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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와 석영이 | 제대로 분노하는 유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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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영 작성일18-12-08 10:04 조회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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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분노하는 유상련

​김석영

못난 설반과 ‘상남자’ 유상련

 홍루몽에는 주인공인 보옥과 금름12차의 여인들 말고도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영국부에는 가모부터 보옥이의 아버지대 남자들과 그 아내들, 그들의 자식들, 녕국부로 넘어가면 또 하나의 대가족, 그리고 영국부와 녕국부의 먼~ 친척들부터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 중 하나, 유상련이라는 자가 있다. 보옥의 친구이자 창극배우인 상련은 보옥과 친구이지만, 캐릭터는 완전 다르다.

 유상련은 본래 대갓집 귀공자 출신으로 조실부모하여 공부는 끝까지 하지 못했지만 성격이 털털하고 호협하여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으며 창이나 칼 쓰기를 즐기고 노름과 술 마시는 데도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화류계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일이나 피리와 칠현금 연주도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다 준수한 외모로 그의 신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몸이나 파는 창극배우쯤으로 오인하기가 십상이었다.

 

─조설근, 『홍루몽』 3권, 나남, 2014, p.171

 남자들의 세계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보옥과는 달리, 상련은 우리가 흔히 ‘상남자’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캐릭터다. 털털하고 호협한 성격에, 노름과 여자들 데리고 노는 일에도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설반이라는 자가 있다. 이 설반이란 사람은 보옥과 깊은 연을 맺고 태어난 설보차의 오빠이다. 부유한 집안 덕에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성질만 괴팍하고, 주색잡기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평범하고 못난 사람’의 표본 같은 느낌이랄까?

 

설반을 두들겨 팬 유상련

 이 둘이 한 모임의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난다. 평소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들이대길 일삼는 설반, 유상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설반은 상련이 연극배우로 나서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주로 남녀 젊은 주인공들의 애정이야기에 출연한다는 것만 알고 유상련을 완전 자기 부류(놈팽이?)라고 생각한 것. 그래서 만나자마자 대놓고 추근거린다. 옆자리에 붙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질 않나, 이것저것 물으며 사람을 성가시게 했다. 그러다 모임이 무르익고, 유상련이 집에 가려 하자 그것을 본 설반이 소리친다.

“여봐라! 상련이를 누가 내보내려고 한단 말이야!”
 그 순간 유상련은 벌써 정수리에 불꽃이 튀어오를 듯 화가 치솟았다. 그 자리에서 그냥 한 대 휘갈기고 싶었지만 술자리를 마치고 주먹질하면 결국 주인인 뇌사영의 체면을 깎는 일이 될 것이란 생각에 꾹 참고 말았다. 설반은 유상련이 밖으로 나온 걸 보고는 무슨 보물을 만난 듯 반가워서 비틀거리며 다가와 웃음을 흘리며 잡아끌었다.
“우리 상련 아우, 지금 어딜 가시려는 거야?”
“잠깐 바람이나 쐬고 돌아올 겁니다.”
“아이고, 귀여운 우리 아우님! 그대가 가버리면 재미없어지는걸. 어쨌든 잠깐 앉아봐, 날 좀 생각해서 말이야.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그런 일쯤이야 다 이 형님한테 맡겨두란 말이야. 아우님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여기 이 형님이 계시잖아. 벼슬을 하든 돈을 벌든 그런  것쯤이야 다 누워서 떡 먹기라니까.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조설근, 『홍루몽』 3권, 나남, 2014, p.174

 누가 우리 아우고 자신이 뭘 알아서 한다는 건지! 설반은 유상련을 자기의 얄팍한 권력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 대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돈 좀 있는 자신이 우리아우, 우리아우 해 주면 마냥 좋아할 줄로만 안 것이다. 여기에 화가 난 상련, 곧바로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오늘 이 놈을 제대로 손을 봐줘야겠다고 결심한 것! 유상련은 ‘우리 둘이 여기서 나가 내가 지내는 곳으로 가서 단둘이 밤새도록 술을 마시자’며 설반을 불러낸다. 자신이 먼저 나가면 사람들 몰래 따라 나오라고. 그리고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설반을 유인해 제대로 패준다. 평소 남의 매를 맞아본 적 없는 설반은 주먹 몇 대에 만신창이가 되고, 진흙탕에 나자빠진다. 유상련은 그런 설반을 진흙탕에 마구 굴리면서 주먹질을 한다. 그리고 그걸로도 성이 안 풀려 쓰러진 설반에게 진흙물을 먹으라고 한다. ‘이 상련 형님이 어떤 분인지 네놈이 똑똑히 알도록 해주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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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

 너무한가 싶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통쾌하다. 신기하기도 하다. ‘화를 제대로 낸다’는 이유로 유상련이라는 캐릭터가 나에겐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다. 우리야 소설로 보고 있으니 설반이 어떤 놈인지, 어떤 태도로 유상련을 대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의 행동에 불쾌해도, ‘내가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애써 좋게 생각하려 할 때가 많다. 상대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불쾌한 일쯤이야 거뜬히 넘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 그게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느라 판단을 유보하고, 나쁜 감정은 울분으로 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유상련은 이렇게 불쾌한 상황 앞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그게 가능한 건 자신에게 중요하게 뭐고, 중요하지 않은 게 뭔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풀 것인지 자기 안에 확실하게 정리가 되어있기 때문일 거다. 또 그는 ‘잘 웃어넘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세상사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분노의 불길에 휩싸이지도 않으며, 스스로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겠노라 다짐한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정말 괜찮은 능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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