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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로 가는 길

민옹의 영국기행 | 공원에 관(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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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옹 작성일17-06-08 20:18 조회1,312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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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월을 건너뛰고 돌아온 민옹입니다.

 

 ()하여시리즈는 제가 영국에서 관찰한 대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적어보는 글로 가져갈 계획인데요, 첫 번째 글인데다 자료를 조사하고 번역하는데 그리고 첨삭에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미국을 처음 갔던 작년 5월에 고미숙 선생님께서 센트럴 파크에 대해인간은 어느 장소에서 살던 자연을 필요로 하는데 미국의 뉴욕이란 도시를 지탱할만한 크기의 자연이 바로 센트럴 파크지.”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인 즉 국가마다 그 나라를 지탱하는 자연이 서로 다른 형태로서 존재한다는 소리인데, 마침 올해 1월에 해완이 누나가 런던을 방문하면서 도시에 있는 많은 공원을 둘러본 사진을 보고 영국을 지탱하는 자연은 과연 미국과 같은 의미의 ‘park’일까에 대해 한번 스스로 질문을 해 봤습니다.

우선 영어단어 Park를 한번 문법적으로 파헤쳐 볼까요?

Park란 단어에는 뒤에 공식명칭이 붙어있다면 앞에는 정관사 the를 붙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고유명사 취급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어의 웬만한 단어에는 관사가 붙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Park란 단어가 고유명사화 될 만큼 영향을 끼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흔히 잉글랜드로 알려진 영국의 남서지역의 본래 명칭은 잉글랜드 평야’, 그렇습니다. 처음엔 국가가 아닌 평지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광활하고 높은 산이 적으며 지질학적으로도 스코틀랜드에 비해 지층은 최근에 형성되었고 산재해 있는 토지 또한 부드러운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앵글로색슨과 로마제국의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A.D.960년 경에도 토끼, 사슴, 그리고 늑대와 같은 평야와 언덕을 끼고 살아가기 유리한 동물들이 번창하는 공간이 바로 잉글랜드 평야였습니다. 영국 문헌에 따르면 14세기경 국토의 2% 정도를 사슴무리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잉글랜드 평야는 야생동물들의 왕국이었습니다. 이에 노르만 왕조는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며 사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공원=Park라 불리는 초기 개념이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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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r park를 묘사한 15세기 영국의 그림 (출저:Wikipedia)

 

1060년대부터 1080년대 사이 영국에선 Deer park 아직은 사냥터의 모습에 가까운 공원이 생겨납니다. 이후의 영국 귀족들은 디어 파크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나갔고 대영제국이 한창 몸을 불리던 18세기엔 사슴 수를 줄이고 공간 그 자체를 활용하는 일종의 귀빈 접대공간이자 부의 상징으로 바뀌어갔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농민들이 도시로 몰리자 런던과 대도시부근에 집중되어 있던 공원은 외곽 혹은 시골로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귀족들의 땅이 말 그대로 뜯겨나가는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건 토지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시위가 아닌 바로 상속세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이전까지는 유언의 공증에 따라 법적 상속인을 정해서 상속세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언장 조작은 비일비재했고 형과 변호사가 공모하여 아버지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동생에겐 세금폭탄을 떠넘기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지요. 하지만 1780년부터 혈족에게 넘겨진 재산에 관련된 세금은 유언에 상관없이 물려받은 사람이 직접 물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거대한 토지를 물려 받게 된 귀족의 자제들은 어마어마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자기가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만 땅의 소유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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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과 뉴욕 두 도시의 공원들 (출저: Google Maps)​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한 산업화로 토지자본을 근간으로 둔 귀족들은 점차 불어나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땅을 버리고 떠나게 되고, 이런 땅 대부분이 대도시 부근에 그대로 남겨져 공원화 됩니다. 또 당시의 산업혁명으로 심각해지던 환경파괴와 도시오염을 방지하려는 목적까지 더해져 도시에 편입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영국 공원이 가지는 지형적 특징은 도시 중심을 기점으로 널리 퍼져있음과 동시에 불규칙적인 모양을 갖게 되었고 반면에 센트럴 파크의 경우에는 위의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도시 계획의 일부로서 철저하게 계산된 경계선 안에서 조성된 자연을 가지게 되었죠. 이처럼 영국의 공원은 애초에 시()가 주체가 되어 건설한 공원이 아니기에 체계적으로 정부의 관리 감독하에 들어간 시점도 1976년에 The Royal Parks 관리공단이 설립된 이후입니다. 특히 해완이 누나가 방문했던 Hyde Park의 경우에는 헨리 8세의 사냥터로 쓰인 장소를 1800년대 초에 공원으로 개조한 뒤 1851년의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일종의 관광명소화 됐고 6년 후에는 이전까진 왕궁이나 귀족영지에서 행해지던 훈장 Victoria Cross 수여식을 최초로 대중 앞에서 한 장소로 대영제국의 공원 프로파간다의 위치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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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The Royal Parks)

