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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집이야기 | 불통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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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5-09-11 15:04 조회1,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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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하모니

 

민교

 

 

“글은 많이 쓰셨어요?” 약간의 한숨과 허탈을 겸비한 이 질문이 최근 연구실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인사는 감이당의 에세이 기간에만 들을 수 있는 말이다(감이당에서는 에세이 기간을 제외하면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이 질문을 받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고, 글을 빨리 써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시달린다. 이 마음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 뿐이다. 그 질문을 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사정이 비슷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감이당에서는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대여섯 쪽 정도의 글을 씀으로써, 그 학기의 공부를 마무리하는 의식(?)을 지낸다. 에세이 기간이란 이 의식을 치루는 기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을 때를 얘기한다. 그때부터 학인들 사이에 약간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만연해지고, 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번 3학기 에세이 기간은 다른 세 번의 에세이 기간과 다른 형식을 취한다. 3학기 에세이는 일명 ‘밴드 글쓰기’로 불린다. 밴드 글쓰기란 서너명의 사람들이 밴드(band)를 이루어 하나의 글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 밴드 글쓰기의 모든 문제는 바로 합동으로 글을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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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우리 다 완성된 것 같은데~”

P형 “아니라니까요!!”

 

 

   위의 사진은 B군과 P군이 합동으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이들의 축 처진 자세에서 깊은 피로가 느껴진다. 현재 이조는 에세이 1차본을 완성한 상태이다. 지금 내가 속한 조는 결론에 가보지도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조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 둘은 왜 이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밴드 글쓰기 모임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를 알아가는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에세이 기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 되는 일이 있다. 밴드 모임의 패턴은 대개 이렇다. 조원들이 하나의 책을 읽고 가지게 된 굉장히 피상적이고 부정확한 ‘느낌’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각자의 ‘느낌’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이란 소리를 남발한다. 대개 이 소리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와 같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대가 느꼈을 ‘어떤 것’에 대한 추측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추측들도 대부분은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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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적인 느낌 아니까~"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 조는 서로 비슷한 주제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견이 통일된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주제를 가지고 목차를 짜기 위해서는 긴 불통(不通)의 시간이 필요하다. 목차가 나왔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 동일한 목차를 가지고 쓰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밴드 모임에서는 조금만 긴장감을 놓으면, 서로가 공유하던 논리의 흐름이 깨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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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한 처절한 노력들

 

 

   그렇기에 매번의 모임은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한 전쟁의 장이다. 그 피곤한 과정에서 상대의 논리에 설득되는 것 같다가도, 나의 논리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계속해 나간다. 이 속에서 굉장히 신기한 문장들이 만들어진다. 나의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의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한 문장들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출처가 불분명한 말들에 동의가 되면서 밴드의 글은 나아가도 있다. 밴드는 불통의 부딪침 속에서만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밴드의 힘은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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