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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아플까? | 만들어진 질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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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VQ 작성일16-10-27 07:00 조회2,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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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질병 #1

 

 

신근영(남산 강학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새로운 발명이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양치기 소녀는 양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발명했고, 한 여성은 깨진 유리 조각을 닦은 걸레를 짜다가 손을 다치자 손을 대지 않고 걸레를 쉽게 빨 수 있는 대걸레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발명품들은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거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이 새로운 상품이 출현하면, 이에 대한 욕구가 새로이 생겨나는 것이죠. 이처럼 새롭게 발명된 상품들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런 필요가 있어서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요컨대, 발명이 필요를 창출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 상품에 지출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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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필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의학계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새로운 약이 개발되어 이 약을 사용할 질병이 필요해진다면 말이죠. 아마 이런 경우에는 단지 지출이 좀 많아지는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겁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환자로 돌변해 약을 복용해야 할 테니까요. 이런 ‘만약’의 일은 상상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우리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만들어진 질병 

2012년, 아동발달 심리학의 선구자이자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제롬 캐이건’은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 잡지인 『슈피겔』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83세가 된 이 노년의 학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정신 의학계가 아이들을 정신질환 환자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아이들 8명 중 한 명꼴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88명 중 한 명의 어린이가 자폐증 진단을 받고, 40명 중 한 명의 청소년이 항우울증 치료를 받는다는 보고, 그리고 540만 명의 미국 아이들이 ADHD 진단을 받고 상시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현실. 제롬 캐이건에 따르면, 이런 현실은 질병 그 자체가 실제로 발생한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 수많은 아이들은 사리사욕과 탐욕에 찬 제약회사와 의학 종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환자’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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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사욕과 탐욕에 찬 제약회사와 의학 종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환자’

 

 

슈피겔 : 1960년대에는 아동의 정신질환이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공식적인 자료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 8명 중 한 명이 정신적으로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제롬 캐이건 :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모호한 진단에서 기인합니다. 50년 전으로 돌아가 보죠. 학교를 지루해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7살 난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과거에 그 아이는 게으르다고 여겨졌습니다. 오늘날에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에 걸렸다고 이야기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 수가 급증한 이유입니다.

슈피겔 : 전문가들은 540만 미국 아이들이 전형적인 ADHD 증상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이 정신 질환이 단지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롬 캐이건 : 그렇습니다. 그것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모든 아이들은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습니다. 그러면 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ADHD군요. 리탈린을 받아가세요.” 사실 540만 아이들 중 90%는 비정상적인 도파민 대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만약 어떤 약이 의사들에게 사용 가능하게 되면, 의사들은 그것에 상응하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슈피겔』 온라인판, 2012년 2월 8일, 제롬 케이건과의 인터뷰 중

 

과거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말썽꾸러기,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아이가 지금은 질병에 걸린 환자로 취급됩니다. 생리적으로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교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환자가 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ADHD라는 진단을 받는 데에는 그에 맞는 약, ‘리탈린’이 발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리탈린은 거대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ADHD 치료제입니다. 이 약의 주요성분은 ‘메틸페티에이트’로 코카인과 같은 마약성 물질입니다. 이 물질이 처음 합성된 것은 1944년이지만, 당시에는 이 약의 용도를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단지 심한 피로를 느끼거나 우울한 성인들, 또는 정신적 혼란을 겪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금 사용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저소득층 흑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 약을 가지고 실험이 이루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이 실험을 주도한 두 명의 정신과 의사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자,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교실이 조용해진 것입니다. 실험결과가 안겨준 놀라움은 여러 신문의 기삿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까지 이 약의 정확한 적용증상은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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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ADHD 치료제인 리탈린


 

그러나 1960년대 말, 의사들의 묘한 술책이 이 약과 관련해 나옵니다. 그들은 만약 아이들이 이 약을 먹고 효과를 보면 질병이 있는 것이며, 반대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건강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전도시킨 것입니다. 병에 걸려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일단 약을 먹음으로써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부터 하나의 질병이 만들어집니다. 이 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증상들에 병명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기능성 행동 장애’라고 불리는 것이, ‘극소 정신 기능 장애’로 바뀌고, 1987년 오늘날 사용되는 ‘ADHD’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 약을 제조한 제약회사였습니다.

 

이 회사가 가장 공을 들인 일은 질병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직접적으로 약을 선전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을 국민 건강의 계몽자로 자처하며, 질병을 선전하는 것이죠. 아동과 청소년 관련 정신 의학 회의나 관련 연구회를 후원하며 관련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으며, 의사와 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ADHD에 관련된 지침서들을 제공했습니다. 심지어는 ADHD에 걸린 문어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알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의 행동이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는 일임을요. 이런 인식만 이뤄지면, 약이 팔리는 것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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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른들의 눈에 영 못마땅해 보이는 행동들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병원을 찾게 됩니다. 교사나, 부모, 의사들은 애매하기 그지없는 증상 체크리스트를 작성합니다.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한다든지, 또는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든지, 조용히 여가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든지, 지나치게 수다스럽다든지, 질문이 끝나지 않았는데 성급히 대답을 한다든지 하는 등의 항목들에 체크가 이뤄지고, 그러면 진단은 끝납니다. 과연 이런 진단표가 어린아이들에게 강력한 향정신성 약물을 먹일 정도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제롬 캐이건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여타의 다른 의사들의 방법대로 진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라, 실제 호르몬 대사에 문제가 있는지 그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 약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교사, 엄마, 의사 모두 더 이상은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그런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너무나 강력해서 산만하고 과격한 아이들을 본 어른들은 이에 매혹됩니다. 어쩌면 이 약으로 위로를 받고 치유가 되는 쪽은 아이들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해서 게으른 아이는 병자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삶이 의학의 대상이 되다

제롬 캐이건은 ADHD의 원인, 즉 뇌의 이상을 확인한 후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독일의 의학 및 자연과학 저널리스트인 외르크 블레흐는 ADHD라는 병의 원인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현재까지도 그 병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 약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조차 제대로 규명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위험천만한 약을 어린아이들에게 처방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적 통제를 위한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을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려는 수단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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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처방

 

 

제롬 캐이건 역시 정신질환이란 무엇인지 그 근본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슈피겔 : 그럼 아이들에게 건강 위기가 닥쳤다고 말해지는 것은 사실상 근거 없는 걱정거리일 뿐이라는 것인가요?

제롬 캐이건 : 우리는 철학적 입장을 취하고 우리 자신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정신 질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당신이 아이들이나 12세에서 19세인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게 되면, 40%의 아이들을 불안이나 우울로 범주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얼마나 많은 아이가 이로 인해 심각한 건강 악화를 겪는지 조사한다면 그 수는 8%로 줄어들 것입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아이들을 모두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것으로 그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짓입니다. 청소년들은 불안하고, 그것이 정상입니다. 그들은 어느 대학에 진학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얼마 전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에게 차였습니다. 슬프거나 불안한 것은 화가 나거나 성적 욕구불만처럼 삶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슈피겔』 온라인판, 2012년 2월 8일, 제롬 케이건과의 인터뷰 중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 중 몇몇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런 고통은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고통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이 질병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제롬 캐이건의 말대로 청소년은 불안정하고, 그래서 우울한 일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그게 청소년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정상적인 수많은 아이들이 환자로 둔갑합니다. 제롬 캐이건은 이 현상의 의미에 대해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것은 제약회사와 정신과 의사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의미한다고요.(다음 주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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