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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낭송 28수 | [낭송 토끼전] '토끼전'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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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늘보 작성일18-12-16 09:53 조회4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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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은 살아있다! 

 

우리나라에서 '토끼전'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별주부에게 속아 수궁에 붙잡혀 갔다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구라를 쳐 빠져나온 토끼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줄거리만 안다면, 그건 정말 토끼전의 10%만 아는 거다!

 

10%의 줄거리와 90%의 맛깔!

 

그 단조로운 스토리만으로 오랜 시간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버틸 수는 없었을 거다. 토끼전의 저력은 바로 나머지 90%의 맛깔 나는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에 있다. 뭐가 얼마나 재밌고 웃긴지, 다 소개는 못하고 두 꼭지만 소개해보겠다.^^

 

여보, 토 생원~

 

모임을 파한 후에 토끼 뒤에 따라가며, 청산의 바위 사이 좁은 길에 접어들자 토끼 한번 불러,

여보, 토생원.”

토끼의 근본 성정 무겁지 못한 데다 그 몸이 왜소하니 온 산중이 멸시하여 누가 대접하겠느냐. 쥐와 여우, 다람쥐도, ‘토끼야, 토끼야!’ 어린아이 부르듯이 이름을 불러대니 어른 대접 못 받고서 평생을 지내다가, 천만 뜻밖 누가 와서 생원이라 존칭하니 좋아 아주 못 견디어 깡장깡장 뛰어오며,

게 뉘랄게. 게 뉘랄게. 날 찾는 게 게 뉘랄게.”

-<낭송 토끼전> 구윤숙/손영달 풀어읽음, 북드라망, 55pg

 

별주부는 토끼를 잡으러 이미 한참 전에 육지에 도착해 친척인 남생이의 집에서 사전조사 차 머물고 있었다. 힘센 호랑이의 요구에 속수무책 당하는 육지의 동물들의 사정, 그 중에서도 가장 밑자리에 위치한 토끼의 처지까지 빠삭하게 꿰고, 인적 드문 골목길에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툭! 던지는 것이다. 제대로 대접받고 싶은 토끼의 욕망을 훅 찌르는 한마디를. “여보, 토생원.” 판을 다 짜놓고서 점잖게 부르는 별주부도, 아무것도 모른 채 좋다고 방정맞게 뛰어오는 토끼도 무척 웃기지 않는가?

치밀한 별주부가 여유만만하게 토끼의 욕망을 건드린 순간, 여기서 1라운드는 이미 게임 오버다.

 

 

아나, 옛다! 배 갈라라~!

 

그렇게 제 발로 수궁에 벼슬하러 간 토끼. 대궐 문을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싸한 것을 감지하고 문지기를 쓰윽 찔러서 자신이 왜 잡혀왔는지를 파악한다. 용왕의 병에 자신의 간이 약이라는 것! 그리고 머리를 띠-리릭 굴린다. 그렇게 간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육지에다 빼놓고 왔노라는 뻥을 생각해낸다. 어찌나 뻥을 현란하게 치는지, 수궁 사람들이 다 넘어온 마당에 별주부가 찬물을 끼얹는다. 일단 저 놈 배를 가르고 간이 없거든 자신이 새 토끼를 잡아오겠노라고. 여기서 눈빛이 흔들리거나 기가 죽었으면 바로 뻥을 친 게 들켜서 배가 갈렸을 것이다. 그러나 토끼도 만만찮은 놈이다.

 

토끼가 들어보니, 두 수 없이 죽겠구나. 주부가 말 못하게 막아야 쓰겠거든 주부를 돌아보며,

내 목숨 죽는 것은 조금도 한이 없다. 독수리, 사냥개에 구차히 죽지 말고, 수정궁 용왕 앞에 백관들 세워 두고 칠척 장검 날 선 칼에 이 배를 갈랐으면 그런 영화 있겠느냐. 아나 옛다. 배 갈라라. 배 갈라라.”

-<같은 책>, 80pg

 

조폭 영화 같은 데 보면, 눈이 희번득 해서는 죽여봐~!’하며 상대방 기가 질리게 해버리는 애들 있지 않는가. 딱 그 행동을 한 것이다. 아나 옛다, 배 갈라라~! 별주부가 기가 질려 눈만 끔벅끔벅 뜨며 어버버 하는 사이에 전세는 역전됐다. 용왕이 토끼를 윗자리로 모시며, 2라운드는 토끼의 승리로 끝났다.

 

토끼전은 살아있다!

1라운드 이전에도,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도, 또 그 뒤로도, 맛깔 나는 장면들은 계속 연출된다. 정말 살아 움직인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나는 텍스트를 읽을 뿐인데, 모든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거지가 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이런 흡입력 혹은 생동감이 바로 토끼전의 저력이 아닐까.

* 이것으로 올해의 정주행 낭송28수 연재는 끝났습니다! 모자란 글, 불성실한 연재(ㅠ.ㅠ)를 지켜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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