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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집이야기 | 공부하면서 자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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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5-09-13 00:02 조회1,1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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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자립하기

 

서희정

 

 

감이당, 그리고 풀집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대답을 해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때의 상황을 대충 돌이켜 보자면 이렇다. 졸업을 코앞에 둔 그 때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 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비전’ 따위가 없었을 뿐더러,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대학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학위를 따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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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 직전, 길을 잃었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 중에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곰쌤 책에서 본 연구공동체가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대학교 졸업 후에 취업, 아니면 유보된 취업을 위한 공부, 이 두 가지 길밖에 몰랐던 나에게 ‘당당한 백수 되기’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던져주는 ‘백수다’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백수다'프로그램을 들으려 감이당에 접속했고 풀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자립을 위한 고군분투

   이곳에서의 생활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나는 집을 떠나 감이당에 오면서 백수다 학비와 40만원 남짓 되는 돈만 달랑 들고 올라왔다. 월세 20만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여기서 정착해야했다. 사실 그 돈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에도 충분하지 않았고 당장 일을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불안정한 재정 상태를, 처음 본 풀집 언니들에게 까발리기는 부끄럽기도 했고, 또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의 재정에 관해서는 말을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나의 재정 상태는 대~충 들어도 불안했나보다. 결국 풀집 매니저인 장금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어떻게 이렇게 대책도 없고, 겁도 없이 올라 올수가 있냐며 혼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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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40만원을 들고 서울로 고고씽

  

   사실은 나도 내가 대책 없이 올라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그런 말을 다이렉트로 듣는다는 게 낯설었고, 다른 사람한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내 문제인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생애 처음 부모님을 제외한 타인의 관심?어린 질책이 너무 낯설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런 말들을 듣고는 억울한 마음이 먼저 앞섰던 것이다. 어쨌거나 쫓겨날 위기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일을 구해야 했다. 그래서 은민언니와 함께 알바를 구하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그날 바로 파리바게트에서 알바를 구했고 쫓겨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인 5210원 보다 90원 더 많은 5300원을 받으면서 일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공부하러 와서 돈을 버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 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니라 생활하는 모든 것이 공부거리라는 언니들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장금쌤과 소민이에게 취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에게 취업과 공부는 완전히 다른 길이었고 취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반항심이 있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 알바를 할 생각은 했어도 취직을 할 생각은 전혀 못했던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아르바이트와 취직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이왕 돈 버는 거 취직해서 사회경험을 쌓아도 나쁠 것이 없겠다 싶어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취직은 내가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인에 접속해서 회사를 찾고, 회사에 맞춰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여러 번 반복했지만 아무데서도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취업에 대한 열망이 식어갔다. 그러던 중 파리바게트 알바에서 활보로 갈아타게 되었다. 하지만 2주의 짧은 기간으로 나의 시각장애인 활동보조로서의 활동을 끝내고, 두 달 반가량 다른 사람의 대타로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달 반 뒤에는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백수가 될 예정이었다. 내년 학비를 모으기는커녕 한 달 한 달을 버텨나가는 생활을 하면서 나는 언제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일상을 공부로!

   대타가 끝나갈 때가 되자 점점 불안해졌다. 그래서 바로 일을 구하기 위해 알바천국을 찾아 헤매고 활동보조 센터들을 방문하고 여기저기 회사에도 이력서를 돌렸다. 하지만 대타가 끝날 때 까지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는 못했다. 잠깐의 백수생활을 누리던 중에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러가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없는 정장을 입고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정장을 살 형편도 아니었기에 어떡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은민언니가 옷을 빌려줬다. 언니에게 빌린 옷을 입고 간 면접에서 결국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드디어 나의 관성 午火가 작동한 것인가!) 감이당에 온지 어언 6개월 만에 드디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사실 나의 자립은 나 혼자만 할 수 있었던 온전한 自立이 아니다. 주변사람들의 욕과 관심 그리고 물질적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두의 도움으로 이제 당분간은 ‘다음 달은 어떻게 살지?’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고 대신에 새로운 문제가 나를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찾아왔던 바로 그 문제, 공부와 일을 어떻게 같이 해나갈 것인가! 일도 시작하기 전에 혼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논어에서 만난 공자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子曰弟子入則孝出則弟謹而信汎愛衆而親仁行有餘力則以學文

"아랫사람은 집안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아가서는 윗사람을 공경하고, 일에 있어서 근면하고 말에 있어서 진실되고, 널리 사람들을 아끼고서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한다. 그렇게 행동하고도 힘이 남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

 

公孫朝問以子貢曰仲尼焉學子貢曰文武之道未墜於地在人賢者識其大者不賢者識其小者莫不有文武之道焉夫子焉不學而亦何常師之有

위 공손조가 자공에게 물었다. "중니는 어디에서 배웠는가?" 자공이 말했다. "문왕과 무왕의 도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여 사람들에게 남아 있다. 어진 사람은 그 근본적인 것을 알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그 지엽적인 것을 알고 있다. 문왕과 무왕의 도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니 선생님께서 어찌 어디서인들 배우지 아니하시며, 또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겠는가?"

    공자에게 학문과 실천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실천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실천하고. 그리고 학문보다 먼저 행하라고, 행동하고도 힘이 남으면 그때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또 배움의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공자님의 말씀을 토대로 인성과다인 나는 책상 앞에서 망상 키우기를 그만 멈추고, 일은 근면하게(謹) 말은 신뢰롭게(信) 하면서 일상을 배움터로 삼는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공자님의 말씀을 나의 언어로 만들기 위해서 매일의 일상에서 시도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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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배움터로,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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