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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칼럼쓰기 | 굿바이 메뚜기, 헬로우 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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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7-08 07:00 조회1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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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메뚜기, 헬로우 감이당




최 재 윤


  내게 양가감정을 선사해준 인물이 있다. 극단적 추종과 극단적 반감을 모두 느끼게 해준 한 사람, 메뚜기 샘(외모가 살짝 유재석 같아서 다들 그렇게 불렀다). 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느 대형 학원에서였다. 수학을 가르치던 분이셨고, 아무나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싹수가 보이는 놈’만 데려다 스파르타식으로 길러서 엘리트 코스를 밟게 만드는 분이셨다. 처음 그 분을 만났을 때, 나는 뿅 가버렸다. 쌈빡한 강의 실력,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말 않고 확실한 결과, 즉 학생들의 성적으로 보여주는 근거 있는 자신감까지. 난 그 분을 내 우상처럼 떠받들었고, 나 또한 기꺼이 그 분의 자랑스러운 결과물 중 하나가 되었었다.

 

  문제는 내가 정점을 찍었을 때 발생했다. 중2때, 기대치 않게 등수가 확 높아져 버린 것이다. 적당히 높았을 때는, 자만심과 우월감에 취해서 몰랐는데, 그보다 더 올라가버리자 뒤늦게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 항로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잘 가고 있는 거 맞아? 떨어지면 어떡해? 도착했는데 내가 원하던 곳이 아니면?’

 

  그 당시, 최재윤은 나의 우상께서 이러한 의문과 불안에 귀기울여주시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메뚜기 샘은 <낙오, 실패, 가난> 등을 들먹이며 ‘니가 공부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냐’며 겁줄 뿐이었다. 이미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행복, 가장 편하고 좋은 길에 대해 엄청난 의심을 품은 상태였는데, 그 사람은 그러한 상태 자체를 나태하게 여기고 ‘궁상떨고 자빠졌네’라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은 ‘야, 난 너 이제 몰라. 나가서 뭔 고생을 하던 니 알아서 해.’였다. ‘구제불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미 들은 것 같았다. 버림받은 느낌이었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 뒤로 내 인생 최대 목표는 나만의 다른 길을 찾는 것이었다. 심정적으로 나는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낙오자이자 실패자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나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절실했다. 빨리 그 인간에게 통쾌하게 한방 먹여주고 시원하게 뒤돌아서고 싶었다. 그렇게 야무진 꿈을 꾸며, 이 글을 복수의 칼로써 뽑아 들었다.

 

  하지만, 섣불리 찾았다 생각했던 길은 오리무중이고, 쓰면 쓸수록 그 사람을 추종했던 어린 양의 시절이 그립다는 글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수정할 시간이 없어 그대로 들고 갔고, 솔직하다 못해 쪽팔린 그 글을 조원들 앞에서 읽었다. 

 

  다 듣고 나서 조원 중 한 명이 왈,

 

 “재윤씨. 자기를 찬 남친한테 보여주려고 억지로 새 연애하는 사람 같아요.”

 

  이내 다들 폭소하면서 한마디씩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을 빌려 잠깐 자신으로부터 ‘줌아웃’이 된 나도 곧 픽-하고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그 사람을 향한 복수심(인 줄 알았으나 실은 인정욕구)를 끌어안고 있는 내 모습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 그 뒤로 이어진 웃음 몇 번에 몇 년 째 쌓인 인정욕구는 말끔히 증발해버렸다. 내게 성공의 잣대를 휘두르던 우상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바보처럼 그 허구의 대상에게 나의 길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조원들의 눈과 입을 통해 깨달았다.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도 아직 얼떨떨하다. 엄청난 출혈을 각오하고 칼을 뽑았는데, 이렇게 간단히 피 한방울 없이, 웃음 몇 번으로 내 우상을 깨뜨려주다니! ‘공부’(쿵푸)라는 거, 사우(師友)라는 거, 되게 경이롭다. 왠지 여기, 감이당에서 내 삶의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미 접어 든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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