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설근 평전](19) 4.사랑하는 이가 아니면 눈물을 흘리리오(四) > 동방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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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꼼꼼히 읽기 | [조설근 평전](19) 4.사랑하는 이가 아니면 눈물을 흘리리오(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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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나비 작성일18-06-11 02:19 조회3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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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가 보옥과 대옥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사랑을 알게 된 후, 그녀는 마음속에서 막 움트기 시작한 사랑의 싹을 눌러 죽였다.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사랑의 유희에서 스스로 퇴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일에서 몸을 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자기가 갖고 싶었던 것은 이미 다른 이가 가졌고, 그녀는 스스로 피하려 했지만 알아서 굴러 들어왔다. 대옥의 눈물이 말라버릴 지경이 된 것이나, 그 연극과 같은 바꿔치기 계략에 있어서도 그녀는 무고하다. 도덕적인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비록 평소에는 자유자재로 운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중요한 순간에 이르면 그녀는 전혀 선택권이 없다. 그저 집안 어른들이 짜 놓은 계획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보옥·대옥과 비교하면 그녀는 분명 훨씬 더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해보았지 않은가. 죽었건 떠나갔건, 모두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받아본 적도,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사랑해본 적이 없다. 최후에 그저 마지막 판국을 쓸어버리는 바둑돌로 쓰였을 뿐이다. 아마도 설보차의 비극은 보옥·대옥과 비교한다면 그 의미와 성질에 있어서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후의 비참한 결과는 모두 같다. 가보옥이 애정도 없고 활력도 없는 이 집을 떠났을 때,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절망보다 괴로운 것이 또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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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품고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랑이 결과를 맺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보옥, 임대옥, 설보차 이외에도 작품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애정의 비극이 나온다. 그 중에는 사기와 같은 시녀의 애정비극도 있다. 가부에 있는 수많은 노비와 종에 관해 말하자면, 자기 신체의 자유조차 없는 그들의 인생은 사랑과는 인연이 멀다. 그들은 사랑에 관한 권리가 전혀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주인이 그들을 짝 지워서 결혼 시켜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은 우연성으로 채워진 세계 안에 있으며, 전도와 명운은 완전히 주인의 천성과 호오에 달려있다. 생활은 마치 도박판과 같아서, 주인이 노름돈인 그들을 어디에 저당 잡힐 것인가를 보는 것과 같다. 비극은 그들이 가부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시작되었다. 가죽채찍 밑에서 싹튼 사랑은 그저 비극을 더 빨리, 더 혹독하게 만들뿐이다.

 

하인들의 생활이 이와 같을진대, 생활이 우월하고 고아한 주인들이라고 또 언제 즐거운 적이 있었는가, 그들은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그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언제 사치품이 아닌 적이 있었던가. 그들은 가문의 우월함에서 오는 생활의 자원을 누리고 있을지라도 이 가문에 대해서 훨씬 많은 책임을 지고 있으며, 특히 고난이 찾아왔을 때는 특히 그러하다. 그들이 삶은 가문의 흥망성쇠와 긴밀히 연결되어있고 그들의 애정혼인은 개인의 사적인 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드시 가문의 구성원 모두가 발언권을 갖는 공적인 사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개인의 선택과 가문 전체의 이익이 충돌하게 되면, 희생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다. 이것이 바로 그 시대의 사회를 움직이는 내적인 논리구조였다. 강대한 사회와 직면하였을 때, 개인의 반항은 헛수고일 뿐이며 참혹한 비극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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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에서 묘사하고 있는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 붓을 가장 많이 대고, 가장 신통한 것은 여성에 관한 부분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천진난만하고 청춘의 활력으로 가득한 묘령의 소녀들이 특히 그러하다. 작품의 시작부분에서 창작의 의도를 언급할 때 말하기를 규중의 일을 세상에 밝히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평생 자기가 경험하고 보아온 여성들의 전기를 써서 묻혀버리거나 전해지지 않는 것을 면하려 한 것이다. 작가는 여성에 대해 일종의 숭배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가보옥의 입을 빌어서 아주 유별난 관점을 제시하는데 여자는 물로 만든 골육이고 남자는 진흙으로 만든 골육이라, 여자아이를 보면 마음이 상쾌해지지만 남자를 보면 더러운 냄새가 진동한다라는 것이다. 여성을 숭배하는 동시에 그는 남성에 대한 깊은 열등의식을 드러내었다. 이런 열등감은 마음속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의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남성들에게 실망한 것이고, 인간성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남겨두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춘남녀의 순결하고 천진함같은 것 말이다. 이것은 남존여비의 중국 고대사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괴이한 이론이어서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숭배는 숭배이고, 찬미는 찬미이다. 조설근은 이전 재자가인류 소설들처럼 여주인공을 위해 아름다운 상황을 마련하지 않았다. : 외모와 재능을 겸비한 장원급제 사내에게 시집가서 부유하고 존귀한 생활을 누리다가 아들을 여럿 낳는 것. 그가 자기의 붓 아래의 일단의 아름답고 선량한 여성들을 위해 불러준 것은 쓸쓸한 장송곡이었다. 소설의 제 5회에서 가보옥은 꿈에서 태허환경을 유람할 때, 그가 마신 차와 술의 이름은 천홍일굴(千紅一窟)”,“만염동배(萬艷同杯)”이었다. 사실 그것은 천홍일곡(千紅一哭)”만염동비(万艷同悲)”의 의미를 은유로 나타낸 것이며, 작가는 이 천홍만염을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려는 것이다. 작가는 있는 힘을 다해 이 청춘소녀들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일면을 써내려갔다. 동시에 그녀들이 추악하고 야만적으로 한 입에 삼켜지고 모욕을 당하는 전 과정을 모두 드러내었다. 두 가지의 이러한 구성은 극적으로 선명하게 대비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털어버릴 수 없게 한다.

