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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라 기범 | 베이징 통신(4) 중국어 학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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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범 작성일17-09-20 23:11 조회38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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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학원 이야기

 기범

 

중국어 학원을 다닌 지도 벌써 1달 반이 됐습니다. 여전히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낯설고 어렵지만,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다니는 중국어 학원 (지구촌 어학원)은 베이징 캠프에서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리는 왕징(望京)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왕징은 베이징에서 유명한 한인 타운입니다. 각 회사의 주재원들이 왕징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국인 중 6~7할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징의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한국물품을 파는 슈퍼마켓과 한국어로 된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주재원들이 있는 기간은 3~4년 정도라고 하는데요. 주재원만 오는 게 아니라 가족이 같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주재원의 자녀나 부인들은 학교나 학원을 다니면서 중국어를 배우는 거죠. 제가 다니는 중국어 학원에는 한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인 직원도 있어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중국어를 배웁니다.

 

처음 현진이랑 같이 가서 무슨 수업을 들을지 상담을 했었는데요. 제가 성조와 병음을 보고 읽을 수 있다고 하니깐,(중구난방 중국어반에서 배웠습니다!) 한국인 직원분이 그 정도면 초급 두 개반 모두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하여 9시부터 12시까지 1교시는 초급 下(하), 2교시는 초급 上(상), 수업 2개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중국어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 들었습니다. 1교시 선생님이 단어나 문장을 설명하고 저에게 즈다오러마?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나중에 딴 선생님이 자신이 설명하는 것을 알겠냐고(知道了吗)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아듣겠냐는 말을 못 알아들었던 거죠. 그래서 다음 수업 때는 앞선 말을 하면 고개라고 끄덕여야지 생각했는데, 다음 2교시 선생님은 단어를 설명하고 밍바이러마?라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 무슨 영어 단어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현진이에게 물어보니 이해가 되냐(明白了吗)라는 말이었던 거였습니다. 이해했냐는 말을 이해를 못했던 거죠.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上(상) 반과 下(하) 반의 차이가 보였습니다.

 

1교시인 초급 하반은 3~4명 정도가 듣고, 2교시는 처음에는 3~4명이었다가 점점 늘어나 지금은 7~8명이 듣고 있습니다. 초급이지만 상반과 하반의 수준은 꽤 있습니다. 1교시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중국에서 더 오래 생활해서 중국어에 익숙했습니다. 또한 이에 맞춰 중국어 선생님도 가르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선생님 모두 저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다시 한번 말해봐! 짜이슈어 이비엔(再说一遍)!

 

1교시 초급 하반의 중국어 선생님은 40대 후반의 차이(蔡)선생님입니다. 서글서글한 외모를 지녔지만 가르칠 때는 가차 없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모바일 채팅장에서 그날 공부한 문장을 녹음해서 보내야 합니다, 만약 안 보냈을 시 다음날 차가운 선생님의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저랑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은 중국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나고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중국어로 선생님과 대화를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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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면 그날 배운 문장을 녹음해서 보낸다

 

그에 비해 “밥 먹었어?” 같은 기초 문장과 몇 개 단어밖에 몰랐던 저. 선생님이 저에게 뭘 물어보면 저도 모르게 한국어로 말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이선생님은 한국어 말고 중국어로 말하라면서 날카로운 눈으로 저를 째려봅니다. 중국어로 더듬더듬 말하면 선생님은 제 말을 문법에 맞는 문장으로 고쳐주고 말합니다. 짜이슈어이비엔!(再说一遍, 다시 한번 말해봐!) 선생님은 제가 발음과 문법에 맞게 말할 때까지 계속 이 말을 반복했더랬죠. 그날 집에 돌아와 잠을 잘 때 제가 배운 것 기억이 안 나도 이 말만은 계속 귓등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수업을 할 때 제가 중국어로 문장을 말 할 때마다 문법에 맞게 고쳐주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짜이슈어이비엔!(再说一遍)을 외치십니다. 그러면 뭐가 틀렸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면 선생님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짜이슈어이비엔!(再说一遍)

 

치판은 이상해!


