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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요 함백산장 | <수리수리 한수리>(16) - 통계, '개인'이 빠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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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수리 작성일17-12-07 15:03 조회6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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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개인이 빠진이야기

  굴드라는 과학자가 있다. 그는 미국에서 유명한 만화 ‘심슨’에 나올 정도로 대중적인 과학자이다. 그가 그렇게 유명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독특한 진화 이론과 300편에 달하는 대중을 위한 과학 에세이 덕이다. 
  그의 300편에 달하는 에세이 중에는 자신의 투병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마흔 살에 복부중피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 시절 그 병은 희귀했으며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암이었다. 그의 담당의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좌절할까 봐 굴드에게 정보를 숨긴다. 하지만 지적호기심으로 가득한 굴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 도서관에 가서 기어코 그 병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낸다. 그리고는 왜 그렇게 의사가 정보를 숨겼는지 이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문헌들 마다 한결같이 끔찍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중피종은 불치병이며, 진단 후 중간값 생존기간이 8개월 이하라는 것이었다.1) 
  굴드는 8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보통사람이었다면 그냥 거기서 좌절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굴드는 자연사와 진화에 대한 전문가였다. 자연사와 진화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자료와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분석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통계에 관해 박식했다. 그래서 ‘통계’라는 수치를 통해 자신에게 제시된 시한부 선고를 다르게 볼 수 있었다. 과연그것을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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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에 나온 과학자 ‘굴드’>


::평균의 다른 이름 ‘중간값’

  먼저 생존기간과 시한부 선고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부터 알아보자. 그것은 바로 통계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떤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이 진단을 받은 후 얼마 동안 생존했었는지 통계적 분석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평균 생존기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평균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산술평균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술평균은 ‘모든 값을 합산한 후에 경우의 수로 나눈 값’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균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중간값이라는 평균을 이용한다.2)
 중간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값'이다. 예를 들어 1개월 6개월, 8개월, 10개월, 10년이 다섯 사람의 생존기간이라고 했을 때 산술평균값은 29개월이 되고 중간값은 5개 중 3번째 있는 8개월이 된다. 이 값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술평균은 10년을 산 한 사람 때문에 그 값이 확 높아져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자료상으로 4명이나 1년을 다 못살았지만 평균 값은 그것보다 훨씬 높으니 자료를 대표하는 값으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중간값은 딱 중앙에 있는 값이 되므로 하나의 자료가 훨씬 크다고 해서 전혀 영양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 중간값을 평균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중피종에 걸린 사람 중 절반은 8개월 이내에 사망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 이후에 죽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우리는 이것을 중앙 생존기간 또는 중간값 생존기간이라고도 부른다. 

::통계의 허점
 
  굴드가 찾아본 문헌들에도 ‘중간값 생존기간’이라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고 굴드는 ‘중간값’이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으로서 중간값이 더 정확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굴드가 중요하게 본 것은 병에 걸렸을 때 평균값을 통해 특수한 개개인의 생존기간을 규정 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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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암치료혁명』,김동석 저, 85쪽>


  통계는 ‘집단’을 분석한다. 그리고 평균이라는 집단을 대표하는 값을 산출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집단에 필요한 정보를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러한 대푯값을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이 가장 큰 사건으로 착각한다. 그것은 어디 까지나 각각의 특수한 개체에 적용될 수 없는 추상적인 값일 뿐이다. 왜냐하면 개체의 상황과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100명의 중피종 환자의 실제 생존기간을 조사하면 통계를 낸 위의 그래프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1명을 꼭 집어서 그의 생존기간이 어디쯤 위치할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통계에는 각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간값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고 해서 거기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우리의 착각이다. 개인은 집단과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존재이다. 
  다시 좀 전에 이야기했던 100명의 중피종 환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의사 한 사람이 100명의 환자에게 그들의 생존기간을 8개월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가장 맞을 확률이 높은 정답이다. 하지만 그것은 100명에게 말하는 의사의 관점에서 일뿐이다. 각각의 특수한 개체인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100명 중 50명이 8개월을 생존했다면 중피종 환자의 생존기간이 8개월일 확률은 50%가 될 것이다. 하지만 환자 한 사람에게 당신의 생존기간이 8개월일 확률이 50%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중피종에 걸린 환자 집단을 통해 낸 결과이므로 환자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서 0개월부터 수십 개월까지 생존할 확률이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통계는 집단에 관한 것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개체나 단일한 사건에 대한 예측은 어렵다. 그러므로 중피종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생존기간을 통계의 대푯값으로 규정지어선 안 된다. 

::굴드만의 특수한 삶

   굴드 역시 통계의 대푯값을 가지고 개인을 규정하는 것이 오류임을 간파하고 생존기간 8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로부터 해방된다. 그는 자신의 생존기간을 중간값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을 통해 어디쯤에 있을지 분석한다. "나는 아직 젊고 끝까지 싸워 이겨야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고, 현대 의학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도시에 살고 있고, 든든하게 후원해 주는 가족도 있고, 운 좋게도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암이 발견되었다."​3) 이러한 근거를 통해 그는 자신이 그래프 분포에서도 오른쪽 끝 꼬리에 있을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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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처럼 자신의 삶을 살다간 '굴드'>

  그는 그러한 사실을 통해 자신이 선고받은 8개월보다 더 살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고 실제로 20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그의 사인(死因)도 중피종이 아닌 다른 암으로 인한 것이었다. 굴드는 통계의 허점과 일반적인 우리 생각의 오류를 간파했다. 그는 개개인의 특성을 하나의 평균값을 가지고 집단의 전반적인 특성으로 환원해 버리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한다. 그래야만 개체의 다양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하나의 경향성이나 척도가 아니라 전체가 포함하는 개체의 다양성이었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주장처럼 진화생물학이라는 집단의 주류와는 전혀 다른 자기 자신만의 진화론을 펼쳐 나갔다. 또한 삶과 죽음 앞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결국 중피종 완치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여기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죽음이 찾아오면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이 찾아 왔을 때도 남들과는 다르게 ​마지막 순간까지 쾌활함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은 주변 친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주었다고 한다.​4) 그렇게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주장하던 개체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1)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이명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73쪽 
2) 평균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산술평균, 조화평균, 기하평균, 중간값, 최빈값 같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산술평균과 중간값만 다루겠다.
3) 위의 책​, 79쪽
4)기사 참고 : https://monthlyreview.org/2002/11/01/stephen-jay-go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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