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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집이야기 | 말이 밥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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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5-09-12 11:27 조회1,35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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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밥을 만들어요

 

박시연

 

 

풀집의 회의식 풍경

풀집도 매달말 회의를 한다. 모두 함께 얼굴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았다. 이 때 우리는 화장실 쓰고 물 안 내렸더라, 수건에서 냄새난다, 여름이 됐으니 창문은 열어놓고 다니자, 방범창이 없어서 안 된다 등.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면서 또 모두 만족스러운 합의를 하기는 어려운(?) 말하자면 사소하면서도 예민한 이야기를 한다. 결정이 필요할 때는 제비뽑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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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잠잘 방을 결정할 때는 서너 번의 제비를 뽑았다. ‘취향의 문제’로 제비뽑기 결과에 쉽게 만족이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너 차례의 제비뽑기를 했다. 여러 차례 제비를 뽑으며 동생들은 자신의 취향을 포기하거나 조율했다. 그러나 나는 제비 횟수가 더해질수록 새로운 욕망이 올라왔다. 그것은 효진이와 계속 같은 방을 뽑는데서부터 생겨났다. 동생들은 떨어질 수없는 운명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러나 나는 제비가 거듭될수록 그녀와 다른 방을 쓰고 싶어졌다. 

  물론 처음부터 효진이와 다른 방을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진짜다) 말했다시피 제비뽑기를 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딴 방을 써야할 여러 가지 이유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오래 같은 방을 썼다. 풀집에 오기 1년 전부터 한방에서 살았고, 풀집에 와서도 쭈~욱 같은 방을 썼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딴 방을 쓰는 게 좋겠다.’ 하지만 제비는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도 제비의 뜻을 거스르고 그냥 방을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우리 사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좀 ‘거리’가 필요하다고나 할까.(그게 그 얘긴가^^;;) 그런데 이제 정말 거리가 생길 것 같다. 7월 풀집Ⅱ가 생길 예정인데 효진는 그쪽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단다. 천년만년 같이 살 줄 알았더니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역시 옆에 있을 때 잘하기로. 남은 시간만이라도 잘 사는걸로.^^

  티격태격 사소한 일상들을 나누는 자리는 소꿉놀이 하는 느낌이다. 몇 달 전 회의 뒤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 보자며 서로의 스케줄을 적었다. 그때 우린 자몽티를 마셨다. 촛불을 켜놓고, 분위기 있게.(^^) 이런 분위기에서는 물론 공부이야기보다는 놀 거리들을 찾는다. 풀집주이도 풀집주이기념 특식도 이런 회의분위기에서 나왔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함께할 거리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말이 나오면 우린 어느새 그 일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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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단연 ‘회의’와 함께 이루어지는 ‘회식’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회의와 회식, 이 둘을 따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회의를 하면 당근 회식도 하는 것, 회의에 회식이 빠지면 어떻게 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말과 밥은 하나다.(^^)풀집주이를 성황리에 마친 기념으로 우리가 ‘무려 빕스’를 가서 회의식을 하던 날이었다. 이 맛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고마워지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풀집특식을 하기로 했다. 우리들 입에서는 메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얘들아!

 

“먹고 싶은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란 말이다.” ㅎㅎ

 

 

풀집특식을 말하다

  풀집녀들은 모두 알바를 한다. 거의 매일 일을 하기 때문에 각자 일이 끝나는 대로 달려왔다. 특식 메뉴는 만두전골과 호박죽, 동태전, 부추무침. 희정이는 오자마자 전기후라이팬, 식용유, 동태, 밀가루, 계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졌다. 동태가 다 구워질 때까지 희정이는 주방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녀가 동태와 씨름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기원이가 도움을 주었다. 희정이는 거의 두 시간 내내 동태전만 부쳤다. 덕분에 기름 냄새 맡으며 잔칫집 기분 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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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진이는 호박죽을 꼭 하고 싶어 했다. 더운데 에어컨도 잘 안나오는 주방에서 호박죽을 푹 끓이는 건 무리가 아닐까하며 말렸지만 들은 척도 안했다. 그냥 끓이고 싶다며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당일날 그녀는 이런다.  

