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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타카로 가는 길

곰가족의 이집트 통신 | 그 남자들이 살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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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anlee 작성일16-07-06 00:17 조회2,13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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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들이 살던 곳

 

여러분들의 마음도 설레게 할 그 남자들에 대해서는 조금 아껴두고, 우선 우리가 어떻게 앙티브에 오게 되었는지 말씀드릴게요. 저희는 역마작렬 가족이에요. 특히나 애들의 역마는 엄마아빠까지도 끌고 다닐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죠. 어쩌면 2년 뒤에는 프랑스로 이사가 애들이 불어와 영어를 반씩 쓰는 멋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지도 몰라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겁이 없는 저는 몹시 자신이 없었어요. 그걸 비겁과다, 역마작렬의 딸이 한마디로 정리해주었죠. “엄마, 가슴이 설레여요!”

 

이번 앙티브 행은 안나와 요한이 불어배우기 프로젝트에요. 제가 인터넷 검색에 약해서 만 12살인 요한이를 받아주는 학원을 찾는데 애를 먹었어요. 그 나이 또래를 받아주는 곳은 방학동안 언어를 배우는 것과 운동이나 활동을 함께하는 여름캠프들 밖에 못 찾았지요. 다행히 앙티브에 전체 캠프 중 수업만 들을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할 수 있었어요. ㅎ ㅎ 여러 가지로 새옹지마에요.(이럴때 쓰는 말이 아닌가요?^^;;) 언어를 배우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새 언어를 배울 때마다 다시 아기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어지는... 그래서 아이들이 자꾸 낯선 언어로 (특히나 사춘기 때) 언어 자체는 문제가 아닌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배워야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어요.  한데, 그게 불어를 배울 기회를 주고... 거기에 버벅대는 검색실력이 더해지니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지방에서 방학을 보내는 행운으로 바뀌었어요.^^

    

처음 앙티브에 도착해서 저희는 우리들 식성에 놀랐어요. 이번 달에 식상이 들어와 있어서 일까요? :) 아님 관광지라 문밖을 나서면 식당마다 넘치는 사람들이 먹는 모습에 늘 노출이 되어서일까요? 슈퍼나 마켓에 가면 이집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료들과 소스들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이유 중 하나에요. 아~~~ 이집트에서는 4월부터 넘 더워서 사라진... 심지어 시원할 때도 이리 좋은 적이 없는 크고 싱싱한 배추가 슈퍼에 있을 때의 감동이란!!! 첫 주에 김치를 두 번이나 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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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티브의 그 남자

이제 앙티브의 남자부터 말씀드릴게요. 산책길에 그 남자의 이름과 묘비명이 쓰여 있는 작은 석판이 붙어 있는 의자를 발견했어요.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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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니코스 카잔차키스. 우리의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요.

1948년에 이사와 [그리스인 조르바], [미하일리스 대장], [최후의 유혹] 등 많은 작품들을 쓴 곳이라고 하는데,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 전에 쓴 것 같아요. 아래 사진처럼 작은 식물들이 우거진 골목길을 걸어, 환한 부겐빌레아 꽃이 핀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왼쪽으로 보이는 집이 카잔차키스가 살았던 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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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뒤쪽 담벼락 나무 아래(부겐빌레아 건너편)에 의자와 작은 석판이 있지요. 그리고 곧 바다가 산책로가 나와요. 조금 더 걸어가면 피카소가 여기 머물 때 그렸다는 작품이 보이구요. 마지막 사진은 조금 더 걸어간 해변에서 본 피카소 박물관이에요. 피카소가 그랬다네요. “Give me a museum and I'll fill it." 앙티브시가 통 크게 그리말디 성을 줬대요. 피카소가 6개월간 머물며 작품을 만들고 그 때 만들어진 작품들은 다 성에 남아있어요. 그리말디 성은 그리스 시대 아크로폴리스였던 장소에 중세 때 지어진 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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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의 그 남자

자~ 다음 퀴즈입니다.

에즈의 그 남자는 누구일까요?^^

에즈는 앙티브에서 니스를 거쳐 모나코 쪽으로 가다보면 나옵니다. 독수리 둥지를 닮았다고 ‘독수리 둥지’란 별명을 가진 마을인데, 로마군과 흑사병을 피해 산 위에 만든 마을이 유래입니다. 에즈의 그 남자의 길은 유명한 관광 상품입니다. ㅎㅎ mvq에는 그 남자를 좋아해서 에즈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네요.^^ 저는 그 남자하면 스위스 질스 마리아가 더 떠오르는데, 혹시 에즈가 어떤 귀부인집에 친구들과 머물며 함께 낭독회도 하던 그 장소인가요? (아~ 책-‘니체의 삶과 철학’-이 옆에 있다면 좋겠네용) 아무튼... 그 남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바젤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남프랑스와 스위스 등에 머물면서 폭발적으로 글을 쓰던 시기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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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는 이미 아셨죠? 

맞아요. 그 남자!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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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여름동안 매일 걸어 다녔다는 산책로에요. 길 중간 중간에 니체의 인용문들이 있어요. 차라투스트라 3을 니스와 근처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과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관하여는 에즈의 엄청 힘든 길 위에서 완성했다는 글이 있어요.

The next winter, under the halcyon sky of Nizza [Nice] , which then shone into my life for the first time, I found Zarathustra III—and was finished. Scarcely a year for the whole of it. Many concealed spots and heights in the landscape around Nizza are hallowed for me by unforgettable moments; that decisive passage which bears the title ‘On Old and New Tablets’ was composed on the most onerous ascent from the station to the marvellous Moorish aerie, Eza.

또, 이 시절 니체가 잘 자고 많이 웃었다니 왠지 기쁘기도 해요.

Often one could have seen me dance; in those days I could walk in the mountains for seven or eight hours without a trace of weariness. I slept well, I laughed much; my vigour and patience were perfect.

사실 위의 인용문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우리가 에즈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넘어서였어요. 해가 떨어지려면 3시간도 더 남아있었지만 아이들은 물이 차가워지기 전에 바다를 가고 싶을 뿐 더 이상 걷고 싶어 하지 않았지요. 한 시간 이내로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길을 걸었기에 바다 쪽으로 열린 반만 올라가고 나머지는 다음을 기약했어요. 다음 방문 시에는 꼭 인용문 사진들을 보낼게요. 아이들도 몇 군데 안간 해변 중에서지만 가장 투명하고 한적했던 에즈 해변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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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축님의 댓글

소축 작성일

우왕~ 혜진샘, 이젠 프랑스까지!!
앙티브~에서 카잔차키스와 니체를 만나고 오셨군요. 멋져요^^
요한, 안나와 함께라면ㅋㅋ

그녕님의 댓글

그녕 작성일

음...부러붜 부러붜....ㅎㅎ 공부가 아니었다면 못가봤을 곳, 가봤더라도 별 감흥이 없었을 곳... 그 남자들이 살던 곳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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