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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집이야기 | 너의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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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5-09-12 11:54 조회1,4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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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삶을 살아라

 

이소민(감이당)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

일요일 아침마다 누드글쓰기 강좌 조교로 활동하면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누드글쓰기는 자신의 사주로 글을 쓰며 운명을 스스로 탐구해가는 과정이다. 선생님들의 고민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게 되는 지점도 상당하다. 한 선생님은 열심히 돈은 벌어 왔는데 문득 일상에서는 무능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밥하고 청소하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곰샘의 강의내용이 떠올랐다. 백수의 정치경제학이 주제였는데 곰샘은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가까운 공공도서관으로 걸어가세요. 스스로 도시락을 싸고 어떤 기계에도 의존하지 않고 내 두발로 걸어갔으니 자립한 겁니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자립이란 경제적 자립 즉 부모님께 돈을 받지 않는 것만을 생각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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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하고 청소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정말 쉽지 않다.

 

 

   누드글쓰기의 또 다른 선생님은 회사에서 높은 직급에 남편도 대기업에 다니고 전혀 부족함 없이 살고 있으셨다. 그런데 우연히 집에서 일해주시는 아주머니의 SNS를 보게 되셨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SNS에는 선생님의 집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잠깐 집에서 잠만 자는 이 큰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집을 누릴(?) 시간은 없는 것이다. 나와 직장에 함께 다니는 선생님도 비슷한 경우다. 서울 한복판 오피스텔에서 강아지와 함께 사는데 정작 집을 누리는 건 강아지(앨리스)다!

 

많이 가질수록 신체가 무력해지는 걸 이미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차가 편리하면 뭐합니까? 내 다리를 쓸모없게 만드는데...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곰샘 강의 중

   돈을 많이 벌어 동남아시아로 이민을 가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두고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뭐 운전기사를 두고 부잣집에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그런데 정말 그 삶이 좋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큰 집과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반면 내 신체는 무능해진다. 차라리 작은 집으로 옮기고 청소와 빨래, 그리고 밥을 스스로 한다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덤으로 몸까지 튼튼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과연 자립한 걸까? 경제적으로는 자립했지만 그 이외의 것들에는 아직도 많이 의존해 있다. 나는 24년 동안 아파트에 살았다. 태어나서 연구실에 오기 전까지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아파트에 살면 대부분은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는 집으로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쓰고 커피를 사먹고, 밥을 사먹고... 그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니 내 힘으로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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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로 온 후,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생활을 하고 있다.

 

 

   연구실은 마치 자립학원 같다. 청소하는 법, 약속 지키는 법, 밥 짓는 법, 마음 쓰는 법,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 등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기술을 배운다. 어디에 가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랄까? 물론 글쓰기도 자립 훈련 중 하나다.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에서의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렸을 때 학원에 가기 싫으면 엄마에게 전화해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누구도 자기의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상황을 피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하면 관계가 좀 서먹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이렇게 정면대결을 하고나면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이것이 관계에서 주체가 되는 길인 것 같다.

   또한 일상에서도 내 삶의 주체가 되는 법을 실천 중이다. 늘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금도 기계에 많이 의존하지만 그래도 그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중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걸어서 퇴근하고 되도록 계단을 이용하려고 한다. 모든 걸 내 힘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삶인지 몸으로 익혀나가고 있다.

 

 

갑오년, 경오월 ; 화(火) 조절법

   여름은 오행 중 화(火)에 속한다. 게다가 6월 6일, 망종이 지나면서 경오월(庚午月)이 되었다. 갑오년(甲午年)에 경오월(庚午月), 불기운 작렬이다! 감이당 대중지성 커리큘럼에는 여름이 시작되는 2학기에 장편을 함께 읽는다. 장편을 읽으면서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잡으라는 곰샘의 깊은 뜻인 듯하다. 나의 사주를 잠시 보자면 정화(丁火) 일간에 비겁(나와 같은 오행)이 셋, 식상(내가 생하는 오행)이 세 개인 사주다. 그리고 재성(내가 극하는 오행)과 관성(나를 극하는 오행)이 각각 하나씩이다. 전체적으로 발산하는 기운이 강하고 수렴하는 기운은 약하다. 그래서일까. 일도 참 잘 벌린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가만히 쉬지 못한다. 특히나 여름엔 더욱 심해진다. 원래 화(火)가 많은데 여름의 불기운까지 합쳐지니 자칫하면 정신줄 놓기 십상이다.

   며칠 전 우연히 길에서 본 꽃무늬 가방에 꽂혀 근무 시간 내내 가방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장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정신없이 가방을 검색하다가 직접 보고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근하자마자 회사 근처 가방매장을 찾았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창희 샘(감성 2학년 고문)께 연락이 왔다. 퇴근은 언제 하냐고, 저녁 아직 안 먹었으면 오리고기 먹으러 오라고.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가방매장을 나와 지하철역을 향해 뛰었다. (가방을 사고 싶은 것보다 오리를 먹고 싶은 욕구가 더 크게 작용했나보다^^;) 다행히 그날은 무사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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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홀리게 만들었던 요괴 가방

 

 

   그 다음날, 정신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또 가방을 검색하고 있었다. 쇼핑몰 중 티몬,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는 일정 기간 동안만 팔기 때문에 낚일 뻔했다. 결국에는 직접 보고 사야한다는 판단 하에 다시 가방매장을 찾았다. 드디어 가방을 골라 계산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방이 필요했다기보다 그냥 뭔가를 사고 싶은 욕망이 일었던 것이다. 내가 가방을 폭풍검색하고 있을 때는 마치 요괴에 홀린 기분이었다.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클릭하게 만드는 요괴! 난 여전히 상품을 소비하는 데 익숙한 신체였던 것이다. 의역학 시간에 배운 상화(相火)가 뜬다는 걸 체험한 순간이었다. 가방을 사든 다른 것들을 사든 일단 이 불을 끈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매번 마음가는대로 결정하게 되면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게 아니다. 곰샘께서 여름 맞이 식상(식욕, 성욕, 일을 벌리고자 하는 욕망 등등!) 조절법을 알려주셨다. 핵심은 ‘몸의 리듬을 붙잡고 있는 것’. 매일 꾸준히 지켜야 할 것을 만들고, 뻘짓(?)하지 못하도록 미리 기운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8배나 암송을 매일같이 한다든지 대청소로 기운을 뺀다든지... 등이다. 가방 사건으로 상화(相火) 조절이 시급하다고 느낀 나는 망종, 오(午)월부터 매일 아침 낭송을 한다. 주로 동의보감이나 그 주에 외워야할 텍스트들이다. 그리고 방청소와 밥 당번을 평소보다 더 자주 한다. 청소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운도 쓰게 되니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딴 짓을 할 것 같은 시간에 밥 당번을 했다. 밥 당번을 나를 조절해주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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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조절해주는 수단으로는 밥 당번이 최고!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청소와 밥 당번으로 몸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자신의 양생뿐만 아니라 보시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월요 등산반도 넘치는 화(火)기를 조절하기엔 좋은 방법이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쓰면서 올 여름을 무.사.히 지내보자!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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