2교시의 초급 上(상)반의 중국어 선생님은 나이가 저랑 비슷한 또래인데요. 저와는 다르게 힘이 넘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중국어 단어를 한 자, 한 자 가르쳐주는 것이 마치 유치원 아이들에게 처음 글자와 언어를 가르쳐주는 유치원 여선생님 같습니다. 또한 우리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중국 문화, 요리 등등 중국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말해줍니다.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쳤었는지 우리가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어나 영어로 설명해줍니다.

농담이나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주로 저를 예로 듭니다. 선량하다善良의 반대말은 흉악凶하다인데, 누구는 선량하고 치판(기범의 중국어 이름起帆)은 흉악하다라며 농담(?)을 하는 거죠. 계속 자신이 젊은이라고 말했는데, 제가 나보다 두 살 많으니 이제 젊은이가 아니라고 서로 농담을 했다가, 그것을 계기로 이상한 단어를 설명할 때는 항상 저를 예로 듭니다. 예를 들면 이상하다는 뜻의 치꽈이(奇怪)를 설명할 때 치판 치꽈이!라며 놀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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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갖구 그래

 

연구실에서 사람들이 저를 놀려도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여기서도 집중 관리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드니 어딜 가도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단순한 질문, 다양한 대답

 

중국어 선생님들은 수업 중에 우리들이 중국어로 말을 많이 하도록 여러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특별한 질문은 아닙니다. 형제는 어떻게 되느냐, 취미가 뭐냐, 어디에 가봤냐, 중국 음식 중에서 무엇이 맛있냐 등등, 간단한 질문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수업에 듣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이 있고 이를 외국어로 말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가 덧붙여지고 굴곡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중국에서 생활하게 되니 생소한 것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다양한 음식들, 그리고 좋지 않은 공기 등, 중국과 한국의 문화, 경제 등의 차이에 대해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이러는 과정에 중국인과 중국에 대해 궁금증이 풀리기도 합니다.

 

비단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만이 아닙니다. 1교시 수업을 들은 분들은 저를 제외하고 모두 기혼 여성분들입니다. 백수인 저와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그분들의 환경은 무척 다릅니다. 그분들이 중국어 선생님들에게 말하는 대화의 주제는 육아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죠. 한국에서 이런 얘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던 저는 이런 얘기를 듣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중국, 한국과 아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도 중국어 수업의 즐거움입니다. 얼마 전까지 베네수엘라에서 온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요. 20살인 아밀카와 동생인 세자르,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카트린느였습니다. 이들 모두 베네수엘라 대사관에서 일하는 분들의 자녀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한 남미 친구들은 무척이나 명랑했고, 사교성이 좋았습니다. 중국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선생님들의 말에 맞추어 얘기를 하곤 했죠.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춤이나 노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때 눈이 반짝 반짝 빛났습니다. 대학 수업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수업에 그들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같이 먹으면서 우리와의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자유분방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익숙했던 그들은 중국에서 생활 또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춰서 즐겁게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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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 맨 앞이 아밀카

 

지금 저에게 이렇게 다양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단은 중국어입니다. 만약 하나의 질문만으로 다양한 대답을 한대도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에게 여러 질문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귀를 기울여서 듣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질문만 하고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질문은 공허한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해야 할 것은 차이선생님에 말에 따라 계속 짜이슈어 이비엔!

 

 

댓글목록

나방님의 댓글

나방 작성일

거기서도 특별 관리 대상이라니... 그것도 능력이다 능력!!! 모든 곳을 연구실로 만들어버리는 치판의 존재감 ㅎㅎㅎ

윤하님의 댓글

윤하 작성일

ㅋㅋㅋ 이상한 치판샘  10월엔 중국어 중급 실력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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