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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로 가는 길

곰가족의 이집트 통신 | 새로운 아랍어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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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anlee 작성일16-03-22 16:34 조회3,07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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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사무실의 아랍어 강좌

 

   아랍어를 배우는 것이 주춤합니다. 마아디 마을의 외국인 주민 센터 격인 CSA에서 함께 배우던 사람들이 1월부터 하나둘 빠져나가고, 이제는 프랑스 아줌마와 저, 둘만 남았습니다. 그나마 수업도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지요. 일주일에 한 시간 반 아랍어 노출...^^;; 단어랑 말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복잡한 문법구조 몇 가지만 머리에 남습니다. 마침 한인회에서 저렴하게 아랍어 강좌를 열어주셔서 등록했습니다. 멀지는 않지만 낯선 동네로의 진출입니다. 동네 풍경도 소개할 겸 가는 길을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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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길에는 번호가 붙어있는데 233로드의 풍경입니다. 중국 식품점, 세탁소, 옷수선집, 미장원 등 다양한 생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마침 가는데 DHL과 FedEx 등 우편물을 취급하는 집이 새로 생겨서 들어가 봤습니다. 10Kg을 한국으로 부치는데 50만원이 넘습니다. 흠~ 당분간 한국에 소포를 부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Orange'는 'mobinil'이란 휴대폰과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지난주에 이름이 바뀌어서 간판도 새 것이라 눈에 확~ 띕니다.

이 길 중간에 황무지 비슷한 공간이 있습니다. 늘 가게 앞쪽으로만 다녔는데, 갑자기 강아지들이 보여 따라 가봤습니다. 쫄랑쫄랑 어미 개를 따라가는 강아지 세 마리를 더 잘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곳이 공동육아장인가 봅니다. 열 마리쯤 되는 다른 크기와 색깔의 강아지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들개들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개에 물리는 사고는 주로 주인이 있는 개들에게서 일어납니다. 들개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이미 터득했습니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코로 팔을 건드리는 등 아는 체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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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어 황무지 건너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 직업학교가 있는데, 마침 아랍어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 학교가 끝나는 시간과 겹쳐 학생들과 마이크로버스들 사이를 뚫고 가야 합니다. 조그만 마이크로버스들이 카이로의 주 교통수단입니다. 큰 버스 몇 대 사이에 수도 없이 많은 마이크로버스에서 다양한 음조의 크락션을 울려댑니다. 알고 보니 크락션 의사소통도 된다는군요. 제가 들은 것은 주로 욕에 관한 것이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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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아직 여자들끼리 남자들끼리 팔짱을 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남자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문화가 그런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말을 겁니다. 주로 “How are you?" "What's your name?" 등입니다. 어떤 몹쓸 학생은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어, 저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걸어갑니다. 하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것이 한국에서는 아줌마라고 무시받을텐데, 시내를 관광하면 젊고 잘생긴 청년들이 자꾸 말을 걸어줘서 기분이 좋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물론 성추행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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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사무실에 오면, 예쁘고 활기찬 아랍어 선생님 ‘올라’가 계십니다. 관광 열기가 뜨겁던 시절에 카이로 법대를 가려다가 아인샴스 대학 한국어과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어려보이지만 유치원 다니는 쌍둥이 엄마이기도 하고, 장학금으로 한국교환학생을 6개월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한국말을 어찌나 잘 하시는지 감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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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못가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온 답장입니다. 한국 감성 그대로에 이집트 감성이 섞였습니다. 올라 선생님이 애교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에게 인사말과 칭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밉게 보면 수다스럽고 겉치레가 많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언어도 시적이라 외국어로 번역하기 어렵답니다. 예를 들어 아침인사만 해도 환하게 빛나는 아침, 자스민 꽃처럼 아름다운 아침, 장미향 나는 아침, 맛있는 크림 같은 아침 등등 다양한 수식어를 써서 인사합니다. 친구가 오면 ‘네가 오니 우리 집이 빛으로 가득 찬다.’ 뭐 이런 종류의 인사말을 단 한두 단어로 표현할 정도입니다.

 

 

올 초에 하고 싶은 것들로 마음이 엄청 복작댈 때, 한국 책모임을 주로 가고 나머지는 부로 가기로 해서 아랍어는 걸어만 놨을 뿐 공부를 하지 않으니 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걸어둔 그 실오라기 덕에 최소한 더듬더듬 글자도 읽을 수 있고, 알아듣지 못해도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가 친근합니다. 또 유용한 정보들도 많이 배웁니다. 예를 들면 이집트 사람들이 두 손으로 자기 두 눈을 가리킬 때가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보면 "내가 지켜보고 있다. 조심해라~" 정도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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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깔려 있는 경찰들이 웃으면서 그런 표시를 하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점검을 하게 되죠. 그런데 완전 반전인 것이 이 표시가 "민 아이니(내 눈으로 부터)"랍니다. '내 소중한 것(눈)으로 부터 당신을 진심으로 대우한다'는 뜻이지요. (ㅎㅎ 그래봐야 '팁을 주면 좋겠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때가 더 많지만요.^^) 이 모든 것이 배움이라면 의식 차원에서는 더뎌도 무의식에는 아랍의 정서가 깔리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까요?

 

 

댓글목록

애독자님의 댓글

애독자 작성일

제 조카가 애기때 말하는 게 늦어서 걱정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 밥주세요” 또박또박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말문이 트인다는 것은 그 언어의 바탕이 되는 삶의 체계 전체를 어느 정도 습득한 다음에 무의식 속에서 의식이 떠오르듯 하나 둘 새로운 언어가 몸을 뚫고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랍어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환하게 빛나는 아침, 자스민 꽃처럼 아름다운 아침, 장미향 나는 아침, 맛있는 크림 같은 아침 등등 아침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많다니. “네가 오니 우리 집이 빛으로 가득 찬다” 이런 말은 우리나라에선 연인들끼리도 할까말까 하는데. 우리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인사를 수다와 겉치레라고 한다면. 우리의 날개에 돌덩이 잔뜩 올려놓는 그런 진실이 어디에 쓸모가 있단 말인가요?

장순2님의 댓글

장순2 작성일

이집트는 헤로도토스 <역사>에 에이귑토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더라고요 반갑ㅋㅋ
2600년 전의 기록에서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에게 문명을 전파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동물을 정말 귀하게 여긴다고 기록에 되어 있던데 들개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네요ㅋㅋ

이집트에서는 눈을 보는 것이 진심으로 대우하겠다는 표시군요
딴 데 보면서 이야기하는 저의 습관을 고쳐봐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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