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흥부전] 놀보는 흥보의 가을바람! > 쿵푸스온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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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낭송 28수 | [낭송 흥부전] 놀보는 흥보의 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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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늘보 작성일18-09-16 10:06 조회1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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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에도 푹푹 쪄서 어쩔 줄 모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살갗에 닫는 바람이 스산하다 싶을 정도로 가을이 훅! 다가왔다. 여름 내내 풀어지고 늘어지던 몸이 바로 귀 옆에서 회초리 소리를 들은 듯 바짝 정신을 차리게 된다. 조금 있으면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나갈 것이다. 봄이 길러내서 살릴 때, 가을은 혹독하게 쳐내서 살린다. 시련과 성숙의 계절! 이런 가을의 기운에 호응해 낭송 서백호 시리즈의 첫 타자, [흥보전]을 읽었다.

  어렸을 적, 동화책으로 흥보와 놀보를 만났을 땐, 흥보는 받은 것이라곤 없이 나누어 주기만 하니 시혜자이고, 놀보는 해준 것 없이 받기만 하니 수혜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흥보전]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오히려 놀보가 흥보의 은인이다. 놀보가 흥보를 내쫒지 않았다면, 흥보는 평생을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만 살다가 놀보에게 화가 닥쳤을 때 속절없이 함께 무너졌을 것이다.

  동생이 철 좀 들었으면 하는 바람! 자신의 화를 아우는 겪게 하지 않겠다는 배려! 세상에 이런 형이 또 있을까 싶다. 비꼬는 말이 아니다. 자신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놀보는 흥보에게 성숙할 수 있는 시련을 제공했고, 흥보가 화를 피하고 복을 누릴 수 있게끔 도왔다. 좀 세련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동생을 가르치고 도울 수는 없었냐고? 글쎄, 스산하지 못한 가을바람이 나무의 잎사귀 정리를 도울 수 있을까?

  놀보는 흥보에게 가을바람이다. 만약 놀보가 착하고 친절해서 흥보가 계속 유복한 어린 시절의 상태로 살 수 있게 해줬다면? 그건 마치 가을바람이 착하고 친절해서 잎사귀들을 살려주고, 나무가 여름에 살던 방식대로 살 수 있게 도와준 것과 같다. 그리고 잎을 정리하지 못한 나무는 열매도 맺지 못한 채 겨울이 오자마자 죽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흥보에게 못된 놀보 형님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흥보의 삶에 제대로 된 가을바람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앞으로 자신의 삶에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는 못된 놀보가 있다면,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자. ‘내 삶에 나를 성숙시킬 가을바람이 있으니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라고. 그러면 흥보가 대박을 탄 것처럼 나도 나의 풍요를 누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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