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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로 가는 길

곰가족의 이집트 통신 | 카이로 어린이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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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ohanator 작성일16-06-23 21:02 조회2,857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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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모임 멤버: 요한, 재영, 재훈, 근영(오른쪽), 민석과 영진(가운데 여자애 양옆에), 안나)

 

 

카이로 어린이 북클럽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고요한이에요. 제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저를 강력한 것은 저의 어머니가 강제로 쓰게 한 것입니다. 어쨌든 간에 제가 오늘 쓸 주제는 북클럽입니다.

제가 하는 북클럽은 두 개가 있는데 한 개는 한국어로, 다른 것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영어 북클럽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4명의 한국인과 1명의 미국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북클럽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되게 적극적입니다. 근데 북클럽 멤버들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저랑 재영이와 마이클 빼고) 지금 우리 영어 북클럽은 시들시들합니다.

영어 북클럽 운영방식:

먼저 책을 정하는데, 선생님이 뉴베리상 받은 책들 중에서 고르게 합니다. 뒤에 정해진 쪽수대로 읽습니다. 각자 한 일을 맡는데 할 수 있는 게 Discussion Leader, Connector, Summarizer, Word Master, Passage Master 등이 있습니다(저는 discussion leader를 가장 좋아합니다). 수업 시간은 한 시간인데 처음 30분 정도까지는 책 줄거리에 대해 말하고 주제를 잡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줄거리에 대해서 말할 때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 또는 중요한 이벤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이 내용을 이으면서 토론을 합니다

한국인 북클럽도 비슷한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영어 북클럽과 같은 멤버 더하기 멤버들의 형과 누나들로 해서 7명이 하고 있습니다. 아까 전에 말했듯이 북클럽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방학 끝나고 두 개의 팀으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변할까요? 지금 두 개의 북클럽에 대해 말했습니다.

한국 북클럽 토론정리(가난한 자를 위한 은행가)와 다음 학기 읽고 싶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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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관점^^

 

영어 북클럽은 요한이랑 영어가 비슷한 친구들을 모아 책모임을 만들어주려고 ELL 선생님 후아나에게 수준이 비슷한 애들에 대해 물은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만 하는 사람이 아닌 애들 책을 읽어본 선생님을 구하려면 고등학교 애들 중 괜찮은 친구를 알아봐야하나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와 고민을 들은 후아나는 선뜻 도와주겠다고 자원을 했습니다. 두 번째 석사과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라 바빴지만, 배움을 실험하는 열정과 사람에 대한 호의, 부지런함이 넘치는 사람이라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한 주에 100페이지 정도를 읽고 각자 역할대로 준비를 해서 모임을 이끌도록 선생님이 도와주는 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토론 리더(discussion leader), 줄거리 요약하는 사람(summerizer), 자신들의 현실이나 다른 책들, 영화, 음악들과 연결시키는 사람(connector),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골라내는 사람(passage master), 중요한 단어 몇 개를 정리하는 사람(word master) 등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참여를 높이기 위해 모두 다 connector가 되기도 하는 등 방법은 계속 바꾸고 있습니다. 엄마들도 원하면 참관이나 참여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나 가족과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첫 책은 The one and only Ivan 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되도록 개입을 줄이며 이끄는 역할에 머무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가끔 토론을 심화시키거나 주제를 제시하시지만 아이들이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으면 본인의 의견을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일요책모임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다 이야기하려는 것과는 정~ 반대라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책인 The graveyard book에서는 선생님이 꺼내셨다 접고 가셨던 죽음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눈이 떠진 새벽에 강렬한 깨달음으로 다가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지요.^^

 

The graveyard book 은 Bod(nobody의 약자)란 친구가 무덤에 사는 온갖 영혼들에 의해 길러지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Bod 부모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선명한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묘사들로 이미지들이 강렬합니다. 하지만, 옥스퍼드 교수가 작가라서 더 어려웠는지, 강렬한 단어들과 묘사들이 영어가 부족하거나 책읽기에 흥미가 붙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어려웠나봅니다. 다섯 명 중 처음부터 자리를 잡지 못하던 한 친구에 더해 두 명이 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발적이라기보다 엄마의 권유로 읽어 더 그럴까요? 스토리라인이 더 간단한 Tuck everlasting으로도 크게 회복하지 못하고 뒤풀이로 한 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학기 첫 책 한권만 정하고, 방학동안 아이들이 책모임에 마음을 쏟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을 하도록 열어놓은 마무리였습니다.

    

한국책모임도 아직 멤버십이나 열정이 붙지 않아서인지 애들의 나이 차이나 책읽기 수준차이 극복이 어려웠습니다. 한쪽은 너무 느슨한 분위기가 불편한 친구도 있고, 다른 쪽은 왜 해야 하는지 자체가 불만이기도 합니다. 방학동안 영어책이든 한국 책이든 각자 읽은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 googledoc으로 공유하고 서로 코멘트해주며 마음을 쌓아가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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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는 작년에 강학원에서 니체의 [우리 교육기관의 미래에 대하여]를 함께 읽은 것이 씨앗이 되었습니다. 니체는 제가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립성이 청소년과 청년들을 약하고 배울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쩌라는 건지 멘붕이었습니다.

