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 :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의미의 창조자 > 쿵푸스온더로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양력 2018/11/18 일요일
음력 2018/10/11

절기

쿵푸스온더로드

추의 아케이드 산책기 | 수집가 :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의미의 창조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금동 작성일18-11-01 09:27 조회99회 댓글1건

본문

수집가 :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의미의 창조자

추승연

 

신발, 병뚜껑, 피규어, 우표, , 지폐, 자석 등등.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물건들을 수집해본 적이, 또는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러 게임 속에도 퀘스트를 깨거나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칭호나 아이템 등을 획득할 수 있는 각종 수집 시스템이 있다. 이렇듯 무언가를 모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욕망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것은 아주 희한한 욕망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 물건들을 수집하는데 쓸데없이 힘을 쏟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일까? 우표 수집가가 그다지 멋지거나 부럽지 않은 것을 보면, 단순히 그런 것도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수집하는 행위가 수집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처럼 무언가를 수집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213152a993aa6c557b153a959fde861f_1541031
누구나 초등학교에서 한 번쯤 해봤을 우표수집

 

 

벤야민에 따르면 수집이라는 행위의 생리학적인 측면은 중요하다. 이 행위를 분석할 때는 새가 둥지를 틀 때 그러한 수집은 분명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p.544)” , 수집은 그 자체로 쓸데없지 않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새에게 자신과 알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둥지에 비해, 우리에게 병뚜껑이나 피규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우리는 반드시 병뚜껑을 모아야만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수집이라는 숙명을 짊어진 것일까?

 

수집에 있어 결정적인 것은 사물의 본래의 모든 기능에서 벗어나 그것과 동일한 사물들과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장 긴밀하게 관련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 그것은 단순한 현존이라는 사물의 완전히 비합리적인 성격을 새로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역사적 체계 속에 배치시킴으로써, 즉 수집을 통해 극복하려는 장대한 시도이다.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물결, 532~533)”

, 수집은 사물에 대한 수집가의 독자적인 시선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수집가는 본래의 모든 기능에서 벗어난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우리는 병뚜껑을 순전히 병을 덮는 기능으로만 보지만 수집가는 병뚜껑에서 그런 시선을 벗겨낸다는 것이다. 또 수집가는 사물을 단순한 현존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보지 않으며, 더 나아가 사물 안에 역사적 체계,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눈에는 쓸데없는 병뚜껑일지라도 수집가 자신에게는 보물과 같을 수 있다. 그는 그 병뚜껑에 독자적인 이야기를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사물을 본연의 기능에서 탈피시키고, 수집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씌우는 행위이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생물에게 중요한 것은 병뚜껑 자체가 아니라 이런 독자적인 의미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따라서 우리 안에 있는 수집가의 본능은 의미의 창조자로써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의 우리들에게는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우리 자신의 작업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한정판, 희귀품 등 이미 자본에 의해 의미화 된 물건들을 더욱 가치 있게 보며, 그런 물건들을 수집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정판 조던 운동화라든가 희귀 건담 피규어 등) , 자본이 상품에 부여한 이야기에 우리들은 솔깃해하며 이끌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그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빈약한 이야기인지 눈치 채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이 불어넣은 이야기를 가치 있게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사실 발터 벤야민 그 자신이야말로 대단한 수집가다. 2000여 쪽에 달하는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방대한 인용문과 메모들은 모두 벤야민에 의해 재발견된 수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했다. “수집이라는 행위가 탐구studium의 원-현상 중의 하나이다. 즉 학생은 지식을 수집한다(p.545)”. 그럼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책 속을 다시 뒤지는 수집가가 되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댓글목록

이달팽님의 댓글

이달팽 작성일

오오 이번 글 재밌어요!
(분명 같은 부분을 읽었는데)이렇게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mail : mvqblog@gmail.com