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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집이야기 | 아무도 모르는... 금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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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5-09-13 00:23 조회1,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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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박시연(양생파)

 

 

금요일에 등산가요

   작년 2월, 풀집에 입주하면서 매주 등산 미션이 주어졌다. 강제성이 아주 없었다고 할 수 없으나, 우리들은 금세 등산을 좋아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콧바람도 쐬고, 사식(연구실 외부의 밥)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것은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산을 오를 때 숨이 차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겨울, 월요일에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등산을 못하게 됐다. 물론 월등반은 내가 빠진 후에도 아주 자~알 돌아갔다. 아마 그들은 내가 월등반 맴버였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풀집+곰집+남산강학원의 친구들이 모여서 조직이 커졌다. 보아하니 왕놀이도 하고, 맛난 것도 함께 먹고, 영화도 보고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뭐, 딱히 부러워하고만 있을 이유는 없었다. 화등반, 수등반, 목등반, 금등반, 토등반, 일등반 어떤 반도 만들어서 가면 되니깐. 백수 좋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니깐. 하여 올해 입춘을 즈음하여 ‘금등반’을 결성(?)했다. 금요일에 등산가는 ‘금등반’, 이젠 월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에 등산을 가게 됐다. 금등반의 맴버는 풀집이나 곰집처럼 밀착해서 생활하는 학인들이 아니다보니 밥시간의 화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등반의 실체를 잘 모른다. 금등반이 해체될 시점인 지금에 와서야 영대는 더부살이 글에 금등반을 소재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제목은 ‘아무도 모르는 금등반’으로 하라고 했다. 아주 사라지기 전에 흔적이라도 남기라는 배려인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몰랐다고 하니 약간 기분이 안좋아지려고 했다. 하지만 더부살이 소재고갈을 우려하는 마당에 아이디어를 준 영대에게 감사하면서 써야겠다. “연구실 학인 중에 금요일마다 등산가는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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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남산 벚꽃 구경중인 금등반 ;-)

 

 

금등반 맴버는 뉘규?

   첫 등산은 2014년 2월 14일, 북한산 소귀천길이었다. 곰샘, 창숙샘, 그리고 나. 곰샘은 계미일주다. 관성을 깔고 계신 분답게 관계를 참 잘 엮어주신다. 첫 등산날도 그랬다. 곰샘의 선배이자 감성2학년 학인이신 창숙샘과 나를 엮어주셨다. 당신이 빠져도 둘이서 금등반을 잘 꾸려나가보라는 말씀과 함께. 신금 일간인 창숙샘과 병화 일간인 내가 만나면 합을 이룬다. 그리하여 병 신합수. 그래서인지 20살의 나이 차이에도 얘기가 잘 통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 만난 사이같지 않게 속이야기도 툭 털어놓으면서 곰샘이 안계셔도 둘이서라도 금등반을 지키자는 약속을 했다.

   창숙샘께선 여름부터 단양에 있는 집을 수리하시느라 금등반을 함께 하지 못하셨지만, 그전까지는 금등반의 기둥이 되어주셨다. 창숙샘은 곰샘을 “미숙아”라고 부르신다. 그리고 곰샘의 말씀에 곧잘 반론을 제기하신다. 눈치보지 않고 하시는 질문이 내가 차마 하지 못했던 그것과 같을 때 속이 시원해질 때도 있었다. 창숙샘은 30년이 넘게 교직에 계시다가 작년 명퇴를 하셨다. 퇴직후 시작한 감이당 공부를 재미있다며 올초 로드클래식 셈나까지 도전하셨다. 세미나에서 읽었던 책 이야기 덕분에 산행은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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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등반의 기둥!(이었던) 창숙샘

 

 

   금등반 초기에는 매주 인원이 늘어났다. 먼저 감성 2학년 안씨 성을 가지신 두분. 안혜숙샘과 안민정샘이시다. 민정샘은 금등반 인원 중에 가장 힘이 좋아 '아톰'으로 통한다. 머리 모양도 아톰과 비슷하다. 빠른 속력에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에 등산 내내 말씀을 하셔도 거뜬하다. 그 비결은 매일 새벽 하는 모간운동과 108배, 그리고 동의보감 낭송에 있다고 하셨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몸이 건강해지는 법인가 보다. 혜숙샘은 올해 3월 퇴직 을 하셨다. 백수가 되면 유유자적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꿈을 접고 금등반에 로드클래식, 주역까지 공부에 재미를 붙이셨다. 이러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사실이 되겠다는 농담을 던지시면서. 

   이어 감성 2학년 영혜샘, 목성 복순샘, 수성 경금언니까지 어느새 8명으로 늘어났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산을 내려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하는 고민을 할 때다. 덕분에 짜장면, 손두부, 추어탕, 쭈꾸미 집 등 북한산과 도봉산 근처에 있는 맛집들을 탐방했다. 도봉산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뚱보네 백반집과 수타짜장면집이다. 특히 수타 짜장면집에 해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은 일품이다. 약도를 올려드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으니 따로 물어보시면 꼭 알려드리겠다. 쌀쌀한 계절이 돌아오니 입맛이 더 당긴다. 

 

 

등산과 세미나를 일체형으로

   우리 모두는 감성 학인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이 모두 달라서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러다보니 요즘 하고 있는 감이당 세미나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가 하고 있는 세미나 이야기, 거기서 읽은 책들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이야기하다 보면 관심없던 세미나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된 세미나가 로드클래식이다. 우리가 서유기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하니까 영혜언니와 혜숙샘도 세미나에 합류했다. 돈키호테를 읽으면 돈키호테를, 허클베리 핀을 읽으면 허클베리핀을, 현장서유기에 걸리버여행기 등 등산반인지 세미나 뒷풀인지 구별이 안될만큼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 걸으면서 세미나하기. 괜찮은 공부법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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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내내 쉴 새없이 세미나 이야기를 했던 금등반 멤버들

 

 

   그래서 샘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신걸까? 선생님들은 등산 대신 세미나를 하나둘씩 늘려가셨다. 늘려도 너무 많이 늘리셨다. 복순샘이 금요일 오전 10시에 '오리엔탈 B급 엽기'를 하시겠다며 금등반을 빠지셨다. 그즈음 창숙샘은 단양에 있는 집을 수리하시느라 이미 금등반에서는 멀어지셨다. 그러다가 민정샘과 혜숙샘이 '잘읽자 세미나'로 갈아타시면서 금등반은 와해되는 분위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무상할 수가. 퇴직파티에 점심에 무슨 음식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때는 어디로 갔나. 이제 경금언니와 나만 남았다. 

   그래도 둘은 금등반을 이어갔다. 금요일마다 여전히 수다를 떨었고 맛난 밥집을 두리번거렸다. 북한산 앞에 있는 맛깔스런 보리밥집도 건졌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나물들과 된장찌개가 정말 맛있는 집인데 이곳도 모든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이다. 마무리는 밥집으로 끝나는 걸보니 역시 나는 식상녀다. 조촐한 등산은 그렇게 두어달 이어졌다. 그러던 9월 둘째주, 마지막 산행을 했다. 처음맴버였던 곰샘과 창숙샘, 나와 경금언니가 모여서 남산을 한바퀴 돌면서 금등반 시즌1을 마무리 했다. “우리만 알고 좋아했던 금등반”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금등반은 정규등산이 아닌 게릴라식 등산으로 방향을 바꿨다. 시간이 될 때, 걷고 싶을 때, 번개처럼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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