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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 <페경기 여성의 몸과 삶> 월경의 힘과 지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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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앗 작성일18-02-06 08:45 조회4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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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의 힘과 지혜(1)

                                                                                                                                                       최소임

 

 

 

연재를 시작하며

  “아직 폐경은 아닙니다.” 40대의 끝자락이던 몇 년 전, 6개월 째 월경이 없었다. 폐경이 아닐까 걱정되어 찾아간 병원에서 들은 말이다. 의사는 아직 몇 번의 월경이 더 있을 것이라며, 무월경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될 때 폐경으로 진단을 내린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폐경이 되려면 한참 시간이 남은 셈이다. 아~ 다행이다. 언젠가는 닥쳐올 힘든 일이 조금 뒤로 미뤄진 듯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을 때 의사가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나같이 마른 사람은 폐경기 증상을 심하게 겪는다고, 반드시 호르몬 치료를 해야 되니 꼭 찾아오라고. 뭐야 겁주면서 영업하는 거야. 반발심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먼저 폐경이 된 친구들이 여러 증상들 겪으면서 고생하는 얘기를 익히 들어온 터였다. 한 친구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 하다가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나는 월경통으로도 엄청 고생을 했는데 폐경기 또한 호되게 겪어야 한단 말인가. 이렇듯 나에게 폐경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부정적인 일이었다. 


  14세에 천계가 열리면서 초경이 시작되고, 49세에 천계가 닫히면서 폐경이 된다. 이것이 『동의보감』이 말하는 여성의 몸에 흐르는 자연의 리듬이다. 폐경의 문제는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달려있다. 니체가 말하듯 ‘자연은 언제나 몰가치적이다.’ 이는 자연이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의 가치에 고정되지 않고 수많은 가치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폐경을 부정적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에 긍정적인 가치를 선사할 수도 있다. 아니 긍정적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폐경을 전후해서 생기는 여러 증상들은 대개 5~10년 동안 지속되고, 우리는 폐경이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몸의 문제는 의사들의 영역이라 여기지만 『동의보감』은 누구나 자기 몸의 탐구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몸에 대한 앎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연재 글에서는 『동의보감』을 길잡이 삼아 폐경기 여성의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삶을 탐구해보려고 한다.    

 

 

삶의 걸림돌이 된 월경

  다들 알다시피 월경이 멈추는 것이 폐경이다.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인 폐경의 탐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월경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화제와 동시에 논란이 된 기사 하나로 시작해보자. 몇 년 전 영국의 일간 데일리 메일에 실린 기사이다. 이 기사는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위해 인위적으로 월경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면서 건강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월경 없는 삶’을 선택한 세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직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헤어 디자이너인 29세의 여성 A는 벌써 7년째 월경을 중단시키는 호르몬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고 있다. 그녀는 “고객과 함께 있을 때, 100%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월경전증후군은 최악의 증상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27세의 여성 B는 남성 직원이 대부분인 광고 회사에서 일하면서 월경이 자신의 열정을 방해한다고 느꼈고, 2년 전부터 경구 피임약을 통해 생리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녀는 폐경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 약을 복용할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런 방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며 성교육 시간에 가르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시청에서 접수원으로 일하는 29세의 여성 C는 6년 째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항상 손님들을 웃으면서 맞이해야 하는 그녀에게 생리통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소였다. 그녀는 “여러 불편한 점을 없애고 직장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느껴졌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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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기사는 장기적으로 월경을 중단할 경우 암 발생, 뼈 건강, 심장 질환, 불임 가능성 등의 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의의 진단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의사들의 이런 경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는 생리를 할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 나이대의 여성에게 생리의 고통을 피할 방도가 있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여성들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월경 없는 삶’을 원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여성들이 안전하기만 하다면 이런 월경 억제제를 먹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웬다 트레바탄, 『여성의 진화』, 94쪽)

 

   이는 많은 여성들이 월경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은 월경통보다 월경전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더 많다. 월경전증후군이 월경통에 비해 지속되는 기간도 길고 증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과민반응, 우울한 기분, 불안, 혼돈, 유방통, 복부팽만, 두통, 사지 부종등과 같은 흔한 증상부터 여러 종류의 정신적, 신체적 증상까지 알려진 것이 백 가지도 넘는다. 적어도 60%의 여성이 이 증후군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왜 요즘의 여성들은 월경을 이렇게 힘들게 겪게 되었을까? 진화 의학에서는 종종 오랜 진화적 세월 동안 만들어져온 우리의 몸이 동시대 삶의 방식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임신과 출산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대부분의 가임기간 동안, 사실상 임신 혹은 수유 상태였다. 평생 약 100 ~ 150번의 월경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의 여성은 한두 번의 임신, 그리고 각 임신마다 몇 개월에 불과한 수유 기간 동안만 월경을 쉰다. 평생토록 약 350 ~ 400번 정도 월경을 하고 있다. 여성의 몸은 이렇게 엄청난 횟수의 주기적인 호르몬 변화에 적응하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이런 잦은 호르몬의 변화와 호르몬의 홍수가 여성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웬다 트레바탄, 『여성의 진화』, 81쪽)


  평생 100~150번의 월경을 한다는 우리의 선조는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을 말한다. 현대로 오면서 월경의 횟수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가까운 과거인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적은 횟수의 월경을 했다. 그 시대에는 월경통과 월경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지는 않았다. 이제는 평생 임신이나 출산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아지는 시대이다. 진화로 물려받는 몸과 현재 삶의 방식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매워야 할까? 인위적인 월경 중단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방식과 다르게 월경과 긍정적인 방식으로 관계 맺을 수는 없을까?

내 안의 자연성

  『동의보감』에서는 자궁 즉 포(胞)를 이렇게 말한다.