니체는 대안으로 복종과 굴종의 배움의 자세와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어린이와 젊은이 시기에는 탁월해지고 싶은 근본 욕망은 있지만, 탁월함의 내용이나 방법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럴 때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탁월함을 살펴볼 언어가 없다면, 자신이 늘 접하는 대중문화의 가치를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런 바탕에서 자립적인 판단이란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위대한 자기언어의 창조자들은 앞선 천재들의 언어를 철저히 배웁니다. 복종과 굴종은 배움의 태도와 배우려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배운 자는 그 말의 권위에 머무르는 시종이 되지 않습니다. 끝까지 사랑하고 배우다보면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는 자기만의 지점이 생깁니다. 위대한 천재들 스스로가 그렇게 자신만의 삶과 사유를 구성하며 걸어간 길을 보여줍니다.(2015.3.31 글쓰기강학원 후기 참조)

 

또 카이로에 와서 읽은 책들의 영향중에는 스테판 에셀과 한나 아렌트의 일화가 있습니다. 96세에 타계할 때까지 한결같이 자신의 길을 창조한 스테판 에셀은 어린 시절에 많은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이 집에서 토론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ㅎㅎ 독일에서 태어나 엄마가 연인을 따라 프랑스로 가자 아빠와 함께 따라가서 결국 프랑스 시민이 되었다하니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쥘과 짐]이란 유명한 영화가 에셀의 부모님 이야기랍니다.) 아렌트도 괴테를 계속 읽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없다고 전화를 해줬다고 합니다. 삶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자랄 때 접한 언어들이 삶의 전제가 됩니다. 물론 그 후의 다양한 만남들을 통해 강화되거나 변화되어 가겠지만요. 북클럽이 엄마들의 극성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이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고 자기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댓글목록

매완님의 댓글

매완 작성일

ㅎㅎㅎ 대단하네요. 뉴욕에서는 북클럽과 인연 닿는데 2년 반이 걸렸는데 여기서는 이렇게나 빨리! 진짜 호모 쿵푸스세요~ 원래 청소년 북클럽은 잘되는게 더 비정상이니 (경험자 ㅋㅋ) 넘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 책을 읽어도 그 중 한구절이라도 마음에 남는다면 대성공^^

jeanlee님의 댓글

jeanlee 댓글의 댓글 작성일

경험자의 말씀이라니 완전 힘이 솟는걸요! ㅎㅎ
계속 걸어가다 보면 길이 되리라 믿고,
ㅋㅋ 또 길은 골목길이나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솔길이 경치가 좋은거라고 믿고...
매완샘 뉴욕 북클럽과 세미나 소식 기대합니당!!! 홧팅이요!

애독자님의 댓글

애독자 작성일

... 그때에는 도서관도 문을 열지 않았고, 책을 팔지도 않아 사람들은 불행했고, 무언가 정신적인 위안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우편배달부의 오두막은 도서관이 되었던 것이다. 특별하게 재미있는 편지들은 수신자에게 절대 보내지 않았고, 여러 번 읽었으며, 지속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서 남겨 두었다. 우편 배달부는 공문 편지 보따리는 바로 미뤄 두었는데, 모두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체벤구르』)

옛날에 읽을거리가 없었던 시절에는 편지가 책이고 우체국이 도서관이었다는 이야기 읽고 까르르 웃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 내 손 안에 우주가 다 들어 있는데 굳이 책 읽을 필요가 있을까. 전철 타고 다녀도 다 스마트폰 쳐다보고 있지 책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읽을거리가 너무 넘쳐나서 오히려 책을 안 읽게 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요한이랑 안나한테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열정. 이것 저것 좋은 책들을 갖다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책들을 다 치워버리는 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자기 안에서 뜨거워져서 스스로 책을 찾아 나서게 하는 방법. 엄마로서는 참 힘든 일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애들이 가만 내비두면 어떻게 될지 몰라!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기 전에 먼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는 커리큘럼이 필요해!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아들이 세상을 배우기 위해 고생길에 나섰을 때 그 길의 거친 돌들을 다 치운다... 라고...^^

니체의 교육관에 완전공감! 자립성이 청소년과 청년들을 약하고 배울 수 없게 만든다. 배우려면 복종하라. 끝까지 복종하여 스승의 권위를 뚫고 나가라. 요즘 자유주의 교육관의 허를 찌르는 말이네요. 조복하는 과정 없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 상품 고르듯 스승들 골라다니면서 과정은 배우지 않고 성취만 흉내내는 경박한 습성 때문에 자기 사유를 못 하고 자기 언어를 창조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닥치고 암기! 이게 진리예요.

애들한테 엄마는 권력입니다. 어차피 권력이라면 확실하게 권력이 돼서 (어중간하면 안 돼) 애들한테 복종하는 지혜를 배우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애들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 만난 스승-엄마! 태어날 때 엄마 배를 가르고 나왔듯이 자라면서 엄마라는 스승을 다시 한 번 힘차게 박차고 나가 진정한 자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들들 볶아!

jeanlee님의 댓글

jeanlee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ㅋㅋㅋ
깔깔 웃다가 힘을 받다가!!! 감사합니다.
"닥치고 암기!"  "들들 볶아!!" 저 이런거 하고 싶어요. ㅋㅋ 인성으로 없는 비겁을 꽉꽉채워 비겁과다의 아이들에게 함 써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엄마란 괴물을 무찌를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가 확실한 괴물이 되어줘야할 필요도 있지요. ㅋㅋ
한편으로는 세상을 배우기 위한 길 위의 거친 돌들을 치우거나,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혼자 빨리 달리는거라는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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