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 늬우스> '제2회 양생세미나!' 그리고 떠나간 사람 > 이타카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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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로 가는 길

놀러와요 함백산장 | <산장 늬우스> '제2회 양생세미나!' 그리고 떠나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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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수리 작성일18-06-27 01:42 조회45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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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오늘은 함백에서 두 번째 양생 세미나 시간을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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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서울에서 새로 오신 두 분의 선생님과 함께 세미나를 했어요.

정우 샘은 아는 지인 중에 아프신 분이 있어서
그분께 뭔가 도움이 될까 해서 세미나를 신청하시게 됐고
소영 샘은 예전에 의료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평소에 몸과 질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신청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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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각자 읽은 소감을 이야기해봤는데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 되다 보니
책의 페이지는 넘어가는데 
책 안에서 주인공의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지루한 면이 있지만,
그 안에 통찰력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가 이 디테일한 묘사 속의 재미를 의도했더라구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세밀하고 철저하게.
이야기가 요구하는 공간과 시간 때문에 이야기가 재미있게 느껴지거나 지루하게 느껴진 적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이야기가 고통을 준다는 악평을 두려워 하기보다는, 오히려 철저한 것만이 정마로 재미가 있다는
견해가 옳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마의 산(상)』/ 토마스 만 지음/ 윤순식 옮김 / 열린책들 / 10쪽/​ 「머리말」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것에 대해서 창희샘이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읽는 사람이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쓴 것인지 파악할 수도 있고 못 파악할 수도 있어요.
물론 그 의도를 파악해보려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이에요.
이걸 읽을 때 어떤 부분이 나에게 와 닿았고 왜 와닿았는지, 
그리고 읽기 전과 읽은 후 내 생각과 삶이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는지가 중요해요.
거기서 책을 통해 내 삶이 드러나요.

그렇다고 내 의도로만 책을 읽어서도 안 돼요.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썼는가와
나는 어떻게 읽었는가 
그 두 개를 병행하며
내 삶이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읽어야 해요.
그래야 알고 있는 것과 삶이 동떨어지지 않고 섞일 수가 있어요.
또한 내가 삶에서 가지고 있던 고민과 질문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야 해요.
어쨌든 우리는 책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힘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죠.

-창희샘

 

종훈샘이 가지고 있던 고민은

가까운 지인이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려서 안타까워서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창희샘이 자신의 투병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셨답니다.

 

제 주변에서 사실 그렇게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그분들이 뭔가 도와주려고 하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됐어요.

약이라든가, 치료볍, 용한 의원 등등.

그런데 곁에 있어 주는 건 정말 많이 힘이 되었어요.

특히 어머니가 오랜세월 동안 아파하는 저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귀찮아 하거나 하시지 않고

그냥 엄마 자신의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아가신 것.

그게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냥 그런 엄마를 보면서 해가 뜨면 일어나서 해가 지면 자듯이 

그런 사이클에 맞게 제 일상을 살아갔던 거 같아요.

10년 동안 그렇게 먹었던 약들은 별로 효과가 없었어요.

주변에서 힘이 될 수 있는 건 그런 거에요.

어떤 상황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을 그냥 살아가는 것

그게 굉장히 힘이 됐어요.

그리고 아픈 사람 자체에서 힘이 나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깥에서 힘이 절대 들어갈 수 없어요.

그냥 더이상 나약해지거나 좌절하지 않게 중심축이 되어 줄 뿐이었어요.

자기 삶을 자기가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만 변화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자기를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10년이 지나니까

그냥 병이랑 같이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10년이 지나니까 왜 내가 내 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의 변화가 생기더라구요.

그런 변화들이 일어나면서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이 되었어요.

 

-창희샘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던 부분이 떠오른 구절을 이야기해주셨어요.

 

희망이 꼭 좋지만도 않아요. 그걸 깨닫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희망에 저당 잡혀서 현재를 계속 유예시키며 살앗구나 하는걸요.