 

효진 :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호박죽은 겨울음식이더라.

나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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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도 색깔 고운 호박죽을 만들겠다며 감자 깎는 칼로 껍질을 벗기겠단다. 

 

 

시연: 안돼! 오늘 안에 못먹어!! 껍질째 푹푹 삶아!!!

효진: …….

 

그래서 탄생한 초간단 호박죽 레시피는 이렇다.

 

1. 호박을 숭덩숭덩 썬다. 

2. 물을 넣고 끓인다. 

3. 어느 정도 익으면 도깨비 방망이로 으깬다. 

4. 간을 맞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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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죽은 의외로 맛있었다. 어찌나 정성을 다해서 곱게 갈았던지 부드럽고 고소했다. 비결은 호박죽이 끓고 있는 불 옆을 떠나지 않는 것. 효진이는 불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 저어주면서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주었다. 역시 음식은 정성이라더니 호박죽은 금세 팔렸다.  어느틈에 효진이는 호박죽을 다시 끓이고 있었다. 이렇게 발 빠른 모습은 3년 만에 거의 처음이다. 효진이는 호박죽이 꼬~옥 먹고 싶었던거다. 역시 먹겠다는 의지는 그녀를 움직인다. 

  한라와 은민이는 주로 야채를 다듬어주거나 뒤처리를 맡아주었다. 원래 요리의 반은 준비이고 나머지 반은 뒤처리다. 그래서 싱크대 상태와 음식솜씨는 비례한다. 베테랑들은 원래 치워가면서 요리를 하는 법이고, 초보들은 허둥대느라 설거지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싱크대에는 뒤죽박죽 냄비와 그릇들이 쌓인다. 그러다보면 요리시간도 길어지고 치울 때도 두 배로 힘들다. 눈치 빠른 한라와 은민이가 번거로운 과정을 반으로 줄여주었다. 은민이는 몇 달째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프로 수준이고, 한라는 막내답게 빠름빠름하게 움직였다. 세팅까지 끝내고 손님들 맞을 준비 완료! 맛난 음식들 앞에 모두들 즐거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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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식준비로 든 비용은 총 136,700원. 기분 좋은 밥을 만들고 나누기 위한 비용치고는 적은 돈이다. 적은 비용과 약간의 노동력으로 뿌듯함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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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글로 밥’이죠

  특식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곰댄스’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부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써야하는 곰댄스. 올해 처음 공부를 시작한 백수다 청년, 희정이와 한라는 읽은 책이라곤  임꺽정밖에 없다며 이런 말을 했다. 

 

 

한라: 임꺽정으로 글을 어떻게 쓰냐?

희정: 발제하듯이 쓰면 되지 않을까?

시연: 너 발제 해가서 좋은 소리 못 들었잖아.

한라, 희정, 시연: …….

 

  곰댄스를 유경험자로서 뭐라도 이야기해주고 싶었으나 나도 뭐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였기에 그냥 웃는 걸로 급마무리를 했다. 그래도 마감 시간에는 어떻게든 글이 나온다는 것만은 장담한다. 이번엔 또 어떤 상을 받게 될지 기대(?)가 된다. 풀집 식상녀들의 말이 밥을 만든 것처럼, 글이 밥이 될 때까지 쓸 기회를 누려~. 나의 다음 더부살이 글은 왠지 곰댄스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예감. 그때까지 우리 모두 사라지지 말고 함께 하자.^^

 

 

댓글목록

시연님의 댓글

시연 작성일

헐~~풀집에 이런 시절이 있었다니. 완전 새롭다는. 풀집 쎄븐(일곱명이 한집에 북적북적 산다는 의미)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더부살이 글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망이 불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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