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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칼럼쓰기 | 흉보면서 닮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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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7-01 07:00 조회1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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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닮았더라

 

 

 

전 미 령

 

  동네 빵집에서 누군가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나에게 학인들이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예요?" “같은 동네 사는 작가....”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고?” “남자....” “남자 누구??” 나는 그저 기분이 좋아졌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학인들을 내가 또 답답하게 만들었나 보다. 뭐가 문제인 걸까? 평소 나는 자신을 그저 재미없게 말하는, 무덤덤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학인들은 이런 나를 문제시했다. 요즘 나는 ’왜 문제의식이 없을까?’하는 고민에 마음이 무겁다. 학인들은 내 고민이 평소 내가 대화하는 방식과 관련 있다고 했다.


  학인들에게 비춰진 나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고 있는 걸까? 내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이 일방적인 정보전달에 그치며 상대가 뭘 원하는지도 둔감하단다. 또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거나 딴소리를 한다고도 했다. 학인들이 나를 몰아붙일 때만 해도 ‘그게 내 스타일이고, 각자 다른 거지.’라고 인정하지 않으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내 모습이라니...’ 라며 계속 마음 한켠에 남았다. 어느 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동안 우리의 대화패턴이 이런 식으로 자주 반복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표현이 불분명해서 내가 다시 설명해주길 바라면, 그는 자신의 사소한 일까지 말하길 요구한다며 버럭 화를 내곤 했다. 이런 일상이 잦다 보니, 내 표현도 단조로워졌다. 오랫동안 남편은 나에게 불통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남편의 모습에 내 모습이 비치는 게 아닌가. 맙소사! 흉보면서 닮는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언어는 가장 일반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른 만큼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소통은 상대와의 이해에 바탕하고 있다. 제각각인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료한 언어를 필요로 한다. 즉 소통은 이해를 통해 상대가 받아들인 경우에 이루어진다. 불통의 대부분은 일방적이거나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언어에서 비롯된다. 이런 표현들은 상대를 이해시킬 의도가 없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독백에 다름 아니다. 일명 ‘꼰대’라고 불리며 자기 삶의 양식을 강요하는 권위적인 사람들에게 주로 발견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양식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다는 점에서, 남편과 나는 이미 누군가에게 그렇게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내 모습이 겹치는 것을 인식한 후, 내 표현방식이 내 스타일인 것이 아니라 밀어붙이기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학인들이 내가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소통할 마음이 없다고 여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혹, 남편이 화를 내며 이야기를 멈추려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남편은 내가 재차 물을 때마다 자신을 추궁한다고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알고 싶은 탓에 재촉하는 듯 물어보는 나를 보면서, 정작 자신이 하려던 말에는 내가 무심하다고 느꼈던 것이 아닐까? 역지사지하니, 그간 우리 불통이 남편이 화를 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남편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 한 내 탓도 있었다.


  이번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너무 모른 채 살았다는 생각이 새삼 더 들었다. 스스로 자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 삶의 문제는 학인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사소한 일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던, 때론 문제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중이다. 언어표현에 반영된 나는 불통하는 존재다.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틈을 발견한 듯,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에게 공부는 틈을 만들어주는 앎을 탐구하는 것, 곧 나의 언어표현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다. ‘앎을 삶으로! 아는 만큼 말하고, 말하는 만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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