 

제가 알기로는 사실 영국에서는 ‘park’란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자주 쓰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영국에서 유명하고 크기가 큰 공원의 대부분은 런던이나 맨체스터 등 유명도시에 집중해 있습니다. 이는 시와 정부가 의도적으로 주도면밀히 일반적 의미의 ‘park’로 부각시킨 것이고, 공원의 유지 보수 및 안전등은 다분히 미국적인 정책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관이 사실 The Royal Parks인데 마치 국가 전체를 관장할 것 같은 이름과는 달리 런던에 소재하는 공원들만 관리하에 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차를 타고 런던을 향해 갈 때 창 밖을 보면 우리나라 같으면 한창 개발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이름이 붙지 아니한 평야 혹은 공터 같은 그저 탁 트인 공간이공원의 수보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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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Sefton Park, 나무와 공터 그리고 벤치 뿐 (출저:Liverpool Echo)

 

리버풀의 경우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은 딱 한곳 그것도 상당히 외곽에 처져있으며 도시 내부에는 녹색 잔디가 펼쳐진 공터뿐입니다. 동시에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일지라도 넓게 펴진 평야를 가로지르는 산책로 하나에 군데군데 놓여진 벤치 정도만 있을 뿐 바위, 연못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만약 영국에서 ‘park’란 단어를 쓰는 장소를 발견한다면 80%는 축구장일겁니다. 제가 이전에 소개했던 에버튼의 홈 경기장 ‘Goodison Park’ 공원이 아닌 축구장이지요. 뿐만 아니라 영국 북서쪽에 있는 뉴캐슬의 경기장은 ‘St James' Park ‘’, 가수 수잔 보일의 고향 블랙번은 ‘Ewood Park’란 이름을 씁니다. 만약 파크란 이름이 붙질 안았다면 ‘field’, ‘stadium’이 따라오지만 보통은 경기장 이름=위치한 지역일 때가 더 많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park’ 혹은 공원의 개념은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도시자연의 보존 및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달한 공간이고 미국, 특히 뉴욕의 경우 공원은 도시를 지탱하는 자연이자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영국이란 나라를 지탱하는 자연은 미국의공원이 아닌 그냥 뻥 뚫려있는 평야 즉이름 없는 땅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목록

은민쏭♪님의 댓글

은민쏭♪ 작성일

오~ 공원에 관(觀)한 글 재밌다.ㅎㅎ 다음은 무엇에 관(觀)한 글인가요?ㅎㅎ

장금박님의 댓글

장금박 작성일

영국에 가면 공원에는 가지 말고 '녹색 잔디가 펼쳐진 공터'를 찾아 가야겠구나~ㅋ
바르셀로나는 잘 다녀왔남? ~^^

민옹님의 댓글

민옹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네 잘 다녀왔습니다.
이제 이사 끝내고 7월에 바르셀로나로 가면 되네요

무심이님의 댓글

무심이 작성일

댓글이 어디로 간 거지??? 일등으로 댓글 올려 놓고, 다른 사람들은 반응이 어떤가 보러 왔는데......
각설하고, 새로운 컨셉의 글 재밌게 읽었다.
영국에서 지도 보고 'park'를 찾아갔다가는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진 텅빈 '空園'을 보게 될 듯.ㅎㅎ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많~~이 물리면 여기저기 공터들이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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