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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완`s 뉴욕일기 | [무술년 크크성 2기 첫번째 에세이-낭송 장자] 정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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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jsun0501 작성일18-05-30 16:33 조회3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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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장자

 

By 정에스 김

May 17, 2018

2018 뉴욕 크크성2-1stbook

 

 

장자

뉴욕 크크성2기의 첫번째 세미나 대상이 된 책이다.

 

고전에는 완전 문외한인 나에게 몇 해 전에 한국에 있는 동생이 낭송 시리즈 중의 책 몇권을 선물로 보내왔다그 당시에 나는 명리학에 삘이 꽂힌 직후여서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아 대강 훑어보기만 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두었었는데 그 책들 중의 하나가 장자였다.

 

올해 들어서1월초부터 전시와 관련된 일들이 꼬일대로 꼬이고 작년 한해 동안 전시에10번이나 참여할 정도로 열심히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이리저리 뛰었건만 그 성과가 내가 원하던 만큼의 수준이 아니어서 헛헛함과 우울한 마음이 내내 가시질 않았더랬다그런 나 자신을 달래 줄 요량으로 책장의 책들을 뒤지다가 낭송 장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아무 페이지나 대강 펼쳐서 읽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뜨거워져왔다

 

‘”선생은 어찌 이리 고달픈 모습입니까?”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가난한 것이지 고달픈 것이 아닙니다선비가 타고난 덕과 도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고달픈 것입니다옷이 헤지고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은 가난한 것이지 고달픈 것이 아닙니다.단지 때를 만나지 못한 것 일 뿐이지요

왕께서는 나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굴거리 나무,가래나무녹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를 탈 때는 가지를 휘감고 다니면서 의기양양합니다.예나 봉몽같은 활의 명수라도 겨냥조차 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산뽕나무,가시나무탱자나무처럼 가시 많은 나무를 탈 때는 위태롭게 다니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두려움에 부들부들 떱니다이는 원숭이의 근육과 뼈가 유연성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있는 곳이 불편하여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지금같이 어리석은 군주와 세상을 어지럽히는 신하들 사이에 있으면서 고달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1-1. 가난한 것이지 고달픈 것이 아니오낭송장자, 22-23)

 

2010내가 처음 미국에서 작가로 데뷔할 때그 당시만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어줍잖은 생각만으로진짜 빈몸으로 나선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애린애였었다나이를40이나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것도 세계 각지에서 꿈과 야망을 안고 모여드는 예술가 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인 뉴욕에서 말이다.

이곳에서도 실력이 있으면 그 실력을 입증해줄 번듯한 학력이 필요했고사진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트려면 나와 내 작품을 피알할 유창한 영어 실력이 필요했고전시를 따내거나 정부 보조금이라도 받아내려면 영어 에세이 능력은 덤으로 따라오는 필수사항이었다또한사진계 유력 인물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매끄러운 사교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의 나와바리가 아닌 곳에서 멋모르고 설쳐대며 지난8년간을 작가라는 타이틀 아래 살아온 결과이곳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아직까지도 미완성이다.

그렇게 현실은 냉정했고 요즈음의 나는 8년 동안 활동하면서 뼈저리게 자각해온 나의 모자람과 덜떨어짐과 어줍잖은 자만심에 스스로를 조소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던 와중에 장자가 예시한 원숭이가 가시 많은 나무를 탈 때는 위태롭게 다니며 두려움에 떠는 것은 근육과 뼈가 유연성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있는 곳이 불편하여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구절에 내가 잠시 확 가버린 것이다게다가 거기에 더하여 고달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느냐는 마지막 쐐기의 말에 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몇년간 사주 명리를 공부하면서 좋은 사주란 무엇일까좋은 운이란 무엇일까그리고 하늘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인간을 이땅에 태어나도록 허락한 것일까 하는 질문을 계속 갖고 있었더랬다좋은 사주로도 평균 이하의 삶을 살고 어려움을 가진 사주로도 안밖으로 다부지게 살고 있는 여러 사주의 유형들을 접하면서 좋은 사주 나쁜 사주를 구별할 이유가 무색해지곤 했었다그래서 사주보다는 관상관상보다는 심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일까.

 

이 세상에 아무런 재주나 재능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간혹 자기 재주가 뭔지 깨닫지 못해서 헤매고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 재주와 재능을 세상에 마음껏 펼치고 인정받는 것은 다르다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절대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사주 명리를 통해 다시금 자각하게 되었다

 

삶을 얻는 것도 때를 만났기 때문이고 그것을 잃는 것도 때를 따르는 것 뿐일세생사를 편안히 추이에 맡기면 슬픔과 기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네.’ (6-6, 팔이 변해 닭이 되면 새벽을 알리리라낭송 장자, 189) 

 

세상사 내 뜻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그것을 운명으로 선선히 받아들이는 일이것은 오직 덕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4-3, 재상을 꾸짖은 절름발이 신도가낭송 장자, 119)

 

성경마태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포도밭에 대한 비유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포도밭에 일꾼들이 와서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주인이 일꾼들의 품삯을 주는데 아침에 일하러 나온 일꾼과 오후에 나온 일꾼의 품삯을 똑같이 나눠주었다아침 일찍부터 나와 일했던 일꾼들이 불평하자 주인이 말했다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에 온 자에게도 똑같이 주는 것이 자신의 뜻이라고 말이다.

