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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되기 | 나의 교만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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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8-07-07 07:00 조회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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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만함에 대하여

 

 

 

 

유승연(감이당 장자스쿨)

 

남편과 나는 24년을 함께 살았다. 남편은 직장에서 ‘홍익인간’이라 불릴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집에서는 차갑고 말이 없는 편이다. 나도 집안에서 남편과의 관계가 늘 불편하다. 둘이서 대화할 때면 벽에 부딪힌 듯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남편은 내가 ‘잘난 척하고 남을 무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태도가 우리 집안의 불편한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왜 그렇게 가르치고 따지듯 말을 해?”

“잘 이해가 안가니까 그렇지”

“그러면 기분이 나빠져. 너가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지?”

“예를 들어 알기 쉽게 말해봐”

 남편과의 대화가 이런 식이다보니 매번에 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지만 생각해보면 항상 남편과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내 입장만 내세웠다. 예전에도 선배언니와 대화를 하는데 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았어!”하면서 중간에 내가 말을 끊은 적이 있었다. 언니는 내게 “너는 가끔 말을 끊는 버릇이 있더라. 그럴 때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아”라고 했다. 언니의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는 분명 언니가 지적하고 있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니 타인에 대해 배려 없이 말이 나갈 때가 많다.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보다는 대략 내용을 알 것 같으면 중간에 화제를 돌리기도 한다. 얼마 전 멘토로 생각하는 한 선배를 만난 후 이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넌 교만한 면이 좀 있는 것 같아.”

“어떤 점이요?”

“너는 네가 싫으면 바로 표현을 하잖아. 보호본능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가끔 들었는데 제가 그런 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너의 그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어.”

내게 교만한 면이 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자꾸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을 무시했거나 거만하게 행동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제때 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작성한 내용이 부실할 때 후배들에게 ‘제발 생각 좀 하고 일해라’고 말하곤 했다. 시댁 조카들은 공부를 잘 못하는데 집에 자주 놀러와 아들과 노는 것이 불안하고 신경이 쓰였다. 조카들이 아들과 함께 PC방에 가면 30분도 안되어 전화해 오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조카들이 돌아간 후 아들은 ‘엄마는 왜 형들을 무시하느냐’고 했다. 집이나 직장에서, 또는 지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나는 거만하고 교만했던 행동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교만함은 지나친 자신감에서 나오는 성향이다. 소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은 일방통행이어서 남들과 소통이 어렵다. 나 역시도 직장이나 집에서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자신감이 지나치게 컸다. 가족과 일에 대해 집착과 애정이 강한 내가 그들에 대해 더 이상 알 것이 없다고 교만한 마음을 먹은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과의 갈등과 동료들로부터 안티가 생겨난 것이다. 늘 자신만만했던 나의 삶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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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통념이나 상식들이 많이 깨지고 있는 중이다.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서있는 현장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관계 맺기도 예전보다 오히려 쉽지 않았다.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다보니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퇴근하면 술자리로 소일하는 사람들, 남편이나 아이들에 집착하는 여직원들, 주택관리사 시험에 몰두하고 있는 옆의 팀장이나 지나치게 승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충만해져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갑갑해지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을 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편해지고 있다. 타인들도 각자 고유성을 가진 나와는 다른 존재이며 나만큼 중요한 사람이다. 내가 주위의 사람들을 판단하고 주변 환경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교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내가 배운 것을 머리속에 지식으로만 쌓아 놓고 다른 사람에게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성숙한 배움의 태도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주변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었다. 그들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바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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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앎이란 사람의 내면을 자유롭게 해주는 힘이 있다. 공부를 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비춰보게 된다. 그러면서 고쳐야 할 점, 내가 가진 벽에 대해 알게 되고 인식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일에 대해, 동료에 대해, 남편에 대해 내 마음대로 단정하고 그들을 내려다보듯 바라본 나의 인식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내 잣대가 아닌 그들의 존재 자체를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통해 깨달은 앎을 현장에서 조금씩 실천해보면 나도 주변도 조금씩 변화해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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