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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통신 | [우란의 스페인 이야기] 나의 100년 묵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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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우란 작성일17-03-10 14:54 조회1,726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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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고 있는 김우란입니다.

일전에 스페인 포토에세이로 감이당에 글을 올렸지요.
MVQ사이트 한 공간에 내 방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짠~ 하네요.
내 방이 생겼으니 자기소개도 좀 찐하게 해 볼게요.

 

지난 2017년 겨울 인문 캠프에 참여했던 일이 제겐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3박4일 동안의 감흥이 참 깊었어요. 감이당에서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나 사춘기 시절은 프랑스에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스페니쉬와 결혼하여 여기 스페인에서 17년 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한국은 조국이긴 하지만 낯 선 곳이기도 해요. 그런데 감이당을 만나 너무 반갑고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실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오늘은 저희 집을 소개드릴께요.


일전에 스페인 포토에세이 1편에서 잠깐 언급했지요 ("여기")  

 

 

 

100년전 남미로 이민간 스페인의 인디아노

 

저희 집은  “인디아노(Indiano) “라 불리는 특유한 건축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디아노라는 명칭은 19세기말 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배를 타고 남미로 이민간 스페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인디아노 대부분이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던 생활고가 극심한 사람들이었답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해 무작정 배를 타고, 쿠바와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남미로  떠났어요.  그들 중 일부는 엄청난 재산과 심지어 노예까지 사서 고향에 돌아왔답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성공을 알리기 위해 인디아노식의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시골사람이 도시에 나가 출세한후 다시 고향에 돌아와 보란듯이 큰집을 짇고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디아노 건축물의 특성

  

여기서 인디아노 건축형식의 특징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당시 모더니즘 영향으로 집들이 3층이상으로  높고 평수도 큽니다.  남미 문화의 영향을 받아 색깔들이 화려합니다. 또한 정교한 건축형식과 세라믹이나 유리와 철 같이 비싼 건축 자재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다 야자수나 부간비아(Buganvilla)나 까멜리아(Camelilla)등의 여러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넓은 정원을 갖추고 있고요. 그 당시 처음으로 집에 욕조를 들이고, 전기나 난방시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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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인디아노 스타일 집들 , 수준이 박물관급이죠.  

 

 

 

가우디와 한 인디아노의 인연


참고로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와 한 인디아노의 인연을 소개할게요.
스페인 북쪽 깐따브리아(Cantabria)지역의 한 인디아노의  의뢰로  가우디는  “엘 까프리쵸(El Capricho) “라는 건축을 완성했습니다.  당시 가우디는& 30세 중반이었고, 그의 초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 >엘 까프리쵸 는 '일시적 충동' 이라는 뜻으로 고전 음악 의 악보 그대로 연주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아이처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형식을 말하는데요,
 가우디는 이 작품을“음악과 건축의 조화“ 라는 의미로 건축했다고 합니다. 또한 건물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5개의 기둥을 철자재로 사용하여 실제로 실내에서 음악을 연주할경우 음악이 집내부에 널리 퍼질수 있도록 기술적인 면도 반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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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의 엘까프리쵸, 철로된 5개 기둥은 음악연주시 소리가 잘 퍼지게하려는 과학적인 의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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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까프리쵸에 사용된 원초적 색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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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걸 30대에 지었다니, 역시 천재는  천재입니다. 난 30대에 뭐했더라… 

 

 

 

나의 100년 묵은 인디아노집  

 


자~  이제 저희 집으로 들어가 볼까요.
저희 집은 당시 우리 동네 한 인디아노가 지은 집이에요. 집을 지어 딸에게 물려 주었는데 딸이 동네 수의사랑 결혼 했어요. 그후 50년 넘게 이 마을의 유일한 동물병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락 날락 했답니다. 
그래서였는지 우리 부부가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땐 보통 사람이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모양이 아니었어요.   화장실은 집 밖에 있었고,   장작 때며 밥했던 화로가 있는  좁은 부엌도  바깥에 서 정원을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었죠.
집은 3층으로  1층은 여러  칸막이 벽으로 막혀 어두 캄캄했어요.  3층은 이 집 식구들이 100년동안 모아둔 철물 쓰레기들로 가득했고요. 비가 오면 비가 줄줄 새어 들어오고, 천장의 나무 들보에는 벌레들이 가득했답니다.
 옥상은 바닥 경사가 너무 심하여 물컵하나 내려 놓을수가 없었고,  건물벽은  해안의 수분으로 쩍쩍 갈라져 있었습니다. 건축후 전혀 관리를 안한 흔적이 역력했고 더구나 집을 상속받은 작은 딸은  청소는  커녕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병증 까지 있어, 집에는 발 디딜 틈없이 여러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했고,  쥐똥이 집 구석구석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나죠?
기본적으로 필요한 주방 화장실이 도저히 사용하기 힘든 재래식이고,  어두운 환경과 실용성 없는 집 구조, 한마디로 살기 어려운집이었습니다.  
우리는 집구매 를 하고  3개월 동안 개조공사를 했습니다.  

