고 믿는 것이 가장 스투피드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내가 건강하고 싶다고 노력한다 한들 젊고 건강한 20대의 몸으로 돌아갈 순 없다. 가령 내 몸이 건강해지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안정을 향한 새로운 욕망이 생길 뿐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안정’에 전전긍긍 하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불안정한 세상을 인정하는 지혜를 가지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에 맞는 옷을 갈아입듯이 세상의 변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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