 

기다린다는 것은 앞질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시간과 현재를 선물로서가 아닌 장애물로서 느끼고,

시간과 현재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며 그 가치를 마음속에서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지루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한다. 

긴 시간을 긴 시간 자체로 보내지도, 그것을 이용하지도 않고 마구 집어삼킬 때 말이다.

 

​『마의 산(상)』/ 토마스 만 지음/ 윤순식 옮김 / 열린책들 / 466쪽

 

다 나으면 뭘 하려고 하는 생각,

봄이 되면 나을 거다 하는 희망.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가면 다음 봄에는 낫겠지 하면서 10년을 보냇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엇어요. 희망이라는 게 내 삶을 없어지게 만드는구나.

내 삶을, 현재의 삶을 증발시키는구나. 바로 이런 느낌이었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하자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인간을 더 강하게 할 수 없듯이,

기다리기만 한 시간은 사람을 늙게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순전히 기다리기만 하고, 그 외의 다른 일은 생각하지도 않는 경우는 실제로 일어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마의 산(상)』/ 토마스 만 지음/ 윤순식 옮김 / 열린책들 / 466쪽 

 

우리들 대부분도 이렇게 희망으로 현재의 삶을 유예시키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대학 들어가면 취업만 하면,

취업하면 결혼하면,

결혼하면 애가 다 크면,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삶을 유예시키며 단 한 순간도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구요.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세미나가 끝나버렸어요.

 

세미나가 마무리되고 저는 영월에 있는 장례식장에 옥현이모와 함께 갔어요.

 

저번 주에 봤을 때 "다음 주에는 기운 차려볼게"라고 씩씩하게 말했던

윤미 누나가 하늘나라로 떠나갔어요.

 

좀 더 같이할 줄 알았는데 뭐가 그리 급했던지...

 

그래도 다행히 편안하게 떠난 것 같아요.

 

누나는 금요일에 출혈이 멎지 않아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어요. 

출혈이 멈추고 병원에서는 입원해서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지 물었고 

누나는 안 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했데요.

그리고 집으로 와서 누나가 떠날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토요일 밤에 언니에게 자기를 좀 씻겨 달라고 해서 깨끗이 씻고 누워서 이야기했대요.

"언니, 나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어디를 가려고?"

"이제 먼 길 떠나야지. 언니. 불 좀 꺼줘"

그리고 나서 옆으로 돌려 눕혀달라고 한 후

가족들에게 "나 이제 갈게"라고 인사한 후

명진이와 지수의 손을 잡고 자는 듯이 떠났다고 합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함께 세미나도 하고,

저번 주에는 웃고 떠들던 누나가 갔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는 않네요.

 

아픈 와중에도 책을 읽고 주역을 외우던 누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해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누나는 그런 걸 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갔고 

자기의 힘으로 끝까지 걸어서 떠난 누나가 

대견하고 장하게 느껴지네요.

 

아직도 누나가 마지막에 주역을 다 외워서 쓰고 난 후

환하게 웃으며 "나 다 썼어~" 하면서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이제 더 이상 누나의 그 환한 웃음을 볼 수 없어 슬픈 마음과

마지막에 누나가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주고 가서 고마운 마음들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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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에는 윤미누나 발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함백산장에서 누나를 위해 낭송을 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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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잠시 누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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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불경에서 몇 개씩 뽑아서 낭송을 하였답니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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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함백산장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낭송을 하니 기분이 오묘했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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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이 끝나고 나서는 다같이 창희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이사님들은 차 안에서도 주역을 외우며 열공중이십니다 ㅎㅎ

 

 

 

그럼 오늘 산장 늬우스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슬프고 힘들어도 누나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야겠지요.

 

다음 주에 새로운 산장늬우스로 또 찾아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오켜니님의 댓글

오켜니 작성일

제목을 안 읽고 본문을 읽다가 갑자기 흑~했습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