 

하늘의 태양도 선한 사람의 땅과 악한 사람의 땅을 구별하지 않고 고르게 비춰주고 하늘의 비 또한 차별없이 내림이 그러하다태양은 무심히 비출 뿐이고 비 또한 무심히 내릴 뿐이다.우주는그리고 자연은 모두에게 지극히 공평하다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인간들은 볼록 거울 앞에 비춰진 왜곡된 모습으로 세상과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다.

 

나를 이지경에 이르게 한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네부모가 어찌 내가 가난하기를 바랐겠는가하늘은 사심없이 모두를 덮어 주고 땅도 사심없이 모두를 실어 주니어찌 하늘과 땅이 사사로이 나를 가난하게 하였겠는가나를 이렇게 만든 자를 찾았지만 알 수 없었네내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것은 운명일세.” (6-1. 운명낭송 장자, 202-203)

 

자연의 도와 덕을 따라 자유롭게 노닌다면 그렇지 않게 된다명예도 없고 비난도 없이한번은 용이 되고 한번은 뱀이 되어시절 인연에 따라 변할 뿐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는다.한번은 올라가고 한번은 내려오며 조화를 도량으로 삼는다.만물의 시원에서 자유롭게 노닐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하게 하되 자신은 다른 사물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중략)…그러나 사물과 인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합해지면 언젠가 나뉘고이루어지면 언젠가 무너지며,모나면 언젠가 깍인다높은 자리에선 비난을 받고유능하면 공격을 받고현명하면 모함을 받고어리석으면 기만을 당한다어떻게 세상의 번뇌를 피할 수 있겠느냐슬픈 일이다.명심하거라인간이 의지할 것은 오직 자연의 도와 자연의 덕뿐이다.” (2-14. 쓸모없음의 쓸모있음도 쓸모없다낭송 장자, 72-73)

 

그러한 왜곡된 모습에서 정상으로 돌아올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자공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도를 얻는 일은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인간과 다르게 동물들은 굳이 세상사를 고민하거나 질문할 필요가 없다그냥 자연의 리듬을 타고 자연에 맞춰 살기 때문이다그동안 나는 무식하게 너무 열심히만 살았던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 중 하나인 무지개는 있다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oqmLKC_w5KQ&t=0s&index=16&list=FLm7oMpwNb3H9MImI-ASv6YQ

눈도 뜬 이 아침을 맞고
지친 를 위해 도하고
벗어놓은 어젤 다시 
또 하루는 애써 나를 달래주
익숙하게 내려놓은 믿음
무덤덤히 쌓여가는 변
세상은 나를 조각하고
내 
모든이 맘에어두고
게 든 저녁 을빛 어딘가
단하게 어버린 내 그림자
꺼질한 하루하루를 견뎌보면
소망 같던 
에 가까워질까
고단했던 
이 그친 걸까
무지개는 다시 
떠오르
변함없이 다들 같은 곳을 향해
소리 없이 도는 시계바늘처럼
끝도 없는 저기 저 길 위
점 한 칸을 겨우 지나서야 내 하룬 진다

 

무지개는 있다맞는 말이다.그런데 잡을 수는 없다

만질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는 저 하늘 너머에 있는 신기루 같은 것

그것이 무지개다

그동안 나는 잡히지 않는 것을 굳이 잡으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헛X랄로 8년이라는 세월을 낭비한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헛발길질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내가 경험하고 배운 수많은 값진 지식과 교훈들

열심히 노력해서 얻었던 작지만 귀한 성과들

그리고 그 시간들 안에 함께 해준 나의 진실된 동료들

 

볼록 거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가진 것얻은 것은 보지 못하고 없는 것얻지 못한 것만 보이는 볼록 거울 말이다.

 

그는 온 세상이 자신을 칭찬해도 더 힘쓰지 않았으며 온 세상이 자신을 비방해도 더 낙담하지 않았습니다.자기 마음과 외부 사물을 구별할 줄 알았고명예와 치욕을 구분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그는 세상사에 대해 안달복달하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가 있습니다.열자는 바람을 부리며 바람을 타고 다닙니다세상사를 가뿐히 벗어나는 모습이 훌륭합니다.떠난 지 보름이 되면 돌아옵니다그렇다고 바람이 잘 불길 바라지도 않습니다.열자는 비록 의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이에 비해 천지의 기운과 하나가 되어 자연의 무궁한 변화를 따르면서 자유의 무한한 경지에서 노닐 수 있다면 달리 의지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그러므로 지인은 자기를 의식하지 않으며신인은 성과를 의식하지 않으며성인은 이름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7-14. 지인신인성인_대붕우화2, 낭송 장자, 239-240)

 

아무리 잘하는 일이라도혹은 즐겁고 유쾌한 일일지라도 그것에 돈과 명예가 결부되면 

그것은 곧바로 나를 옥죄는 쇠사슬로 변하기 마련이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 직업이 되면 지겨워 지듯이 말이다.

 

예정되어 있던 전시를 제외하고 올해는 잠시 활동을 접었다.

이제 마음을 새롭게 다잡을 때다

처음 사진을 공부하며 기쁘고 즐거웠던 고등학교 시절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

배우고 익히고 내 생각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때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할 것 같다.

 

낭송 장자.

짧은 이야기들그러나 헛헛한 내 마음을 채워주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 책이었다책을 읽는 내내 감사했다그리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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