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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폐경기 여성의 몸과 삶> 자궁근종 사용설명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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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앗 작성일18-05-08 07:49 조회2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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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사용설명서 (1)

​최소임

  #1 “일단 두고 보기로 했는데요. 아무리 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몸속에 혹 덩어리가 자라고 있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네요.” 37세 A씨는 직장 건강 검진에서 자궁근종을 발견했다. 그녀는 최근 3~4년 전부터 생리양이 평소보다 많고 생리 기간도 2~3일 정도 길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후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의사는 일단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며 지켜보고, 생리가 더 심해지면 약물치료나 수술 등을 고려해 보자고 말했다. 

  #2 B씨는 30대 초반에 너무 많은 생리양과 복부 팽만감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자궁근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6개월 뒤 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수술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근종이 다시 자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의사는 “다시 수술하면 되지요.”라고 말했다. 망설이다 2년 뒤 다시 제거 수술을 받았다. 두 번째 수술 후 근종이 도로 처음처럼 자란 것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3개월이었다. 의사는 그녀에게 이제는 자궁을 들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번이나 수술한 것을 후회하며, 수술하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와 생리만 다가오면 불러오는 배와 많은 생리양을 감내하며 지내고 있다.

  #3 C씨는 40대 중반에 심한 월경통과 월경전증후군을 겪다가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근종의 개수가 많고 임신 계획이 없으니 자궁적출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했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세포가 자라서 형성된 양성종양이다. 가임기 여성의 4~5명 가운데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게 생기는 질병이다. 30~40대, 특히 폐경주위기에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자궁근종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증상으로는 월경 과다가 가장 흔하고 월경통, 골반 압박감, 빈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내 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걱정되고, 가벼운 것에서부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증상까지 나타나는 자궁근종. 이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관계 맺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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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A씨는 생리가 평소하고 달라진 것이 신경이 쓰여 건강 검진에서 자궁검사 항목을 추가했다. 우리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내 몸을 잘 알 것이라 여기는 의사를 찾아간다. 근데 왜 우리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일을 의사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할까?

우리는 의료 시스템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제도라고 배웠다. 몸이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의사를 찾아가도록 배웠다. 또한 의사가 우리 자신보다 우리 몸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배웠다. ... 여성은 자신의 몸과 판단력에 대해 분명한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그러한 자신감의 결여가 여성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 대부분의 여성은 건강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찾도록 길들여져 있다. 외부의 지속적인 도움이 없으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분위기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5, 36쪽

  ​여성이 의료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는 의식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남성이 중심이 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여성의 몸이 남성에 비해 잘못되거나 결핍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의 몸은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편견이 어린 시절부터 깊게 심어진다. 결국 여성의 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의학’이라는 덫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8쪽) 월경이나 폐경, 임신과 출산 같은 정상적인 기능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판단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를 찾아가면 그것은 도움이 되기보다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A씨는 생리 불순으로 의사를 찾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달라진 것이 없고 여러 가지 걱정만 늘었다. 그리고 의사가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하면 거기에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B씨처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시 수술하면 되지요.”라는 의사의 말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데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다. 


  현대는 첨단 기술 덕분에 배를 가르지 않고 자궁근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의사는 그것을 통해 알게 된 자궁근종의 크기나 위치, 개수 그리고 나이나 임신 계획 여부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를 한다. 근데 여기에는 자궁근종을 제외한 몸의 다른 부분과 삶은 대부분 배제되어 있다. 환자와 분리된 자궁근종만이 진료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일한 데이터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B씨와 병원의 데이터가 동일해서 같은 근종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그녀는 수술 후 재발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많이 일어나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동일한 데이터라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몸에서 벌어진 일과 삶의 과정은 환자마다 다 다르다. 모든 삶이 각자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듯이 몸도 병도 마찬가지다. 의료 시스템이 간과하고 있는 자신의 질병과 삶의 연결 고리. 이것은 질병을 가진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자궁근종과 내 삶의 연결 지점을 찾지 못하면 자궁근종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마치 나라는 존재와는 별개로 어딘가에서 나타나서 나를 못살게 구는 적처럼. 그러면 거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노스럽은 자궁근종을 진단 받은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궁근종은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다리면 저절로 치유되기 때문이다. 자궁근종을 품고 산다고 건강에 해로울 건 전혀 없다. 한 가지 해로운 점이 있다면, 자궁근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여성의 골반기관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자궁근종이 있으면 무언가 잘못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근종 그 자체보다 건강에 더욱 나쁘게 작용한다. 그러나 부정적 이미지를 버리고 자궁근종을 대하면 여성들은 그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26쪽

   자궁근종이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생명 활동의 일부분이고 삶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밟을 것인가는 자궁근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부정적 이미지에 휩싸여서 걱정과 두려움의 나날을 보낼 것인가? 자궁근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알아가고 변화할 것인가? 다음 편에서는 자궁근종을 통해 어떻게 다른 삶을 열어갈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1 한겨레 신문 2016. 9. 18

#2 브런치, 위클리 메거진, '요즘 여자 건강 백서, 달과 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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