 

집안에 화장실을 들이고  정원에 삐죽 나가있던 부엌을 헐어서 정원을 넓히고 햇볕이  최대한 들어오게 했습니다.  1층에는 여러 칸의 방을 없애고 아치모양의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2층은  간단한 소파와 책장을 들여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3층 쓰레기는시청에서 주관하는 철물 쓰레기 를 수집  회사에 맡겨 처리하고, 천장의 나무 들보에 가득찬 벌레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옥상에는 나무바닥을 깔아 일광욕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지요.

 

집 개조는 친한 친구 중에 마침 일자리를 잃은 건축가가 있어서 그에게 맡겼어요. 창조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큰 뜻을 두고 우리와 합류하게 되었어요. 공사 가격은 시장가격의 절반. 역시 우정이 최고죠.
한꺼번에 집을 왕창 띁어 고친 건 아니예요.  우선 굵직한 것만 손 보고 입주하고 틈틈이 나머지 공사를 하고 있어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진행 중이지요.  지금은 정원에 꽃도 있고, 집 구석구석에 사람의 숨결이 있는  따뜻한 집으로 변신했습니다.

 

집이라는게 그렇더라고요. 살면서 하나하나 수리해 나가야지, 그래야 주인을 닮은 편한 공간이 되는것 같습니다.
자 아래는 집공사 전후 비교 사진입니다. 감상하세여…. 

 

 


1. 정원과 1층   

정원 밖으로 삐쭉나온 옛날식 부엌, 이를 헐어서 정원을 넓히고 부억은 안에 식탁이 있던 곳에 다시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정원은 배로 넓어지고 해도 쨍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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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밖으로 삐쭉나온 옛날식 부엌 외부. 정원의 절반을 차지하며 해를 가리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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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부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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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식탁이 있던 곳(부엌과 식당이 갈라져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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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부엌을 헐고 난후 전원에 들어노는 따뜻한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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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 있던 옛날 부억을 헐고 안으로 들여 정원과 부엌에 최대한으로 해가 들어오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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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한면의 벾을 칠판식 벽지를 붙여 낚서 공간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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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후 정원  

 

 

 

 

2. 1층 거실 및   

내부여러 칸막이로 막혀 어두 캄캄했던 1층,  복도의 벽을 헐고  아치모양을 만들어  창조적인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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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칸으로 좁고 어두웠던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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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헐고 아치모양을 생성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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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거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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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부억과 거실의 사이, 달팽이 층계가 시작되는곳.  

바닥의 모자이크는19세기부터 1960년대까지만 생산되었던 건축적 가치가 큰 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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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건축가치를 보여주는 달팽이 층계.  

지방문화재로 보호 되어있어 저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3. 2층  

2층에서 거의 모든 생활을 하던 옛주인. 잡다한 가구는 생략하고 서재로 만들었습니다. 침실도 있는데 사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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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2층 거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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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층 

철물 쓰레기로 가득했던 3층, 고생하며 치우고, 천장 들보의 벌레도 재거한후 작업실로 개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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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동안 모아두던 어마어마한 양의 철 쓰레기.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배의 일부분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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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옥상 

심하게 기울어져 컵한잔 몰지 못했던 옥상 테라스레 나무를 깔아 여기서 식사도 하고  여름엔 그냥 올라와 바다 구경하며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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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가 바로 보이는 이곳이 제겐 낙원이에요

 


자 이제까지 나의 주거환경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럼 안녕.... ¡¡¡Hasta luego!!!

댓글목록

은민쏭♪님의 댓글

은민쏭♪ 작성일

우란샘~ 사진 하나하나를 보니 집 개조하는데 들인 정성이 엄청나네요!! 알흠다워요~^^
감이당에선 지난주부터 지중해 탐사 세미나를 시작했어요. 지중해 역사가 은근 재미지더라고요. 여행 갈 생각을 하고 보니 더더욱~ㅎㅎ

김우란님의 댓글

김우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은민샘도 오세요? 반가와요!!! 지중해역사 어떤 공부 하는지 궁금하군요.

kjsun0501님의 댓글

kjsun0501 작성일

오와~~ 이렇게 멋진 집에서 살고 계시다니~
저 같으면 작업이 절로 될 것 같은 공간이네요.
완전 부럽부럽~~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