포(胞)는 오행(五行)에 속하는 것이 아니어서 수(水)도 아니고 화(火)도 아니다. 이는 천지(天地)의 다른 이름이며, 곤토(坤土)가 만물을 낳는 것을 본받았다. 
                                                                                                                       

- 『동의보감』, 내경편, 포문

이 짧은 문장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곤토의 곤은 주역의 64괘 중 하나로 대지를 뜻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자궁이 만물을 낳는 대지이며 천지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 말은 단순한 비유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의 생명관, 세계관은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인간은 자연의 산물이며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밤, 낮이 바뀌고 나무가 열매를 맺는 자연의 이치와 우리 몸의 생리, 마음의 심리가 모두 같은 이치로 작동한다. 그래서 포는 천지의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는 대지와 이치적으로 같다는 의미이다. 여성의 몸은 대지을 품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월경을 한다는 것도 신비스러운 일이다.    

 
『내경』에서는 “여자가 14세가 되면 천계(天癸)가 돌기 시작하면서 임맥이 통하고 태충맥이 가득 차서 월경(月經)이 때맞춰 나오므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주석에서는 “계는 임계(壬癸)를 말한다. 임과 계는 북방의 수(水)를 가리키는 글자다.”고 하였다. 충맥과 임맥이 흐르면 혈이 차올라 때에 맞춰 월경을 하게 된다. 천진(天眞)의 기가 내려와야 월경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월경의 근원이 되는 물을 천계라 하는 것이다. 
                                                                                                                    

 - 『동의보감』, 내경편, 포문

  여자는 14세가 되면 천진의 기가 내려와 천계가 돌기 시작하면서 월경이 나온다. 월경을 한다는 것은 하늘, 즉 자연과 통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자연과 연결된 존재이지만, 월경을 하면서 자연과의 접속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연결성이 천계이다. 천간의 계는 천간의 글자이다. 천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시간에 따른 하늘의 기운 변화를 10개로 나눈 것이다. 계는 그 중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응축된 기운이다. 생명을 품은 씨앗이며 생명의 근원인 물이다. 그래서 여성은 이 천계가 몸에 돌면서 즉 월경을 함으로써 생명을 낳을 수 있는 몸이 된다. 몸 안의 대지가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모든 생명의 새싹을 틔울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여성은 자연이 만물을 낳고 낳는 창조 과정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월경을 시작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잠재된 창조성이 깨어나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리고 월경의 근원은 하늘의 물이자 생명수이다. 월경주기에 따른 몸의 변화가 바로 이 창조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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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맥(衝脈)은 혈해(血海)로 모든 경맥이 만나는 곳이다. 남자의 충맥에는 혈이 머무르지 않고 계속 순환하며, 여자의 충맥에는 혈이 머물러서 계속 쌓이게 된다. 혈이 가득 차면 때에 맞춰 넘치게 되는데, 이것을 월신(月信) 혹은 월수(月水), 월경(月經)이라 한다. 이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본뜬 것이다. 
                                                                                                                      

  - 『동의보감』, 내경편, 포문

  충맥은 임맥과 함께 임신을 주관하는 경맥으로 자궁에서 시작해서 척추를 따라 올라가는 맥이다. 이 충맥의 흐름에 여자와 남자가 차이가 있다. 남자는 양기라 머무르지 않고 순환하고 여자는 음기라 머물러서 쌓인다. 그래서 여자는 충맥에 혈이 모이고 때가 되면 넘치는 것을 반복하는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리듬이 몸 밖으로 드러나는 사건, 즉 생리혈이 나오는 것을 월경이라고 한다. 이 리듬이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본뜬 것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앞에서 계속 인간과 자연의 연계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런 관점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이유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리듬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밤에도 낮처럼 훤히 불을 밝혀 활동을 할 수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월경주기가 인간이 자연의 소산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라는 생각이 든다. 월경의 주기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달의 주기인 28일과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월경주기는 인간이 오랜 세월 자연과 더불어 진화하면서 자연의 시간성이 달의 리듬으로 여성의 몸에 새겨진 것이다. 고대의 한 문화권에서는 월경 중인 여성을 달과 호흡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은 보름달이면 배란을 하고, 달이 완전히 기울면 월경을 시작했다. 

  여성의 몸은 달의 리듬에 따라 시기별로 변화한다. 월경주기의 전기(前期)에는 달이 조금씩 차오르면서 보름달이 되어가듯 난자가 성숙되어 배란을 준비한다. 이 시기에 여성의 감정과 행동은 외부 세계를 지향한다. 음양으로 보면 발산하는 양의 시간이다. 외적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고 열정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충만해진다. 보름이 되면 달은 어둠을 배경으로 사물을 밝게 비춘다. 여성도 배란기가 되면 성욕과 성적 매력이 최고조에 달하며 포용력이 넘치게 된다. 사고와 창의력도 최고의 수준에 달하게 된다. 양이 절정에 이른 것이다.   

  양이 극에 이르면 음이 되고,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배란기에 임신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월경주기의 후기(後期)로 접어든다. 배란 후 월경 전에는 그동안 외부로 향하던 에너지의 방향이 내부로 바뀌게 된다. 음인 수렴의 시간이다. 내향적이고 사색적이 된다. 음이 절정에 이른 시기 즉 달이 기울어져 완전히 어둠에 묻혀버리는 때가 바로 월경 직전과 월경 기간이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인 새벽 4~6시 사이에 출혈을 시작한다고 한다. 기존의 혈을 비워냄으로써 다시 양의 시간으로 들어가 새로운 생명 잉태의 과정이 시작된다.  

                                                                                       이 글은 다음글인 '월경의 힘과 지혜(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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