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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달인

루쉰-되기 | 과하거나 안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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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3-03 07:00 조회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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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거나 안 하거나





남다영 (3조)

 

<장면1> 학교식당 

어느 날, N은 동아리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와 학교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친구는 막 학기인 데다 세관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가 중간고사 때 화났었던 일에 대해 말을 했다.

 

      “시험 문제지에서는 포커카드인지 숫자카드인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채점할 때 보니 수업시간에 푼 방법으로만 정답만 인정한대. 진짜 어이없었어.”

      “헐! 진짜 어이없었겠다. 그 교수님 왜 그러시는 거야?”

 

N의 표정도 말에 따라 과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사실 N은 말한 만큼 별 감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업을 잘 들으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그 이야기를 한 후 N은 다른 주제에 대해 물어봤다.

 

      “시험이 언제라고 했지?”

      “몇월 며칠” 

 

하지만 대답을 듣고 나니 이런 질문들은 저번에도 물었던 것이었다. N은 자꾸 헛말만 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N에게는 과하게 말하는 증상도 있었지만 반대로 아무 말 하지 않는 증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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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더부살이집

N은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더부살이를 한다. 겨울이 되자 N은 오른 가스 요금을 보고 할 말이 생겼다. 큰방에 모두 모여 있을 때 이때다 싶어 말을 했다.

 

      “화장실 쓰고 찬물 쪽으로 돌려놔주세요. 따뜻한 물 쪽으로 해놓으면 안 써도 돌아간대요.”

 

그중 한 명이 말했다. 

 

      “그 때문에 가스비가 많이 나오는 걸까..?”

      “돌려놓은 다른 더부살이집 b랑 안 돌려놓은 더부살이집 c가 차이가 많이 났었어요”

      “그래?”

 

다들 그런 걸로 요금이 얼마나 많이 나오겠냐는 듯이 갸웃거렸다. 그 후 N은 화장실을 쓸 때마다 수도꼭지가 잘 돌아가 있는지 보았다. 그리고 따뜻한 쪽으로 해놓았을 때마다 기분이 상했다.

 

      ‘뭐야, 나를 무시하는 건가? 다 보일러 값 아끼자고 하는 건데’

 

며칠 후 N은 또 한 번 따뜻한 쪽으로 샤워기가 돌려져 있는 걸 보았다.

 

      ‘(삐진 듯이 샤워기를 휙 바꿔 놓으며)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네, 이불 개는 것 하나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왜 반대로 내 말은 안 들어? 그런데 언제 말하지? 솔직하게 말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말하자니 쪼잔한 것 같아. 누가 돌려놓은 지도 모르는데 언제 말해.’

 

N은 불만스러운 마음만 쌓여갔다. 그렇다고 티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친구들은 N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N은 입을 다물고 있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이 더 커졌다. 마음이 예민해지자 다른 사람들이 놓치고 간 것들이 유독 잘 보였다. 하루는 누군가 싱크대에 컵을 치우지 않고 갔다. 

 

      ‘컵은 왜 안 씻고 갔지?’

 

N이 이렇게 생각만 하고 바라보고 있는 동안 A가 말했다.

 

      “컵 쓰고 치웠으면 좋겠어.”

 

컵 치우는 걸 깜빡했던 B가 대답했다.

 

      “앗, 나다.” 

 

N은 상대가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도 말을 했다는 것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N은 예상되는 반응이 안전할 것 같을 때 말을 했다. 그래서 상대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듯이, 상대에게 맞추는 식으로 반응하려 했다. 그래서 리액션이 과해졌고 반대로 싫은 말 하는 것은 영 불편했다. 잘 맞고 싶은 마음은 상대의 기분에만 초점을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기분이 상할까 말하지 않고 있을수록 상대가 점점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말을 못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건 N이었다. A의 말에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았고 B는 어려운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깜빡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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