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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칼럼쓰기 | 무거운 성(性), 가벼운 성(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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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7-08 07:00 조회2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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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성(性), 가벼운 성(性)




박 정 복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이런 때를 두고 말함일까? 당사자가 티브이에서 앵커와 마주앉아 자신은 아무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직접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차마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성은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어서 본인이 나서는 것을 수치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 ‘미투 운동’이 되어 각계에서 폭로는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성이 뭐 길래 이 지경인지 사람들은 멘붕에 빠졌다.

  

  더구나 이번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듯 편안하게 비판하지만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면 꺼림칙한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남자들은 잠 못 이룬다는 말이 나돌고 여자들도 남자와 엮여 사는지라 편치 못하다. 나도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다들 이번 일에 연루(?)된 듯 한 이 찜찜함. 나라 전체가 잔뜩 무겁게 짓눌려 있다.

 

  워낙 케이스가 다양해서 그 원인을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성에 무거운 관념들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느낌이다. 돈, 권력, 순결, 소유 등. 권력으로 성을 소유하려하고 결혼한 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 이면에는 협박과 회유도 붙어 있다. 이런 것들이 중층으로 겹쳐 있으니 성은 잔뜩 무거워져서 판단하기가 어려워 법에 맡겨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 까지만 해도 성은 이처럼 무겁지 않았다. 제주도 옛이야기 책에 나오는 성 스캔들 하나. 서귀포에 사는 조방장이라는 높은 관리가 제주시 본댁에 일이 생겨 부인을 보내게 되었다. 당시는 일주도로가 없을 때라 한라산을 넘어야 했다. 남자를 붙여야 했는데 젊기는 하지만 드리축축하고 모자란 듯한 하인을 택했다. 그래도 의심이 되어 정말로 여자의 ‘거시기’를 모르는지 철저히 확인을 한다.

 

  한라산에서 하인이 도중에 길을 잃어(일부러 잃었는지도) 둘은 밤을 같이 지낼 수밖에 없다. 때는 음력 9월, 밤에는 몹시 춥다. 하인은 낙엽들을 긁어모아 마나님의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자기는 멀리 떨어져 불을 지펴 눕는다. 추운 마나님은 불을 찾아 하인 곁으로 갔다가 이러면 안 된다는 하인의 능청에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서너 번을 이렇게 반복하다가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마나님은 당당히 불 곁으로 가서 사람이 목숨이 아깝지 원 누가 보고 있냐며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조방장 알면 어떡하겠느냐는 하인에게 조방장이 어떻게 알겠냐고 한 술 더 뜬다. 따뜻하게 밤일을 마치고 다음날 하산한 이 커플. 한 길에 나오자 부인은 돈 천냥을 주며 하인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하인은 느물거린다.

 

  여기에서 성은 매우 가볍다. 춥고 무서운 곳에 있게 되자 성은 신분과 부귀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넘게 해주었다. 배고프면 밥 한 끼 먹듯 추운 밤을 같이 보냈다. 그것으로 성의 역할은 끝났다. 성은 형편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지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 속해서 고정된 것이 아니다.

 

  물론 부인은 남편을 속였고 들키면 큰일 날 줄 알지만 죄책감은 없다. 순결에 대한 강박이 없다.  남편도 나름대로 성 검열을 했지만 일단 믿으면 그걸로 끝이다. 속이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 있었는가 망상을 피우지 않는다. 권력을 성에 쓰지 않았다. 둘 다 성에 대한 소유관념이 없다.

 

  하인도 부인에게 진짜로 물품을 달라고 협박하지는 않았다. 그냥 느물거렸을 뿐이다. 주겠다니까 받은 것 뿐. 성을 권력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한 여유와 해학미 까지 느껴진다. 미투처럼 무거운 데서는 생겨날 수 없는 유쾌한 정서이다. 

 

  권력, 소유, 순결 같은 자의식을 조금 덜어 내면 성도 이처럼 가볍고 유쾌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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