 

작품 중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 운명에 완강히 맞섰던 탐춘이라고 해도, 외부로부터의 강압을 참고 견딘 영춘이라고 해도, 궁정의 원춘이라 해도, 더군다나 속세를 떠난 묘옥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들은 모두 비극의 국면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니 저 신체의 자유도 없고 신분이 비천한 수많은 시녀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녀들의 삶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이었고 자신의 운명을 장악할 수 없다. 출생한 그날부터 각종 고난과 불행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가문의 존귀한 아가씨나 종일 바쁘게 일하는 시녀나 모두 이러하다. 전체 사회를 주재하는 남자들의 면전에서 그녀들은 마음대로 유린당하고 가문의 희생물이 될 뿐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이 비극성은 더욱 특별하게 돌출되어 보인다.

 

작품은 여성의 세계를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데, 그녀들에게 하나의 인생낙원 대관원을 설계했다. 또 그녀들에게 향을 사랑하고 옥을 아끼며 여자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가진 보호자-가보옥을 안배해준다. 대관원에서 그녀들은 시를 짓는 모임을 결성하고, 연회와 유희를 즐기며 아무런 구속 없이 생명이 부여한 청춘의 활력과 개인의 자유를 실컷 누린다. 여기서 청춘소녀들은 자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성품들을 모두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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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원에 앉아있는 소녀

 

 

바로 이렇게 즐거움이 충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인해, 후에 소녀들이 죽고 흩어지는 것이 더욱 뚜렷하게 처량하고 슬프다. 그러나 대관원은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은 더러운 세계에 둘러싸여있고 잠식당하고 있다.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즐겁고 왁자한 장면은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소녀들의 마음 밑바닥에 묻힌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 후, 이 소녀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대관원을 나가서, 망망한 어둠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거나 시집을 가거나 노쇠하거나 요절하거나 무정하게 잡아먹혀 완전히 파괴되거나....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은 영락하거나 죽는 것뿐이다. 소설은 부패와 몰락이 청춘 소녀들을 파괴하는 것, 즐거움과 쓸쓸함, 아름다움과 저속함을 선명하게 대비시켜 묘사함으로써 책 전체의 감염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청춘소녀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사물을 상징하며, 그녀들의 삶의 비극은 전체 사회의 비극이다. 한 사회가 만약 세간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 예를 들면 청춘, 낭만, 진실한 감정 등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고 모두 무정하게 타파된다면 그것은 분명 정상이 아닌 것이다. 그 사회가 왜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근본적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붉은 꽃 사라지고 향기마저 끊기며 뭇 꽃들이 시들어 떨어질 때, 그 사회의 종말은 정말 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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